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아닌 '하석(夏夕)'···가을 폭염에 시민들 땀 뻘뻘

입력 2024.09.18. 17:36 임창균 기자
곡성 38도…곳곳서 일 최고기온 경신
더위로 바뀐 명절 풍경, “벌초는 언제”
온열질환 사망도…기후따라 풍습 변해야
추석 명절 연휴인 17일 담양 메타프로방스를 찾은 시민들이 폭염특보를 피해 메타세쿼이아길을 걷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도 '가을 폭염'이 이어졌다.

광주·전남 일부 지역의 경우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9월 날씨를 기록하는 등 때아닌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가을까지 이어지는 더위로 인해 추석(秋夕)을 10월 이후 양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18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낮 최고기온은 영광 35.3도, 광주 35.2도, 여수 33.3도 등을 기록했다.

전날인 추석 당일 오후 5시 기준 곡성 낮 최고기온은 38도까지 치솟으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같은 날 구례도 37.4도를 기록했으며 광주는 35.7도, 광양은 35.4도를 기록해 9월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열대야도 기승을 부렸다.

지난 13일 밤부터 18일 아침 사이 전남 지역별로 최저기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완도 금일 28.6도, 여수 거문도 28.5도, 해남 땅끝 28.2도, 강진 27.9도, 순천 27.6도, 목포 27.4도, 광주 26.2도 등이다.

이처럼 가을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올 추석에는 하석(夏夕)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등 추석 풍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추석 전날 가족들과 함께 모여 명절 음식을 만들던 유모(65·여)씨는 올해는 전문점에서 송편을 사고 차례상 음식 역시 간소화했다. "예전 같으면 가족들과 함께 송편 빚고 옆에서 전 지지는 걸 바로 먹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줄였다"며 "더위가 명절의 즐거움 마저 뺏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소 추석을 1주일 전에 성묘를 다녀왔던 박모(59)씨는 조금이라도 선선해지면 벌초하러 가려고 14일 벌초를 다녀오다 더위로 곤욕을 치렀다. 박씨는 "9월 초까지 너무 더워서 한 주 미룬 건데 벌이나 뱀이 아니라 더위가 문제일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도 추석에 이렇게 더우면 벌초나 성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실제 벌초를 하러 갔다가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례도 발생했다.

본격적인 연휴 시작 전 이동을 시작하는 13일부터 추석 당일까지 광주는 1명, 전남은 1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이중 지난 13일 장흥군 관산읍에서 벌초를 하던 A(34)씨는 탈수와 심정지 증세를 보여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앞서 10일 신안에서도 80대 남성이 주택 앞마당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졌는데 최근 5년간 광주·전남에서 9월에 사망한 온열질환자는 없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추석인 음력 8월15일에 더는 여름 농사일을 마치고 추수 전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을 이어가기 힘든 만큼 추석을 10월 이후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일고 있다.

시민 김모(32)씨는 "추석 연휴 내내 한 여름같은 날씨가 이어져서 우리나라 기후 자체가 아예 바뀐 것 같다"며 "이제 기후 변화에 맞춰서 추석도 음력 기준이 아니라 조금 더 선선한 양력 9월 말이나 10월 초로 옮기면 좋겠다"고 했다.

주부 정모(58·여)씨는 "올핸 명절 음식을 하는 내내 에어컨을 틀어놓았다"며 "더위 때문인지 차례상에 올린 음식 중에 올해 수확한 것을 구입하지 못한 것도 있다. 이미 추석의 의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더위에 맞춰 명절 풍습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청은 오는 19일 비가 온 뒤로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같은 더위는 당분간 이어지다 오는 19일 오후부터 22일까지 비가 내리면서 차차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전망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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