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안착을 지원하겠다면서 결국 반도체 예산을 통합 지원금에 끼워 넣어, 정부 정책 의지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광주특별시 지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매년 5조씩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 제공을 공식 확정했다. 총 5조원 중 4조3천500억원은 신설되는 ‘통합지방정부지원기금’으로 출연한다. 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에 ‘통합지방정부지원기금’의 설치·운용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재정인센티브가 5극 3특 구현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금 운용 실태도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이중 1조5천억원이 반도체 관련 예산으로 지정돼 있고, 6천500억원은 광주특별시로 이관되는 특별지방행정기관 등의 사무와 연계 지원될 예정이다. 결국 광주특별시장이 성장동력 확충 등에 쓸 여지는 총 5조원 중 2조 8천500억 원이 전부다. 2조 8천억원이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5조원이라는 대외적 예산이 비추는 그림자에 비해서는 턱없는 비중이다. 그럼에도 한 총리는 ‘지방 주도 성장의 모범 사례이자 남부권 발전을 이끄는 중심축’이라고 자찬했다. 광주특별시도 전폭적 지원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전략 사업의 예산을 행정통합의 대가로 주는 특별 인센티브 재원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문제가심각하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가 “반도체 투자의 필요성과 그 비용을 통합 지원금에서 충당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20조 원은 지역의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한 배경이다. 정부가 반도체 예산을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행태는 중앙정부 정책 예산을 인센티브로 포장해 생색을 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허울만 20조 원일 뿐, 반도체 관련 6조 원을 덜어내면 실질적 재정 여력은 대폭 축소된다.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지방분권과 광역 행정통합의 성패는 결국 실질적인 재정 주권에 달려 있다. 정부 국책 사업 예산을 인센티브에 끼워 넣은 꼼수 재정을 지방 주도 맞춤형 성장의 마중물이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정부의 압도적이고 실질적 지원을 기대했던 지역민들로서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광역행정통합이라는 전대미문의 길을 걷는 광주특별시민들의 결단이 비수도권 경쟁력 강화로, 국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효적인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한다. 꼼수 재정으로 어찌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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