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이 광역 행정통합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이 그 최전선에 서 있다. 광주·전남이 또 한번 국가의 미래를 가늠할 중대한 역할을 자처하는 양상이다. 지난 산업사회에서 배제됐던 이 땅이 21세기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이번에는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각오가 지역사회에 공유되고 있다.
다른 한편 이 결단의 이면에는 해소되지 않은 불안 또한 공존한다. 대전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지난 진보정권의 무책임과 무능에 지역민들의 예의염치가 더해지며 정부정책이 선전용으로 전락했던 과오, 그 피해의식이 지역사회를 다시 덮칠까 우려된다. 역대 진보정권이 추진한 지역균형발전 담론은 제도도 재정도 뒷받침되지 못한 채 구호와 상징에 그쳤다. 정책은 대부분 발표로 끝났고, 그 공백의 비용은 지역이 감당해야 했다. 9일 청와대 회동이, 정부 발표가 주목되는 이유다.
광주·전남 통합 논의는 속도와 지역사회 공감대에서 주목된다. 양 시·도 단체장은 '전국 첫 통합 모델'을 내걸고 전력 질주하고 있고, 지역 여론 역시 압도적이다. 통합 찬성이 70%에 육박하고 시민사회와 종교계, 학계 등 각계각층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지역 시·도 통합 논의는 타 지역을 앞지르고 있다. 부·울·경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가장 앞서 통합을 추진하며 구체적으로 내달려오고 있었고, 지난 가을 출발한 대전·충남도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다. 광주·전남은 이들에 비해 늦었지만 지역사회의 압도적 호응 속에 가장 앞선 위치에 서 있다. 다만 저간의 피해의식과 박탈감에,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에, 퇴행적 논쟁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여전하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요구되는 이유다.
더 큰 의미는 광주·전남의 시대적 흐름이다. 이번 시·도 통합은 행정적효율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 지역은 국가 AI 데이터 센터와 AI 컴퓨팅 센터가 집적했거나 할 예정이고, 한국전력공사와 한전공대 등 에너지 기반이 탄탄한데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생에너지 지역으로 21세기 ESG경쟁력을 자랑 한다. 전남의 에너지와 광주 AI의 결합이 불러올 시너지는 타 지역과 비교불가다. 미래 핵심 동력인 에너지와 AI는 타 지역을 압도하는 독보적 경쟁력을 자랑 한다. 이러한 융합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스마트 에너지-AI 거점으로서의 가능성도 크다. 통합이 지역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최적의 환경일 것이란 기대감,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인센티브 등이 지역민 선택을 촉발하고 있다.
핵심은 이 가능성, 미래를 어떻게 실행 가능전략으로 끌어올리는 가다. 앞서 지적한 데로 수차례 정권을 거치며 '따로', 각자도생으로 내몰려온 광주·전남이 기대와 가능성만으로 미래를 감당하기에는 상처가 깊다. 이번 청와대 회동이 중요한 배경이다. 다행히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호남과 충청의 통합단체장 선출 가능성을 언급했고,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회동 후 통합 속도를 엄청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실의 인식과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이제 관건은 실행이다.
지역 정치권과 정부 책임이 크다. 지역은 이익계산을 넘어 백년지대계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통합 선택 지역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응답을 내놓아야 한다.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은 물론,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파격적 인센티브 패키지에 대한 현실적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말뿐인 지원으로는 통합의 동력을 유지할 수 없다. 실질이 없으면 신뢰도 없다.
다시 강조하건대, 수도권 블랙홀은 비수도권 뿐 아니라 국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앙이다. 행정통합은 '5극3특'으로 가는 핵심 징검다리이자, 수도권 블랙홀이라는 구조적 병폐를 타개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현재적 대안이다. 광주·전남이 또 다시 엄청난 모험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하여, 혹여 있을 특정 정파의 전근대적 갈라치기나 낡은 지역주의 공격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정책 의지, 이를 제도와 재정으로 명시한 현실적 인센티브를 당부한다. 이번 청와대 회동이 의례를 넘어, 광주·전남이 미래 국가 전략의 전면에 서는 역사적 변곡점이 되길 기대한다. 광주·전남 통합은 강요되지 않은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 무겁다. 정부가 요청하기 전에 지역이 먼저 응답했다는 사실은, 이 통합이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구조 전환에 대한 절박한 결단임을 보여준다. 선도 모델을 자처한 지역이 실패의 부담까지 홀로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성공의 조건을 국가가 함께 설계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균형발전의 책무요 선순환의 지속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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