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11일째 폭염 경보
35도는 기본이고 40도 넘어
벌써 온열질환자 80여명
선풍기·에어컨 엄두 못내
쪽방촌·배달·폐지 노인 등
생계위해 목숨내놓고 일해

지난 7일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는 작은 더위, 소서였지만 광주·전남은 지난달 29일부터 벌써 11일째 연속 폭염경보가 발령 중이다. 같은 날 경기도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는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지난 1994년의 기록적인 더위를 비롯해 2016년, 2018년의 폭염은 이례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의 불볕더위는 이제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일상으로 인식될, '뉴노멀'이 됐다.
35도는 기본으로, 40도까지 넘어버린 폭염으로 농작물과 수산물의 피해도 늘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 잡겠다'는 통곡이 여기저기 쏟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힘들다는 엄살이 아니다. 연일 무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지역 온열환자 발생 일자나 환자 수는 예년보다 더 빠르고 더 많아졌다.
전남대병원이 9일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온열환자는 2022년 2명, 2023년 4명, 지난해 10명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병원측은 지난해에는 첫 온열환자가 7월 25일에 발생했지만, 올해는 6월 28일에 첫 환자가 발생하는 등 지난해에 비해 1개월 가량 빨라졌다고 밝혔다.
A(64)씨는 지난 달 28일 오후 3시께 야외작업 도중 헛소리를 한다며 동료가 신고해 119구급차를 타고 이송됐으며, B(88)씨도 지난 5일 오후 농사일을 한 후 집 마당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올해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벌써 80명에 육박했다. 전국적으로도 977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배 넘는 수치다.
'살인폭염'이 계속되면서 김민석 신임 국무총리는 지난 4일 폭염 취약계층 보호대책을 전면 재점검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린 데 이어 광주시와 전남도 역시 하루에도 10 차례 이상 단독 작업 금지, 낮 시간대 영농작업 금지, 수분섭취와 휴식, 그늘에서 쉬기 등 안전 수칙을 지켜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내보내고 지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수의 시도민은 여전히 시원한 선풍기나 에어컨을 쐬는 게 사치일 정도로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낡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 좁은 방에서 무더위와 열대야를 견뎌야 하는 쪽방촌 사람들을 비롯해 파라솔로 직사광선만 겨우 피한 채 한낮의 찌는 듯한 열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장사하는 재래시장 노점상인들, 쏟아지는 택배에 밤낮없이 배달하는 택배기사와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껍고 긴 옷을 입고 주문된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 등 이동노동자들, 뙤약볕 속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철근을 이고 현장을 오가는 근로 근로자들, 시민들에게 시원함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실외기를 설치하는 설치 기사들이 대표적으로 폭염대책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다.
폭염이 1일씩 연속될 때마다 온열질환 발생은 148.3건, 사망은 1.58건씩 늘어난다. 또 가장 더울 때인 오후 1~2시 이후부터 온열로 인한 사망이 증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일 줄어들지 않는 폭염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말 그대로 생업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20대의 건장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해 8월에는 장성에서 학교 급식실 에어컨을 설치하던 20대 청년이 온열 질환 증세를 호소하다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해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본보는 계속되는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사람들의 상황과 목소리를 담아,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촘촘한 대책 마련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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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폭염 대책 현장에서는 무의미···쉬게 하는 강제성 도입해야
광주 남구 주월동의 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작업 중 더위를 달래기 위해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연일 최고 온도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의 폭염 대책이 탁상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특히 야외노동자나 폭염 취약계층의 경우 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어 지자체 권고 사항에 대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28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5월 26일부터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시는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게 재난도우미를 활용한 안부전화하기와 현장방문 및 건강한 여름나기 안내, 지원물품 제공 등 폭염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외 노동자들에게는 '2시간 작업, 20분 휴식' 권고와 냉방시설과 냉수·쿨링용품 구비, 이동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쉼터 쿠폰 지급사업' 등을 진행 하고 있다. 전남도도 지난달 5일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해 드론 순찰 활동 강화와 무더위쉼터 확대 운영을 시행하며 '2시간 작업, 2시간 휴식' 등도 권고하고 있다.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폭염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실제 취약계층의 경우 집주인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에어컨을 켜는 것 조차 힘들고,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기가 어렵다. 집 밖을 나가자니 무더위 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사람의 왕래가 잦은 은행이나 대형병원에서도 눈치가 보이고, 회원 가입이 어려운 경로당 이용은 그림의 떡이다.농가의 경우 여름철이 수확철이거나 수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계절인 만큼 '2시간 노동, 20분 휴식' 등의 폭염 대책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주로 혼자가 아닌 국내·외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더욱 쉴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노동자 일당과 식사를 포함 1인당 하루 15~20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투입되는 만큼, 무더위 속에서도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건설 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마련한 '폭염 5대 안전 수칙(시원한 물 제공·냉방장치 설치·휴식(2시간 마다 20분 이상)·보냉장구 지급·119 신고)'도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이다보니 대부분의 야외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각 자치구에서도 건설현장에 공문을 보내거나 현장 방문을 통해 수칙을 지킬 것을 매번 당부하고 있지만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낮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지난 11일 나주 노안면의 한 담배밭에서 작업하던 홍광순씨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동노동자들 역시 이들을 위한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배달 건당으로 임금을 받는 구조이니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에 폭염 대책을 지키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이에 현장에서는 강제성을 띤 폭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력하게 처벌받은 사업주가 있었느냐"며 "폭염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을 정부가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관계자도 "날씨가 무덥다고 하더라도 농업의 특성상 여름이 대목이라 일을 아예 안할수도, 중간에 쉬면서 할 수도 없다. 읍·면장 등이 한낮에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이 일 욕심을 내면 그것 또한 강제할 수 없다"며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촌에서 온열질환자가발생하지 않도록 물이나 필요 물품 등을 지급해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선례가 없었기에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지난 10일 오전 광주 북구 매곡동에서 땡볕 더위에 평상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 서상순(83)씨. 차솔빈 기자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관계자는 "조선업, 제철소, 대형 회사 구내식당, 농업 등 업종별로도 다르고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정규직 등 직군에 의해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이 아닌 세분화된 강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는 임의조사나 샘플링 조사 등 각 현장마다 조사를 진행해 폭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지난 26일 기준 광주에서는 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전남에서는 173명이 온열질환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다행히 없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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