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8년 개장… 시설 낡고 관광 추세 못 쫓아
입구 따라 오르면 잡풀 우거지고 곳곳 쓰레기
모노레일 탑승역 재래식 화장실도 '위생 엉망'
팔각정 나무 테크길 곳곳 구멍나고 지붕 균열
“민주 성지·문화수도 광주, 안전에서 시작돼"
광주 동구 지산동에 1978년 4월 문을 연 지산유원지의 정비가 시급하다. 광주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산유원지에서 즐겼던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다.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광주를 찾아온 관광객에게도 지산유원지는 아름다운 명소였다. 그러나 1994년 사업자 부도로 유원지 기능을 잃고, 노후화된 시설과 관광 추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어서 문제다.
리프트카는 2015년 12월 추락 사고가 발생하였고, 모노레일은 2023년 11월 19일 배터리 충전 불량으로 승객 18명이 5m 높이에서 2시간 넘게 매달려 있어야 했다. 사고 후 두 시설은 안전장치를 보강하고 시설을 개선해 운영 함으로써 지산유원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원지 입구에서 동원사 쪽으로 도로를 따라 오르면 오른쪽에 저수지와 무등파크호텔 옆 옛 수영장 사이 등나무로 덮인 휴식 공간이 있는데, 잡풀이 우거져 정비가 필요하다. 또 도로 옆 지산유원지 내 저수지는 철책으로 막혀있고, 저수지 팔각정 내부로 들어가는 철책 문은 열쇠로 굳게 닫혀 있다. 유리가 사라진 팔각정 아래에서 흐르지 못한 물은 고여 썩어가고, 저수지 주변에는 쓰레기가 나뒹군다. 저수지는 도로 쪽만 철망으로 막아 놓았을 뿐, 뒤로 돌아가면 철책이 없다. 안전시설 대신 여러 종류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저수지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여서 사고 위험이 많다.
무등파크 골프연습장 아래 동물 그림 벽화는 관리하지 않아서 여러 곳이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경관을 해친다. 돌탑 아래에도 쓰레기가 나뒹굴고, 광주 동구청 마크가 붙은 약수터 옆 나무 아래에도 버려진 나무 가구와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 골프연습장을 뒤로 하고 산으로 오르다 보면 계단 옆에서는 배관 연결이 풀려 물이 새고 있다. 지나는 사람에게 물으니 며칠째 저러고 있다고 한다.
리프트카를 타고 오른 사람이 하차하는 승강장에서 모노레일 빛고을역으로 향하는 길은 겹벚꽃이 아름다운데 아름다움도 잠시, '모노레일 타는 곳'이란 안내글이 붙어있는 화장실은 청소를 하지 않아 더럽혀진 채 방치되어 있고, 재래식 대변기는 들어가기에 망설여질 정도로 지저분하다.


무등산 팔각정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시민의 통행이 빈번한 나무 테크길 곳곳이 틈이 벌어지거나 발이 빠질 정도로 큰 구멍이 나 있어 위험하고, 어떤 나무판자는 일어나 있어 판자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팔각정 내부는 어떨까. 팔각정 출입문 옆 책상 아래는 쓰레기가 가득 담긴 통이 방치되어 있고, 대리석 바닥은 얼룩이 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내부 계단을 통해 올라간 팔각정 맨 위층, A형 사다리가 방치되어 있는 곳을 지나 밖으로 나가면 바닥에는 나뭇잎이 쌓여 있고, 팔각정 지붕 모서리는 여러 곳이 페인트가 벗겨져 있으며, 균열된 모습이 파란 하늘을 대신한다.

팔각정 아래에는 두 개의 건물이 있다. 나무 데크가 끝나는 곳, 창문이 사라진 건물 내부에는 뜯겨나간 철망이 방치되고, 먼지가 쌓인 페인트 통은 화재 발생 위험이 크다. 팔각정 아래 또 다른 건물은 말 동상 맞은편을 통해 모노레일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다. 이 건물은 문이 떨어져 나가고 없어서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다. 이곳 역시 곳곳에 플라스틱통, 깨진 유리 등이 널브러져 있다.


