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열돔', 피할수 없는 짓눌린 삶의 무게

입력 2025.07.09. 19:44 선정태 기자
■폭염 속 사투 벌이는 서민들- 프롤로그
광주전남 11일째 폭염 경보
35도는 기본이고 40도 넘어
벌써 온열질환자 80여명
선풍기·에어컨 엄두 못내
쪽방촌·배달·폐지 노인 등
생계위해 목숨내놓고 일해
폭염 속에 도로 공사 중인 인부들. AI 생성 이미지.

지난 7일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는 작은 더위, 소서였지만 광주·전남은 지난달 29일부터 벌써 11일째 연속 폭염경보가 발령 중이다. 같은 날 경기도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는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지난 1994년의 기록적인 더위를 비롯해 2016년, 2018년의 폭염은 이례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의 불볕더위는 이제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일상으로 인식될, '뉴노멀'이 됐다.

35도는 기본으로, 40도까지 넘어버린 폭염으로 농작물과 수산물의 피해도 늘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 잡겠다'는 통곡이 여기저기 쏟아지고 있다.

살인 폭염 속에 주문을 배달하고 있는 오토바이 배달부들. AI생성 이미지.

이는 단순히 힘들다는 엄살이 아니다. 연일 무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지역 온열환자 발생 일자나 환자 수는 예년보다 더 빠르고 더 많아졌다.

전남대병원이 9일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온열환자는 2022년 2명, 2023년 4명, 지난해 10명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병원측은 지난해에는 첫 온열환자가 7월 25일에 발생했지만, 올해는 6월 28일에 첫 환자가 발생하는 등 지난해에 비해 1개월 가량 빨라졌다고 밝혔다.

A(64)씨는 지난 달 28일 오후 3시께 야외작업 도중 헛소리를 한다며 동료가 신고해 119구급차를 타고 이송됐으며, B(88)씨도 지난 5일 오후 농사일을 한 후 집 마당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올해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벌써 80명에 육박했다. 전국적으로도 977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배 넘는 수치다.

'살인폭염'이 계속되면서 김민석 신임 국무총리는 지난 4일 폭염 취약계층 보호대책을 전면 재점검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린 데 이어 광주시와 전남도 역시 하루에도 10 차례 이상 단독 작업 금지, 낮 시간대 영농작업 금지, 수분섭취와 휴식, 그늘에서 쉬기 등 안전 수칙을 지켜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내보내고 지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수의 시도민은 여전히 시원한 선풍기나 에어컨을 쐬는 게 사치일 정도로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짐에 따라 지역 주요 건설현장 82개소를 대상으로 폭염 대비 안전관리 실태 점검을 했다.

특히 낡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 좁은 방에서 무더위와 열대야를 견뎌야 하는 쪽방촌 사람들을 비롯해 파라솔로 직사광선만 겨우 피한 채 한낮의 찌는 듯한 열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장사하는 재래시장 노점상인들, 쏟아지는 택배에 밤낮없이 배달하는 택배기사와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껍고 긴 옷을 입고 주문된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 등 이동노동자들, 뙤약볕 속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철근을 이고 현장을 오가는 근로 근로자들, 시민들에게 시원함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실외기를 설치하는 설치 기사들이 대표적으로 폭염대책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다.

폭염이 1일씩 연속될 때마다 온열질환 발생은 148.3건, 사망은 1.58건씩 늘어난다. 또 가장 더울 때인 오후 1~2시 이후부터 온열로 인한 사망이 증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광주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9일 광주 서구청 기후환경과 대기보전팀 직원들이 서구청사 인근 도로에서 살수차를 이용해 도로의 지열을 식히고 있다. 광주 서구 제공

연일 줄어들지 않는 폭염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말 그대로 생업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20대의 건장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해 8월에는 장성에서 학교 급식실 에어컨을 설치하던 20대 청년이 온열 질환 증세를 호소하다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해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본보는 계속되는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사람들의 상황과 목소리를 담아,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촘촘한 대책 마련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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