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암·증심사, 지산동 오층석탑 가보니
'문화재 서열화' 2021년 시행규칙 개정
동일 사찰 안내글 번호 표기·삭제 '제각각'
보물 등 제목선 빼고 본문엔 그대로 써
관리 지자체 관심 부족… 즉각 조치해야
문화재 지정번호가 문화재를 서열화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지정·등록문화재에 지정번호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광주 동구 문화재 곳곳에 지정번호 표기가 혼선을 빚고 있어 문제다. 지난 9일 동구 문화재 관리 실태를 살피기 위해 무등산 약사암과 증심사, 동구 지산동을 둘러본 결과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광주시 동구 운림동 약사암은 광주광역시 문화재 자료이고, 보물로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약사암 일주문을 지나 입구에 있는 약사암을 소개 글에는 약사암을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호, 보물 제600호 석조여래좌상이라고 지정번호를 표기했다. 약사암 내부로 들어가서 대웅전 앞 3층 석탑 근처엔 약사암을 설명하는 또다른 내부 안내판이 있다. 내부에 있는 안내글을 보면 약사암 광주광역시 문화유산자료라고 숫자 2를 지워 법대로 표기했으나, 아래 내용을 보면 '보물 제600호인 석조여래좌상'과 창건 당시에 세웠다는 삼층석탑 등의 문화재가 있으며, 사찰 일원은 1984년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호로 지정되었다'라고 다시 숫자가 표기되어 있다. 제목에서 뺀 지정번호를 내용에서는 지정번호를 표기해 혼선을 빚고 있는 셈이다.

혼선을 빚기는 증심사도 마찬가지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처음 볼 수 있는 증심사 전체 소개하는 안내판 아래에는 '9. 원통전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4호', '11. 비로전 보물 제131호 철조비로자나불', '오백전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3호', '삼층석탑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호' 라고 보물과 문화재마다 지정번호를 표기하고 있다.

증심사 내부에는 문화재별로 문화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따로 있다. 비로전 내부에 있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설명해놓은 안내글을 보면, '광주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131호'라고 지정번호가 표기되어 있다. 원통전 안에 있는 석조보살입상을 소개하는 안내글에는 지정번호 14호를 제외하고 '증심사 석조보살입상 광주광역시유형문화유산'이라고 법대로 시행했고, 증심사 삼층석탑 역시 제1호라는 지정번호를 삭제하고 '광주광역시유형문화유산'으로만 적었다. 약사암이나 증심사 모두 동일한 사찰 안에서 지정번호를 표기하거나 표기하지 않는 안내글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다.

지산동 오층석탑 역시 법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았다. 오층석탑 철책 안에 있는 안내판에 보면 '광주지산동오층석탑 보물 제 110호'라고 지정번호를 표기하고 있다. 무등산 약사암이나 증심사처럼 산중에 있어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시내에 있어 접근하기 쉬운 지산동 오층석탑임에도 불구하고, 안내판의 글은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지정번호 표기의 혼선은 거리가 멀거나 산에 있어 접근하기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 부족 때문은 아닐까. 예산이 부족해서 안내판을 바꿀 수 없다면 수정한 내용을 인쇄해 표지 위에 붙여 임시로라도 조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관리감독하는 담당기관에서는 변경된 문화재 보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즉시 조치해야 할 것이다.

정규석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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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 1년···"공상은 '딴 세상 이야기', 고통 딛고 나아가고 파"
최근 순천시 장천동 카페반에서 만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그는 당시 "여기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몰라 허탈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참담하죠, 항공유 냄새 나던 깊은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게요."젖은 장비를 말리고 근무 투입을 준비하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무전기가 울렸다. '무안공항에 비행기 폭파, 수백 명 사망 추정….'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은 "처음에 상급 부서가 무리한 훈련을 건 것으로 오해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인간이 형언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대형 참사 현장이 주는 압도감이 컸지만 뇌리에 남은 장면은 따로 있다. 작은 어린이 책가방 하나다. 잔해 속에 끼어 있던 가방은 피로 덮여 원래 색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박 소방장은 "아이는 없는데 가방만 유가족께 전해드려야 했던 심정이 (비행기의)철골만큼 무거웠다"며 "이후 두 살도 안 된 딸을 볼 때마다 당시 기억이 떠올라 고통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또 하나의 잔향은 항공유 냄새다. 금속과 토양을 뒤덮은 기름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방화복을 뚫고 피부 틈새로 스며 며칠을 버티듯 남았다. 바닥에 고여 있던 기름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다. 박 소방장은 "희생자를 발견할 때마다 위치를 표시하려 준비했던 깃발이 수백 개였다"며 "폭발 충격으로 유해가 300여m 밖 철조망까지 흩어져 있었고, 파편화된 유해가 너무 많아 한 구역을 끝내기 전에 깃발이 동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고 끔찍한 상황을 술회했다.작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당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등이 동체 꼬리 부분에 크레인을 메달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 /박정빈 소방관 제공그럼에도 현장을 누빈 소방관들은 여전히 자신을 '죄인'으로 느낀다. 유가족이 울며 다가올 때마다 '구조했다'는 표현조차 할 수 없어서다. 이미 숨이 끊긴 육신을 수습한 것에 불과해 무력감과 자책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동료도 가족도 무안공항 참사 직후에는 큰 위로가 될 순 없었다. 누군가 한마디라도 꺼내면 함께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수습 이후 홀로 유가족들이 머물던 텐트촌도 찾았다"며 "유가족을 마주하자 위로의 말조차 건네기 어려웠다. 그분들 앞에선 그저 늘 죄인일 뿐이다"고 했다.우울감이 계속되자 올해 초에는 동료들과 함께 전문 상담가를 찾았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순간에도 사고 현장의 불길과 시린 공기가 폐 깊숙이 남아 있는 듯했고, 입을 여는 즉시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심리치료가 일부 도움이 됐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통념은 여전히 대원들을 옥죄고 있다. 마음의 유약한 면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조직 분위기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사유로 공상(公傷·공무상 재해)을 신청하는 것은 일선에서 '딴 세상 이야기'다. 그는 "공상은 UFO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최근 '광주 대표도서관 참사'가 발생하자 사고 현장에 출동한 박 소방관과 119 구조대원들. /박정빈 소방관 제공현재 그는 순천제일대학교 소방방재과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소방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참사 1년을 맞은 만큼 고통을 딛고 나아가고 싶어서 직책을 맡았다.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은 용맹하게 소리치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두려우면 두렵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용기 있는 자입니다." 자기 자신과 미래 소방관들에게 그는 이렇게 전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본 보도는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2장(15조)에 따라 재난상황의 본질에서 벗어난 흥미위주의 내용, 선정적 설명을 최대한 지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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