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릿재 넘으면 만나는 솔과 매화의 노래

입력 2025.12.28. 16:19 이용규 기자
[남도정원산책] 화순 솔매음정원

그는 화순 너릿재만 넘으면 행복한 사람이다고 한다. 너릿재는 화순과 광주 학동의 경계에 있는 고갯길이다. 광주에서 화순, 화순에서 광주방면으로 오고가는 길목이다. 그에게는 전자가 해당된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있는 집보다는 화순 이양의 정원으로 갈 때 신바람이 난다는 것이다. 화순 이양의 정원에 새벽에도 왔다 가곤 한단다. 그의 이름은 임병락. 올해 62세인 그는 야생화를 좋아하고 소나무와 매화나무에 빠져 정원을 만들었다. 그가 아끼는 보물단지는 화순 이양에 자리 잡은 솔매음정원이다. 소나무와 매화를 좋아해 솔매음정원으로 명명했다. 언뜻 솔내음정원으로 들린다. 솔매음정원을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면 강원도 인제에 있는 솔내음정원으로 안내된다.

승용차로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어 보성 복내 방면의 도로를 따라 갔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 어려움은 없었지만 꽤 오지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찾아간 간 날은 오후 3시를 조금 넘었음에도 해가 많이 짧아진 겨울이라 찬 공기가 온몸에 파고들어 왔다.

화순 솔매음정원은 이양면 옥리에서 보성 복내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해있다. 정문에는 지난 2022년 지정된 전남도 민간정원 19호 표착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집' 글귀의 표지판이 문 앞에 붙어있다. 정원에 들어서니 입구 양옆으로 땅바닥을 향해 드리워진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소나무의 밑동은 꽈배기 형태로 기괴한 자태가 장관이다.

초입에서 만난 현해(懸解) 소나무에 놀란 것도 잠시 팽나무, 매화나무들이 연달아 시선을 압도한다. 나무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다.

정문에서 안채까지 100m 정도인데, 기품 있는 수형의 향나무와 또 다른 기기묘묘한 소나무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어울러진 정원의 겨울 풍경은 청아함이 듬뿍 묻어난다. 매화꽃과 향기가 만발할 내년 초 봄에 방문하고 싶은 간절함이 커졌다. 정원에서 화사하고 은은한 빛깔의 꽃과 향기를 뿜는 것을 상상만 해도 마음속에서는 벌써부터 향기가 진동하는 것 같다.

정원은 안채 뒤 산으로 이어진다.

단절 없이 자연스러운 구조이다. 비밀의 정원이다. 안채 정원이 주인장의 안목과 열정으로 소나무 수집품을 모아 놓은 곳이라면, 산 쪽의 간은 정원지기의 또 다른 놀이터이다. 이곳은 세월을 품고 소나무며 편백, 단풍 등 다양한 수종들이 주인공들이다.

산길 주변은 얼마나 손길을 쏟았는지 단정하고 정갈함이 묻어난다. 솔매음정원의 주인공은 소나무와 매화나무이다. 궁극적으로 나무와 새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수종들이다. 궁극적으로 소나무와 매화를 중심으로 자연의 음표를 만들어 새들이 깃들어 지저귀는 무공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숲속 공연장을 연출하는 것이다.

솔매음정원에는 조선솔, 백송, 황금송 등 소나무 76종이 있고 한중일 3국의 유명한 매화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특별하게 소록도 처진 매화의 후계목은 3m 정도 자랐다. 소록도 처진 매화 후계목은 지난 2003년 매미 태풍 때 부러져 고사하기 전 씨앗에서 발아한 묘목을 가져다 키운 나무이다.

솔매음정원의 나무들은 스토리도 다양하다.


임 대표가 얼마나 나무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문 입구에 심어진 드러누운 형태의 소나무 2그루는 목포-보성 경전선 철도 공사 구간인 보성읍에 있었던 나무였다.

