언론의 적극적 오류 정정, 가짜뉴스 근절의 시작

입력 2026.07.20. 15:28 선정태 기자
[가짜뉴스 뿌리뽑자]
천현진 국립순천대학교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 학술연구교수
오보 낸 후 정정·해명하지 않아 가짜뉴스와 동급 간주
취재 과정, 사실 검증 절차 독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줘야
‘가짜뉴스 처벌법’ 자기 검열 강요·위축효과 발생 우려
AI 결합 ‘진짜 위에 올라탄 가짜’ 기승… 혐오·갈등 악화

천현진 국립순천대학교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 학술연구교수


“오보를 가짜뉴스로 매도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오보 이후 정정보도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천현진 국립순천대학교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 학술연구교수는 “오보로 위장한 가짜뉴스는 엄격히 가려내야 하지만, 비판 보도나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정치적 언어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다른 전문가·교수들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는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가 아니다. 특정한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허위 정보를 정상적인 언론보도인 것처럼 포장해 기만하는 악의적인 행위다”며 “언론에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보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포괄적인 실수’일 수 있다. 여기에는 사람들을 기만하려는 악의적인 목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문제는 오보 이후의 대응이다. 언론이 오보를 내고도 이를 방치하거나 제대로 정정하지 않는다면, 수용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고의적인 가짜뉴스와 구별되기 어려워진다”며 “고의성이 없었더라도 사실을 바로잡지 않는 행위 자체가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윤리를 저버린 무책임한 태도로 비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언론이 오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만큼이나, 오보 이후의 태도도 중요하다”며 “신속하고 투명한 정정 보도, 오류가 발생한 과정에 대한 솔직한 설명 등 책임지는 절차야 말로 오보가 가짜뉴스로 폄하되는 것을 막고 추락한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길이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독자나 시청자가 오보를 가짜뉴스와 동일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이 실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거나 이를 형식적으로 덮으려 한다는 기본적인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며 “언론은 오류가 발생했을 때 기계적인 ‘바로잡습니다’ 게재로 끝내서는 안 된다. 수용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무엇이 틀렸는지, 왜 오류가 발생했는지, 이를 어떻게 바로잡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아가 이런 정정·반론·후속 보도 시스템을 독자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기사 작성 과정의 투명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완성된 결과물만 던져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취재 경위와 자료 출처 그리고 사실 검증 절차를 독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이를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상시적인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하거나, 기사 말미에 기자의 취재 및 검증 메모를 덧붙이는 방식을 도입해 보기를 조언했다. 독자가 원자료의 진위를 대조해 볼 수 있도록 데이터나 공식 문서의 원문 링크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잃어버린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열쇠는 무오류의 신화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언론 스스로 ’취재의 한계로 인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결코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바로잡는 제도와 관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며 “이러한 책임감 있는 태도만이 오보가 가짜뉴스로 매도되는 현상을 막고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대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대해 “가짜뉴스 규제의 목적은 허위정보를 막는 것이지 불편한 보도를 침묵시키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가짜뉴스를 처벌하려 들면, 정치 권력이나 자본이 자신들의 뜻과 다르거나 불리한 비판 보도를 무조건 ‘가짜뉴스’로 몰아붙여 공격하는 소송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소송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어 자기검열을 강요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탐사보도를 옥죄는 치명적인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입막음용 소송’의 남용을 막고 언론 자유와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법적 판단의 기준이 매우 섬세하고 엄격해야 한다는 게 천 교수의 판단이다.

단순히 보도 내용 중 일부가 틀렸다는 결과만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해당 보도의 목적이 공익성에 부합하는지(공익성), 기자가 정보의 허위성을 사전에 인식했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고의성), 취재 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충분하고 합리적인 노력을 다했는지(합리성), 그리고 당사자의 반론권을 제대로 보장했는지(반론가능성) 등을 종합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법원 판례 역시 공직자나 권력에 대한 비판이 심히 경솔하거나 악의적인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가 아니라면 언론의 법적 책임을 묻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자 개인에게 형사 처벌이나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 교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 규제는 늘 최후의 수단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그보다는 비형사적이고 자율적인 해결 절차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천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신속한 정정 및 반론 보도 청구, 언론계와 플랫폼이 주도하는 자율적인 팩트체크 시스템 가동, 독립적 심의기구 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짜뉴스 규제의 칼날이 정당한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투명한 검증 절차와 자율적 규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현재 처벌이라는 법적 규제보다 앞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최근 가짜뉴스는 AI를 악용해 ‘진짜 위에 올라탄 가짜’가 기승을 부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적발된 선거사범 가운데 허위·가짜뉴스 유포가 32.5%(1천365명)를 차지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실제 사진이나 발언 위에 일부를 조작한 정치 콘텐츠,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이미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특정 여론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정치적 피싱 사례도 논란이 됐다”며 “가짜 뉴스 하나가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출혈을 양산하고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를 다시 희생양으로 만들고 공동체의 불신과 적대만 키운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허위정보가 언론사나 보도 형식을 교묘하게 사칭하면서 뉴스를 볼 때 ‘이것도 가짜가 아닐까’하고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며 “결국 가짜뉴스는 선거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제적 피해를 만들며, 사회적 혐오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위험이다. 건강한 공론장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가짜뉴스를 가장 경계해야 할 이유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