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흡수못해 장애물 역할
정부 비공개 보고서 담겨
유가족 "조사 독립성·공정성 훼손"

사고 현장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정부 내부 보고서가 확인됐다. 정부는 해당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비공개로 분류한 채 외부 공개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비공개 보고서에는 사고 당시 인명 피해가 급격히 커진 핵심 원인으로 현장 구조물 설치 문제가 명시돼 있다. 보고서는 "충돌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감속과 충격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물 미설치 또는 완충 설계가 적용됐을 경우 생존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사고 시뮬레이션과 현장 재현 분석을 토대로 작성됐다. 특히 차량(또는 장비·운송수단)이 둔덕과 직접 충돌하며 에너지가 한 지점에 집중됐고, 이로 인해 탑승 공간이 순식간에 붕괴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둔덕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형태로 설치돼 사실상 '장애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공식 발표 자료나 브리핑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사고 원인 설명 과정에서도 구조물 설치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배제됐고, 관리 주체의 책임 여부 역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관리 책임 문제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한 안전 분야 전문가는 "완충 설계가 기본 원칙인 구간에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했다면 명백한 안전 설계 위반 소지가 있다"며 "보고서를 비공개로 묶어둔 것은 2차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보고서는 내부 검토 자료로 최종 결론이 아니다"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고서에 담긴 핵심 문구와 분석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이나 해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다. 국토교통부 발주 연구용역 보고서는 이번 참사가 결코 불가항력적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보고서가 1년 넘게 유가족에게 단 한 줄도 공개되지 않았고, 조사 과정 전반에서 정보가 차단됐다. 이는 단순한 행정 미흡을 넘어 조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깜깜이 조사와 정보 은폐에 대한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즉각 사과, 현재까지의 모든 조사 자료 공개, 국정조사를 통한 둔덕 설치 경위와 관리책임 등 복합적 사고 원인 전반을 명백히 규명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고재승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유가족들은 참사 초기부터 중대한 문제를 일관되게 제기해 왔다. 살릴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을 그동안 부인해 오다가 국정조사를 앞두고 뒤늦게 발표한 점은 매우 유감이며, 그 의도도 의심스럽다"며 "국정감사에서 둔덕뿐 아니라 여러 외적인 요인인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다뤄지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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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 항소심도 손배 승소
광주고등법원 전경. 무등일보DB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광주지역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첫 항소심 소송에서 승소했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의영)는 지난 22일 최아무개씨 등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1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어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을 유지했다.앞서 1심은 2024년 2월 유족에게 1천900만~1억원을 미쓰비시쪽이 각각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미쓰비시중공업과 원고들은 보상금 규모, 책임 소재 등에 대해 불복해 쌍방 항소했었다.원고들은 지난 1944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유족이다. 소송은 지난 2019년 4월29일 제기했으나 미쓰비시가 소송에 응하지 않아 2020년 7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다. 미쓰비시쪽은 1심 재판부가 피고쪽 대리인이 없는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는 궐석 재판을 예고하자 뒤늦게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며 재판이 진행될 수 있었다. 소송 제기 당시 생존피해자 이영순씨가 참여했지만 같은 해 7월 세상을 떠나며 승소를 지켜보지 못했다.이번 결과로 광주·전남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소송에 탄력을 붙을 것으로 보인다.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을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고 이춘식 할아버지,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2018년 10∼11월 대법원에서 손해배상소송을 승소하자 광주·전남 피해자들을 추가 확인해 2019년 4월∼2020년 1월 2차 소송에 나섰다. 2차 소송은 모두 15건에 원고 87명이 참여했다. 이 중 2건은 원고 패소 확정됐으며 4건은 1심, 8건은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미쓰비시쪽이 불복해 대법 판단을 받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2차 소송 항소심 첫 승소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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