광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지산유원지와 무등산 팔각정을 관리하는 지자체장이나 직원이 한 번이라도 살펴보았다면 이렇게 문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 안전을 위한다면 시급하게 점검 정비를 해야 한다. 민주의 성지이자 문화수도 광주는 안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정규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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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 1년···"공상은 '딴 세상 이야기', 고통 딛고 나아가고 파"
최근 순천시 장천동 카페반에서 만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그는 당시 "여기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몰라 허탈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참담하죠, 항공유 냄새 나던 깊은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게요."젖은 장비를 말리고 근무 투입을 준비하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무전기가 울렸다. '무안공항에 비행기 폭파, 수백 명 사망 추정….'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은 "처음에 상급 부서가 무리한 훈련을 건 것으로 오해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인간이 형언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대형 참사 현장이 주는 압도감이 컸지만 뇌리에 남은 장면은 따로 있다. 작은 어린이 책가방 하나다. 잔해 속에 끼어 있던 가방은 피로 덮여 원래 색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박 소방장은 "아이는 없는데 가방만 유가족께 전해드려야 했던 심정이 (비행기의)철골만큼 무거웠다"며 "이후 두 살도 안 된 딸을 볼 때마다 당시 기억이 떠올라 고통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또 하나의 잔향은 항공유 냄새다. 금속과 토양을 뒤덮은 기름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방화복을 뚫고 피부 틈새로 스며 며칠을 버티듯 남았다. 바닥에 고여 있던 기름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다. 박 소방장은 "희생자를 발견할 때마다 위치를 표시하려 준비했던 깃발이 수백 개였다"며 "폭발 충격으로 유해가 300여m 밖 철조망까지 흩어져 있었고, 파편화된 유해가 너무 많아 한 구역을 끝내기 전에 깃발이 동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고 끔찍한 상황을 술회했다.작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당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등이 동체 꼬리 부분에 크레인을 메달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 /박정빈 소방관 제공그럼에도 현장을 누빈 소방관들은 여전히 자신을 '죄인'으로 느낀다. 유가족이 울며 다가올 때마다 '구조했다'는 표현조차 할 수 없어서다. 이미 숨이 끊긴 육신을 수습한 것에 불과해 무력감과 자책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동료도 가족도 무안공항 참사 직후에는 큰 위로가 될 순 없었다. 누군가 한마디라도 꺼내면 함께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수습 이후 홀로 유가족들이 머물던 텐트촌도 찾았다"며 "유가족을 마주하자 위로의 말조차 건네기 어려웠다. 그분들 앞에선 그저 늘 죄인일 뿐이다"고 했다.우울감이 계속되자 올해 초에는 동료들과 함께 전문 상담가를 찾았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순간에도 사고 현장의 불길과 시린 공기가 폐 깊숙이 남아 있는 듯했고, 입을 여는 즉시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심리치료가 일부 도움이 됐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통념은 여전히 대원들을 옥죄고 있다. 마음의 유약한 면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조직 분위기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사유로 공상(公傷·공무상 재해)을 신청하는 것은 일선에서 '딴 세상 이야기'다. 그는 "공상은 UFO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최근 '광주 대표도서관 참사'가 발생하자 사고 현장에 출동한 박 소방관과 119 구조대원들. /박정빈 소방관 제공현재 그는 순천제일대학교 소방방재과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소방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참사 1년을 맞은 만큼 고통을 딛고 나아가고 싶어서 직책을 맡았다.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은 용맹하게 소리치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두려우면 두렵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용기 있는 자입니다." 자기 자신과 미래 소방관들에게 그는 이렇게 전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본 보도는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2장(15조)에 따라 재난상황의 본질에서 벗어난 흥미위주의 내용, 선정적 설명을 최대한 지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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