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화순 너릿재만 넘으면 행복한 사람이다고 한다. 너릿재는 화순과 광주 학동의 경계에 있는 고갯길이다. 광주에서 화순, 화순에서 광주방면으로 오고가는 길목이다. 그에게는 전자가 해당된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있는 집보다는 화순 이양의 정원으로 갈 때 신바람이 난다는 것이다. 화순 이양의 정원에 새벽에도 왔다 가곤 한단다. 그의 이름은 임병락. 올해 62세인 그는 야생화를 좋아하고 소나무와 매화나무에 빠져 정원을 만들었다. 그가 아끼는 보물단지는 화순 이양에 자리 잡은 솔매음정원이다. 소나무와 매화를 좋아해 솔매음정원으로 명명했다. 언뜻 솔내음정원으로 들린다. 솔매음정원을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면 강원도 인제에 있는 솔내음정원으로 안내된다.
승용차로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어 보성 복내 방면의 도로를 따라 갔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 어려움은 없었지만 꽤 오지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찾아간 간 날은 오후 3시를 조금 넘었음에도 해가 많이 짧아진 겨울이라 찬 공기가 온몸에 파고들어 왔다.

화순 솔매음정원은 이양면 옥리에서 보성 복내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해있다. 정문에는 지난 2022년 지정된 전남도 민간정원 19호 표착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집' 글귀의 표지판이 문 앞에 붙어있다. 정원에 들어서니 입구 양옆으로 땅바닥을 향해 드리워진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소나무의 밑동은 꽈배기 형태로 기괴한 자태가 장관이다.
초입에서 만난 현해(懸解) 소나무에 놀란 것도 잠시 팽나무, 매화나무들이 연달아 시선을 압도한다. 나무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다.
정문에서 안채까지 100m 정도인데, 기품 있는 수형의 향나무와 또 다른 기기묘묘한 소나무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어울러진 정원의 겨울 풍경은 청아함이 듬뿍 묻어난다. 매화꽃과 향기가 만발할 내년 초 봄에 방문하고 싶은 간절함이 커졌다. 정원에서 화사하고 은은한 빛깔의 꽃과 향기를 뿜는 것을 상상만 해도 마음속에서는 벌써부터 향기가 진동하는 것 같다.
정원은 안채 뒤 산으로 이어진다.
단절 없이 자연스러운 구조이다. 비밀의 정원이다. 안채 정원이 주인장의 안목과 열정으로 소나무 수집품을 모아 놓은 곳이라면, 산 쪽의 간은 정원지기의 또 다른 놀이터이다. 이곳은 세월을 품고 소나무며 편백, 단풍 등 다양한 수종들이 주인공들이다.
산길 주변은 얼마나 손길을 쏟았는지 단정하고 정갈함이 묻어난다. 솔매음정원의 주인공은 소나무와 매화나무이다. 궁극적으로 나무와 새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수종들이다. 궁극적으로 소나무와 매화를 중심으로 자연의 음표를 만들어 새들이 깃들어 지저귀는 무공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숲속 공연장을 연출하는 것이다.
솔매음정원에는 조선솔, 백송, 황금송 등 소나무 76종이 있고 한중일 3국의 유명한 매화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특별하게 소록도 처진 매화의 후계목은 3m 정도 자랐다. 소록도 처진 매화 후계목은 지난 2003년 매미 태풍 때 부러져 고사하기 전 씨앗에서 발아한 묘목을 가져다 키운 나무이다.
솔매음정원의 나무들은 스토리도 다양하다.

임 대표가 얼마나 나무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문 입구에 심어진 드러누운 형태의 소나무 2그루는 목포-보성 경전선 철도 공사 구간인 보성읍에 있었던 나무였다.
원래 4그루였는데 다른 조경가와 나눠 2그루씩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 옮겨온 이력을 갖고 있다. 보성읍에서 이 나무들을 옮겨오는 데에는, 옆으로 길게 퍼진 줄기가 1차선 도로 폭보다 넓어 줄기 일부를 잘라 냈다. 어쩔수 없이 제거했지만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아깝다고 했다.
임 대표가 결혼 기념식수로 심은 향나무는 당시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과 경합하면서까지 손에 넣은 나무여서 볼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그때 수백만에 달한 나뭇값은 엄청 큰돈의 가치가 있었다. 임 대표는 당시 아버지께서 벼를 매상해 나뭇값을 보태주셨는데, 나중에 용달차에 싣고 오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구입 당시에도 수형이 아름다웠던 향나무는 40년이 흐른 뒤에도 부부의 연륜만큼이나 기품 있는 자태로 정원을 빛내고 있다.
임 대표에게 경중을 가릴 나무가 있겠느냐마는 탤런트 고현정씨 문중의 산에서 옮겨온 소나무도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옆으로 멋진 수형을 보인 소나무 2그루는 고씨 문중의 반대를 물리치고 어렵게 구매가 성사돼 겨울에 일주일 작업 기간을 거쳐 옮겨 심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 그루는 결국 임 대표와 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어렵게 구한 이 나무는 임 대표의 손에서 죽은 나무 중 하나에 속한다.
