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얻은 폐교, 멈춰 선 폐교

입력 2025.10.15. 18:43 최류빈 기자
2023년 전남 폐교 총 707곳 중 28%인 203곳은 방치 토지
무안군 60억원 들여 작년 준공 목표로 옛 무안고 리모델링
내진문제 등 내부 안전성 문제 뒤늦게 불거져 개관 지연
몽탄북초 밀리터리·남초 전통생활문화파크 등 성공사례도
옛 무안고 전경. 해당 공간은 작년 옛 무안고 문화재생사업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인 '무안문화공간 205'로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내진설계 미흡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13일 오후 찾은 학교는 철골 구조물과 나무 강판, 칠이 벗겨진 외벽과 담쟁이넝쿨, 파손된 외벽 등이 눈에 들어왔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학교와 바로 인접한 뒷산에 사유지라서 협의가 어려운 묘지가 여러 개 군집해 있다. 복합문화공간 바로 뒤에 묘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풍경이 연출된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전남지역 인구감소로 인해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폐교 활용을 둘러싼 희비가 갈리고 있다. 폐교를 예술 공간으로 되살리는 문화재생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성공·실패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1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무안군은 지난 2022년부터 사업비 총 60억원(국비 30·지방비 30)을 들여 '옛 무안고 문화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초기 전담 인력을 채용하고 지난해 '무안문화공간 205'를 개관할 계획이었으나 각종 인허가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다.

일정 차질 문제는 무안고 내부 어린이도서관 건립 과정에서 빚어졌다. 노후 건물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 학교 시설 전체가 뒤늦게 내진설계 재심사 대상으로 포함되면서다. 자연스레 전남도의 투자심사 기간(4년)마저 초과해 지난 7월 재심사를 거쳐야 했고 공사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같은 날 찾은 무안생활전통테마파크는 2021년 몽탄남초등학교를 문화 복합시설로 탈바꿈시켜 운영하고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당초 무안문화공간 205는 지역 인구감소와 폐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문화플랫폼이자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힐 거점으로 기대를 모았다. 총 3층 규모로 1층에 지역작가 갤러리·예술 스튜디오, 2층에 영어교실 원형을 살린 문화예술 갤러리 카페·문화예술정보 교육공간과 퍼포먼스룸·영상창작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특히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문화재단이 없는 무안군은 3층에 무안군문화재단을 입점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학교 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무안생활전통테마파크

무안군이 옛 무안고가 노후건축물이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사업을 추진했다면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성공한 사례도 있다. 무안군은 지난 2018년 5월 몽탄북초등학교를 '밀리터리 테마파크 호국안보전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외부 전시 공간에는 거대한 C-123K 수송선 등 대형 비행선과 탱크 전시돼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실제 운용되었던 군용기들을 교육 목적으로 재구성해 전시한 것이다.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 들어서게 될 1층 내부 모습.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내부에는 유격 훈련장을 비롯해 서바이벌 체험장, 스크린 사격체험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DMZ 지뢰 폭발 사건이나 6·25 전쟁사, 호국안보 전시관 등 의미 있는 콘텐츠들도 채워져 있다.

지역 특색을 살려 전통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도 이목을 끈다. 무안군은 2021년 몽탄남초등학교를 '전통생활문화테마파크'로 탈바꿈시켜 지역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폐교를 활용한 예술공간 조성사업이 활발하지만 같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마저 희비가 엇갈리면서 보다 신중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찾은 '밀리터리 테마파크 호국안보전시관'은 폐교인 몽탄북초등학교를 2018년 5월 리모델링한 뒤 개관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호국안보전시관에 전시돼 있는 군용 장비들의 모습.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이에 대해 무안군 지적과 관계자는 "옛 무안고 내 전체 시설이 내진설계 대상으로 뒤늦게 밝혀져 완공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중순 개관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안 최초 지역문화재단을 비롯해 지역 예술가들이 활동하게 될 공간인 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 군민을 만족시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3년 기준 전남 22개 시·군의 폐교는 총 707곳이다. 이 중 467곳은 경작지, 33곳은 실습지, 4곳은 학교림 용도로 쓰이고 있다. 다만 전체 28%(203곳) 폐교는 특정 용도로 활용되지 않아 사실상 '무료 노상 주차장'으로 방치돼 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무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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