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동 1987' 10월까지 예술의거리서
체험부스·전시·길거리 공연 등 풍성
지역 예술가·상인·시민 함께 어울려
"도시 온도 달구는 문화 플랫폼으로"
광주시 동구 궁동 예술의거리에서 2025 아시아문화예술 활성화 거점 프로그램 '궁동 1987'이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지난 2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는 시민 100여명과 관계자들이 함께하며 성황을 이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가 주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살림과 ㈜허니뱃저픽처스가 협력한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 창작과 유통·체험·관광을 융합해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지역 예술가·상인·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거리형 축제로 기획되어, 예술의거리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 플랫폼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0여개의 시민 참여형 체험 부스가 늦은 시간까지 운영돼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시원한 밤의 축제를 선물했다.

이번 행사의 최고 인기 코너는 단연 길거리 버블쇼였다. 비눗방울과 풍선을 활용해 다채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버블 아티스트의 공연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갔다. 단순히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비눗방울을 만져보거나 풍선아트를 선물 받는 등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이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광주로 가족과 함께 여행 온 진연주 씨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거리가 넘쳐 시간 가는 줄 몰랐다"라며 "예술과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 같아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광주시 동구 궁동 예술의거리는 1970년대 중반부터 화랑들이 들어서며 예술 거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 1987년 조례로 지정된 이후 2010년 특화거리 지정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올해로 17년째를 맞는 축제는 이번 개막식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 상설행사로 오는 10월까지 계속된다.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이어가며 지역 예술인 지원, 관광 자원화,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 확대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특히 '2025 광주 방문의 해'를 맞아 광주 문화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봉란 사회적협동조합 살림 대표는 "문화는 거리에서 피어나고 사람을 연결하며, 도시 온도를 따뜻하게 한다"며 "이번 개막식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예술을 가까이 경험하고,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살아있는 문화 플랫폼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궁윤 예술의거리 총감독은 "이번 프로그램은 전시와 공연을 통해 예술이 지역 활성화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찬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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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 1년···"공상은 '딴 세상 이야기', 고통 딛고 나아가고 파"
최근 순천시 장천동 카페반에서 만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그는 당시 "여기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몰라 허탈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참담하죠, 항공유 냄새 나던 깊은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게요."젖은 장비를 말리고 근무 투입을 준비하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무전기가 울렸다. '무안공항에 비행기 폭파, 수백 명 사망 추정….'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은 "처음에 상급 부서가 무리한 훈련을 건 것으로 오해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인간이 형언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대형 참사 현장이 주는 압도감이 컸지만 뇌리에 남은 장면은 따로 있다. 작은 어린이 책가방 하나다. 잔해 속에 끼어 있던 가방은 피로 덮여 원래 색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박 소방장은 "아이는 없는데 가방만 유가족께 전해드려야 했던 심정이 (비행기의)철골만큼 무거웠다"며 "이후 두 살도 안 된 딸을 볼 때마다 당시 기억이 떠올라 고통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또 하나의 잔향은 항공유 냄새다. 금속과 토양을 뒤덮은 기름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방화복을 뚫고 피부 틈새로 스며 며칠을 버티듯 남았다. 바닥에 고여 있던 기름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다. 박 소방장은 "희생자를 발견할 때마다 위치를 표시하려 준비했던 깃발이 수백 개였다"며 "폭발 충격으로 유해가 300여m 밖 철조망까지 흩어져 있었고, 파편화된 유해가 너무 많아 한 구역을 끝내기 전에 깃발이 동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고 끔찍한 상황을 술회했다.작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당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등이 동체 꼬리 부분에 크레인을 메달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 /박정빈 소방관 제공그럼에도 현장을 누빈 소방관들은 여전히 자신을 '죄인'으로 느낀다. 유가족이 울며 다가올 때마다 '구조했다'는 표현조차 할 수 없어서다. 이미 숨이 끊긴 육신을 수습한 것에 불과해 무력감과 자책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동료도 가족도 무안공항 참사 직후에는 큰 위로가 될 순 없었다. 누군가 한마디라도 꺼내면 함께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수습 이후 홀로 유가족들이 머물던 텐트촌도 찾았다"며 "유가족을 마주하자 위로의 말조차 건네기 어려웠다. 그분들 앞에선 그저 늘 죄인일 뿐이다"고 했다.우울감이 계속되자 올해 초에는 동료들과 함께 전문 상담가를 찾았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순간에도 사고 현장의 불길과 시린 공기가 폐 깊숙이 남아 있는 듯했고, 입을 여는 즉시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심리치료가 일부 도움이 됐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통념은 여전히 대원들을 옥죄고 있다. 마음의 유약한 면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조직 분위기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사유로 공상(公傷·공무상 재해)을 신청하는 것은 일선에서 '딴 세상 이야기'다. 그는 "공상은 UFO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최근 '광주 대표도서관 참사'가 발생하자 사고 현장에 출동한 박 소방관과 119 구조대원들. /박정빈 소방관 제공현재 그는 순천제일대학교 소방방재과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소방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참사 1년을 맞은 만큼 고통을 딛고 나아가고 싶어서 직책을 맡았다.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은 용맹하게 소리치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두려우면 두렵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용기 있는 자입니다." 자기 자신과 미래 소방관들에게 그는 이렇게 전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본 보도는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2장(15조)에 따라 재난상황의 본질에서 벗어난 흥미위주의 내용, 선정적 설명을 최대한 지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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