화순 이양 출신인 임 대표는 어려서부터 나무가 좋았다. 선친이 마을의 새마을지도자여서 동네에 나무를 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아 온지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신혼 초 아내가 근무하는 고흥의 한 초등학교에서 나무를 키우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당시 이 학교에서 재배하던 구상나무 52그루를 구입해와 집 뒤의 산에 심었다. 이 나무들은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
그러다 법학을 전공하고 경찰학원에서 형사법 강의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학원계에서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뛰어들었다.
인기 절정의 강사료와 날개 돋친 듯 팔린 교재 인세 등 적잖은 목돈은 경제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그가 나무를 구입하고 정원을 관리하는 자금줄이 됐다. 임 대표가 꿈꾸는 솔매음정원은 특색 있고 지속가능한 우리나라 식물학습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우선 10년 후 솔매음정원에서 목련축제 개최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목련 집산지인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을 가지 않고도 목련의 향연을 즐기도록 함이다.

현재 이곳에는 162종의 목련이 자라고 있다. 또한 울릉도 식물원을 만드는 것이다. 솔매음정원에는 울릉도 서식 식물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데 안뜰 뒤편에 울릉도원을 집약시켜 우리나라 식물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한다.
솔매음정원에는 구상나무, 꼬리말마풀, 특산식물 50종과 위기 멸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솔매음정원에서는 우리나라 꽃을 비롯한 식물 감상을 넘어 학습정원으로 지속 가능한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전통 한옥에도 관심이 많은 임 대표는 정원 입구에 탐진 최씨 104년 된 현승재를 통째로 광주 동구 선교동에서 옮겨와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봄이면 이 한옥은 멋진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변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솔매음정원은 정원계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구성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전주 시민정원사들은 매년 3월초 솔매음정원 투어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한단다. 이 때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가 피고 노랑색 꽃과 향기를 뿜는 남매가 이들의 활동을 깨우는 시기이다.
"정원을 만들어놓으니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고 인연을 쌓고 소통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내가 가장 잘한 것이 정원을 만든 것입니다".
정원주 입장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새벽에도 찾아올 만큼 그의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정원을 향한 열정이 향기와 꽃을 피우며 사람들을 하나, 둘 불러 모으고 있다.
혹시 내년 봄 솔매음정원 매화꽃 향기가 전해져 발길을 재촉한다면, 주저치 말고 떠나 보시길. 인상좋은 정원지기의 꽃세상을 들어보는 것도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글·사진=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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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갯벌과 소나무 숲이 빚어낸 구름 세상
경북 문경 출신인 사업가는 신안 암태를 찍었다. 45년 전이었다. 농산물 유통업자로서 전국을 다닐 때 유독 암태의 물산과 기후가 그의 마음을 끌었다. 그렇게 마음을 두었던 암태에서 소나무 구름들이 뭉게뭉게 모이고 있다. 소나무 구름들은 갯벌과 어우러져 사계절 멋진 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지나 자은도로 가는 도로변 양쪽에 펜션과 카라반, 커피숍, 정원에 부착된 파인 클라우드 안내판이 보인다.자연의 캔버스 안에 자리 잡은 소나무 분재, 동백 분재와 연못, 식물원 등은 깔끔하고 압축미를 준다. 정원지기의 공력과 열정이 전해진다. 실내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나무 잎사귀도 흥겨운 듯 살랑살랑 춤춘다. 바로 앞 확 트인 검붉은 갯벌에서 불어오는 짠 내음과 만나는 초겨울 바람은 색다른 맛이다. 신안 암태도 파인 클라우드의 깊어 가는 가을 풍경이다. 파인 클라우드는 지난 2022년 전남도 민간정원 22호로 등록됐고 신안군에서는 유일한 민간정원이다.파인 클라우드는 70대 귀농인이 정원을 무대로 인생 2막을 열어가는 무대이다. 주인공은 최용일 대표다. 경북 점촌에서 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명문 서울 덕수상고에 진학했던 최 대표는 입대 전 서울 용산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일했던 인연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도매 법인의 경영인을 지내고 은퇴한 베테랑이다.농산물유통에는 대한민국에서 최고 전문가 반열인 그가 인생 2막에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다.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고 하나 취미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에 부족함이 많다. 그래도 정원을 조성하는 데 있어 모든 것을 그의 손으로 처리해 나가고, 전문지식 등 부족함은 열정으로 메워 나갈 만큼 푹 빠져 살고 있다.파인 클라우드 정원은 소나무 분재의 조화로움이 백미다. 자연석과 폭포,유리온실, 산책로까지 어우러져 있다.파인 클라우드가 들어선 곳은 당초 가건물 컨테이너 식당이 있던 곳이다. 이곳은 지난 2019년 천사대교가 개통돼 상전벽해로 변했지만, 이전에는 목포 북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오지였다. 뱃길이 아니면 육지와의 소통이 어려웠다.전혀 연고도 없는 경북 문경 출신인 사업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운명적이다. 