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기억을 지키는 일, 내란극복 정부의 책무

@무등일보 입력 2025.09.11. 18:07

12.12쿠데타 주역인 전 노태우 대통령 장남 노재현씨의 주중대사 내정 보도에 5·18 관련 단체가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 기념재단은 성명을 통해 "학살 책임자의 직계 가족을 외교 요직에 임명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킨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정부의 주중대사 내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오월 단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번 인사는 이재명 정부의 자기모순이자 민주주의의 기억에 대한 시험이다.

오늘 민주정부가 선 자리가 국가폭력의 희생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을 내란 정국에서 국회와, 온 국민이, 대통령까지 언명했다는 점에서, '학살자의 직계 가족'을 중국 대사로 임명한 것은 이 정부와 대통령의 자기부정이다.

외교 최고위직은 단순한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국가가 대외적으로 내거는 가치의 표지다.

주중 대사에 대한 가해 권력의 직계 가족 임명 반대는, 하찮은 연좌제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중심의 정의라는 최소 원칙과 충돌한다.

더구나 주중대사는 대국의 전략·경제·안보를 다루며 인권·역사 문제를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자리다. 상징과 메시지가 협상의 반이다. 우리 스스로 역사 정의의 기준을 흐리면서 대외 현안에서 어떻게 가치 외교를 펼쳐가겠다는 건가.

인사는 정책의 첫 문장이다. 공직자 인사 검증 항목에 과거사·인권 감수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할 지경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혈통 심판이 아니라, 현재의 윤리와 책임이다. 그 원칙을 흔드는 것은 국가책임을 전가하는, 또 다른 폭력이다. 민주 정부라면 그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 이것이 국가 품격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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