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기계적 균형 맞추려 정파적 입장만 전달…갈등 확대·재생산
정치 뉴스, 개인적 측면·승패 여부에 집중…뉴스 파편화로
‘인용저널리즘’, 정치 분야 가짜뉴스 유독 많은 이유로 이어져
독자는 ‘신뢰할 정보’ 원하면서도 오보와 가짜뉴스 구분 못해
독자의 뉴스 생산과정 이해 역량 강화·

“독자들은 오보와 가짜뉴스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이는 뉴스 문해력이 부족한 까닭입니다. 국민들의 뉴스문해력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오보와 가짜뉴스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보 생산자의 ‘의도‘ 여부다”며 “한마디로 가짜뉴스(허위 정보)는 특정 대상에게 해를 입히려는 고의성을 갖고 생산한 거짓 정보다”고 정의했다.
유네스코 보고서가 정의하는 ‘가짜뉴스’는정보 생산자의 ‘의도(intention)’ 여부가 오보와 가짜뉴스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오보’는 영문으로 ‘미스인포메이션(misinformation)’으로 표기되는데, 저널리즘에서 통용되듯이 취재가 부족해서 생긴 ‘부족한’ 혹은 ‘잘못된’ 보도다. 오보는 시간과 인적·물적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반면 ‘가짜뉴스(fake news)’는 ‘허위 정보’, 즉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이다. 이는 학술적으로 정보 생산자가 특정 대상에게 ‘해(害)’를 입히려는 고의성(intentionality)을 갖고 생산한 거짓 정보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특히 정치 분야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이나 자기편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뉴스를 ’가짜뉴스‘로 지칭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치 분야의 뉴스가 여타 영역의 뉴스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는 것 역시 정치의 ‘가짜 뉴스’ 만연과 관계가 깊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치부 기자들은 대개 출입처 취재원의 ‘입’에 의존해 기사를 작성한다. 더구나 기계적인 균형성 측면에서 정파적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머무르다 보니 정치인 혹은 정치적 세력 간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데 동원되기도 한다”며 “여야 정치인 발언을 인용부호로 처리하고 이를 헤드라인에 병렬 배치하는 보도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가짜뉴스‘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정치적 의혹 제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즉 언론의 보도방식에 관한 문제다”며 “인용 저널리즘이나 발표 저널리즘을 개선하면 해결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편항보도는 미스인포메이션이나 디스인포메이션과는 결이 다르다”며 “뉴스 가치 판단 기준 측면에서 ’편향‘은 저널리즘 실천의 결과물이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 이슈를 둘러싼 맥락에서 개인 측면을, 평범한 것보다는 극적인 측면을, 정책의 구체성보다는 승리와 패배의 관점에서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그러면서 이런 뉴스들은 파편화돼 큰 그림을 그려주지 못하면서 편향적이 되고, 전통 미디어의 최고 장점인 민주주의적 기능을 훼손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이 정치적 의혹 제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결정하는 보도 방식에 관한 문제여서 인용저널리즘이나 발표저널리즘같은, 그동안의 부적절한 관행을 개선하면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오보로 위장한 가짜뉴스’는 저널리즘 윤리 측면은 물론이고 법적인 측면에서도 다루어져야 한다는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언론사 내·외적으로 기자 개인의 윤리적인 취재, 편집실의 뉴스 의사 결정 과정, 편집인과 발행인의 압력 등으로 쪼개어 저널리즘 실천을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독자나 시청자가 오보와 가짜뉴스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경계하며, 이런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뉴스 문해력 교육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보와 편향보도, 디스인포메이션, 미스인포메이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독자는 뉴스가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를 이해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편향 보도는 미스인포메이션이나 디스인포메이션 등 다른 유형의 보도와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저널리즘 연구에서 ‘편향(bias)’은 언론의 뉴스 가치 판단 기준과 관련이 깊다. 저널리즘 편향은 저널리즘 실천 과정의 결과인 뉴스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언론은 정치 이슈를 둘러싼 맥락이 아닌 개인 측면에, 평범한 것보다 극적인 측면에, 정책의 구체성보다는 승리와 패배의 관점에서 다루다 보니 뉴스가 파편화돼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려주지 못한다. 이러한 편향 보도는 전통미디어가 가진 최고의 강점, 즉 민주주의적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가짜뉴스가 더 늘어나고 이는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디지털 네트워크 세계에서 저널리즘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저널리즘 서사의 전달 방식에 영향을 미쳤지만, 콘텐츠의 진위와 정확성을 구별할 수 없게도 만들었다”며 “저널리즘은 여전히 인간 중심적 활동이다. 이 특성은 단 기간에 바꾸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신뢰할만한 정보를 원한다. 세상에 관한 해석 틀이나 평가 틀을 전하는 전문가를 인터뷰한다거나 게이트키핑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따.
그러면서 “이제 단순 사실 보도는 아무런 경쟁력이 없다. 기존의 형식적 객관주의 저널리즘을 넘어서는, 창조적 파괴를 추동하는 저널리즘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며 “언론이 공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하는 책임을 맡는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이를 실천할 때 언론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언론이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만이 가짜뉴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며 “‘사실 확인’과 ‘취재원 교차 검증’은 가장 기초적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특히 정치 보도 영역에서는 출입처 취재원의 ‘입’에 의존하는 정치 뉴스 생산 관행을 지양하고 현장을 찾고 맥락을 중시하는 취재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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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ACC로···평일에도 이어진 ‘문화피서’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 중인 ‘자밀 프라이즈:무빙 이미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
“방학이라 아이들이랑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ACC는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로 피서 왔어요.”폭염이 이어진 14일 오후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당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른바 ‘문화피서’ 행렬이었다. 전당 A·B 주차장은 만차 안내가 표시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책을 읽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어린이문화원으로 향했고, 전시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복합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 한쪽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민들도 보였다. 바깥의 뜨거운 햇볕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문화정보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펼쳐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료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른 곳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서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는 더욱 분주했다.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교류특별전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에는 영상과 설치, 사운드, VR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 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멈춰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이동하며 작품을 살폈다.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모·아시아·피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와 인간, 아시아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과 함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복합전시 2관의 ‘아시아의 장치들’에서는 영상과 비디오아트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관람객부터 전시장 구조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다양한 모습이 잇따랐다.어린이문화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특히 붐볐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나도 국가대표’에 참여해 펜싱 체험을 하고 있다.17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 나도 국가대표!’가 열리는 다목적홀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특히 분주했다. 리듬체조와 펜싱, 스내그골프, 플로어컬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연신 몸을 움직였다.펜싱 체험에 나선 한 어린이는 “엄마, 나 펜싱에 재능 있는 것 같아”라며 보호자를 향해 손짓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스포츠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촬영했다.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실내 체험공간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어린이체험관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를 관람하고 있다.어린이체험관의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바다와 갯벌, 습지와 호수, 숲과 사막 등 아시아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공간을 따라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의 의미를 배웠다.이날 딸과 함께 ACC를 찾은 시민 정하영(38·여)씨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이와 야외에서 오래 놀기가 쉽지 않은데, ACC는 시원한 공간에서 전시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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