원래 4그루였는데 다른 조경가와 나눠 2그루씩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 옮겨온 이력을 갖고 있다. 보성읍에서 이 나무들을 옮겨오는 데에는, 옆으로 길게 퍼진 줄기가 1차선 도로 폭보다 넓어 줄기 일부를 잘라 냈다. 어쩔수 없이 제거했지만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아깝다고 했다.

임 대표가 결혼 기념식수로 심은 향나무는 당시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과 경합하면서까지 손에 넣은 나무여서 볼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그때 수백만에 달한 나뭇값은 엄청 큰돈의 가치가 있었다. 임 대표는 당시 아버지께서 벼를 매상해 나뭇값을 보태주셨는데, 나중에 용달차에 싣고 오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구입 당시에도 수형이 아름다웠던 향나무는 40년이 흐른 뒤에도 부부의 연륜만큼이나 기품 있는 자태로 정원을 빛내고 있다.

임 대표에게 경중을 가릴 나무가 있겠느냐마는 탤런트 고현정씨 문중의 산에서 옮겨온 소나무도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옆으로 멋진 수형을 보인 소나무 2그루는 고씨 문중의 반대를 물리치고 어렵게 구매가 성사돼 겨울에 일주일 작업 기간을 거쳐 옮겨 심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 그루는 결국 임 대표와 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어렵게 구한 이 나무는 임 대표의 손에서 죽은 나무 중 하나에 속한다.

화순 이양 출신인 임 대표는 어려서부터 나무가 좋았다. 선친이 마을의 새마을지도자여서 동네에 나무를 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아 온지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신혼 초 아내가 근무하는 고흥의 한 초등학교에서 나무를 키우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당시 이 학교에서 재배하던 구상나무 52그루를 구입해와 집 뒤의 산에 심었다. 이 나무들은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

그러다 법학을 전공하고 경찰학원에서 형사법 강의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학원계에서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뛰어들었다.

인기 절정의 강사료와 날개 돋친 듯 팔린 교재 인세 등 적잖은 목돈은 경제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그가 나무를 구입하고 정원을 관리하는 자금줄이 됐다. 임 대표가 꿈꾸는 솔매음정원은 특색 있고 지속가능한 우리나라 식물학습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우선 10년 후 솔매음정원에서 목련축제 개최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목련 집산지인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을 가지 않고도 목련의 향연을 즐기도록 함이다.


현재 이곳에는 162종의 목련이 자라고 있다. 또한 울릉도 식물원을 만드는 것이다. 솔매음정원에는 울릉도 서식 식물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데 안뜰 뒤편에 울릉도원을 집약시켜 우리나라 식물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한다.

솔매음정원에는 구상나무, 꼬리말마풀, 특산식물 50종과 위기 멸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솔매음정원에서는 우리나라 꽃을 비롯한 식물 감상을 넘어 학습정원으로 지속 가능한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전통 한옥에도 관심이 많은 임 대표는 정원 입구에 탐진 최씨 104년 된 현승재를 통째로 광주 동구 선교동에서 옮겨와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봄이면 이 한옥은 멋진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변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솔매음정원은 정원계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구성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전주 시민정원사들은 매년 3월초 솔매음정원 투어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한단다. 이 때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가 피고 노랑색 꽃과 향기를 뿜는 남매가 이들의 활동을 깨우는 시기이다.

"정원을 만들어놓으니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고 인연을 쌓고 소통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내가 가장 잘한 것이 정원을 만든 것입니다".

정원주 입장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새벽에도 찾아올 만큼 그의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정원을 향한 열정이 향기와 꽃을 피우며 사람들을 하나, 둘 불러 모으고 있다.

혹시 내년 봄 솔매음정원 매화꽃 향기가 전해져 발길을 재촉한다면, 주저치 말고 떠나 보시길. 인상좋은 정원지기의 꽃세상을 들어보는 것도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글·사진=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