정착 과정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최 대표에게 준비된 약속의 땅처럼 여겨진다.우선 땅 구입 과정이 그렇다. 암태는 신안에서 농지보다 바다가 더 넓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당연히 바다가 중심이었다. 따뜻한 날씨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자란 양파, 대파와 마늘은 전국에서 최상품으로 꼽혔다.최 대표는 매년 1, 2차례 암태,자은,비금 등 신안지역의 농작물 작황을 살피고 판매 계약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암태지역 농가를 돌아보다 뱃길이 끊기면 불가피하게 컨테이너 식당에서 하룻밤을 머물러야 했다. 지금의 정원 부지에 있었던 임시 사업장이었다. 암태에 출장 올 때마다 비옥한 땅과 따듯한 자연환경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현업에서 은퇴하면 이곳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졌다.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지난 2014년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컨테이너 식당 주인에게 이러한 희망사항을 얘기하니 그 땅을 팔겠다는 것이 아닌가. 내심 풍수지리적으로 분재를 키우는 명당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터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사업을 하면서도 분재에 진심이었던 그에게 컨테이너 식당의 지형은 나무와 식물을 키우는데 최적지였기 때문이다.최 대표의 얘기다. "지금의 천사대교 쪽에서 해가 떠 하루 종일 정원 부근 위쪽에 걸쳐 있고, 이곳이 안으로 푹 안긴 형상이어서 분재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장소로 꼽고 있습니다."땅주인으로부터 판매 의향을 확인한 최 대표는 사업가적 기질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천평의 땅을 구입한 이후에는 전국을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나무와 자연석을 사들여 분재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하나둘씩 준비를 했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행운이 이어졌다. 두 번째는 컨테이너 식당 앞에 있는 해안가 방파제 공사가 완공된 것이다.당초 부지를 구입 땐 해안가 주변에 침식작용이 심했다. 그의 땅이 적잖게 깎여 나가니 예기치 못한 손실이었다.너무도 큰 공사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몇 년 후 뜻밖의 방파제가 공사가 완공된 것이다. 여기에 압해읍에서 암태까지 천사대교가 개통돼 외지에서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갯벌과 어우러진 정원의 풍경이 입소문 나면서 목포와 광주 등 외지 관광객들이 끊어지지 않는다.일련의 사정이 순조롭게 풀리면서 그는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 보유하고 있던 가락동 농산물 도매법인 지분을 지난 2018년 매각했다. 현업에서 은퇴를 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였다. 중학교 시절 분재와 국화를 좋아한 3학년 담임선생을 통해 알게 된 나무와 꽃에 대한 관심을 그만의 방식으로 정원을 만들기 위한 결단이었다.그의 호가 소나무 구름을 뜻하는 송운(松雲), 즉 소나무 세상을 향한 야심 찬 출발이었다.파인 클라우드는 영어로 파인(소나무)과 클라우드(구름)가 결합된 정원 명이다. 소나무를 좋아하는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파인 클라우드의 상징인파인 클라우드 정원은 얼핏 보면 규모가 크지 않게 보인다. 아마도 집중화된 정원만 볼 때 그렇게 생각된다. 커피숍 뒤로 돌아가면 또 다른 세계이다. 그 면적이 8천~9천평에 달하고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색다른 묘미를 주고 있다. 후박나무, 금목서, 동백, 소나무, 다양한 초화류 말고도 공작새 등 관상용 조류와 토끼, 남원 광한루에 설치된 그네보다 더 큰 규모의 9m에 달하는 그네, 석부작 난실과 식물원 등 소소하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포인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솔길을 따라가면 성봉산의 원시림도 만날 수 있다.파인 클라우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개의 연못과 자연석이다. 파인 클라우드의 돌들은 충북 단양 수몰지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지금은 자연석을 반출할 수 없으나 단양 출장을 갔을 때 우연히 알게 된 자연석 업자와의 밀고 당기는 거래를 통해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자연석을 충북 단양에서 암태로 운반하는 데에는 25t 대형 트럭 27대가 동원됐다고 한다."당시는 목포 북항에서 뱃길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트럭 한 대에 1~2개의 돌밖에 실을 수 없었고, 그나마 농수산물 수송이 우선이어서 자연석을 이곳까지 운반하는 일들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연못은 겨울에는 설빙을 연출해 색다른 볼거리를 주고 있다. 또 하나의 연못은 굴착 과정에서 대형 암반이 있어 애를 먹기도 했으나 거대한 돌덩어리는 두꺼비 형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파인 클라우드는 지난 2022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 대상을 받고 그 해 민간정원에 등록됐다.최 대표의 파인 클라우드는 계속 진행 중이다. 히딩크가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말처럼 언덕배기 공간을 골프장처럼 잔디공원으로 조성하고, 남도의 식생을 집중해 특색있는 정원으로 만들어 지역과 함께하는 명소로 자리매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무와 꽃을 키우기 위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암태를 제2의 고향으로 살아가는 70대 귀농인의 정원일기가 궁금해진다."파인 클라우드가 명당이니 앞으로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때까진 힘을 다해 열심히 가꾸고 보호해야죠." 글·사진=이용규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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