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은 협상 설계 총괄, 김정관은 현장 지휘로 협상 완성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중심에 선 두명의 전남 출신 인물이 주목받고 있다.
무안 출신으로 광주대동고를 졸업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장성에서 태어나 광주동산국민학교와 동신중, 광주제일고를 거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그 주인공.
한 사람은 협상의 틀을 설계했고, 다른 한 사람은 현장에서 이를 완성시켰다.
이들의 투톱 리더십이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합의와 자동차 관세 인하라는 중대한 외교·통상적 결실을 만들어냈다.
김용범 실장은 협상 전 과정을 총괄한 '협상의 설계자'였다.
그는 "단순한 재정 투입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기반형 투자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협상 초기부터 실리와 지속 가능성을 병행하는 전략을 세웠다.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협상을 직접 조율하며 투자금의 구성·집행 속도·위험 분산을 설계했다.
2천억 달러는 현금 투자, 1천500억 달러는 조선 및 첨단산업 협력 방식으로 구성하되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 달러로 제한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자는 제안을 내놨을 때도 그는 "즉흥적 합의는 장기 리스크를 키운다"며 충분한 조건 확보 전까지 결정을 미뤘다.
'고율 관세를 감내하더라도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기류를 주도하며 협상의 균형점을 잡았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를 긴밀히 묶어 "투자와 관세를 분리하지 말고, 신뢰 기반의 통상 틀을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일관되게 전달했다.
그의 접근은 단순한 통상협상이 아니라 정책·시장·외교를 포괄한 '종합적 협상 전략'으로 평가된다.
김 실장은 미국 내 우리 기업인 구금 사건과 비자 제도 불합리 등 민감한 사안에도 직접 항의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투자와 인권, 제도적 신뢰는 하나의 패키지"라는 그의 원칙은 경제협상의 외연을 제도·인권 협력으로 확장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김 실장이 협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각 부처를 조율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과 APEC 일정을 연계해 데드라인 중심 전략을 세우고 실무 협상을 정밀하게 관리했다.
김정관 장관은 협상 현장을 지휘했다.
취임 이틀 만에 미국으로 향해 협상의 주춧돌을 놓았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무박 2일' 회담을 포함해 교착 국면에서도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끝장 담판을 이어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김정관 장관은 훌륭한 분이자 아주 까다로운 협상가"라며 "조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동시에 한국 협상단의 강경한 협상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장관은 협상 과정에서 'MASGA 프로젝트(Mutually Advanced Strategic Growth Alliance)'를 제시해 미국을 설득했다.
그 결과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반도체·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터프하게 오가며 책상을 치기도 했다"며 "역사적 책무의식으로 국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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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이어 정청래도 광주행···"당정대 관계 흔들림 없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이현행기자
집권 여당 거물급 정치인들의 광주 민심 구애가 본격화 되고 있다. 광주로 상징되는 호남권은 민주당 계열 진보·개혁 진영의 핵심 지지 지역이다. 대선·총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 역할도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잇단 방문에 이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광주를 찾았다. '대의원 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좌초되며 리더십에 흠집을 입은 정 대표가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이 밀집한 호남을 방문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렸다.민주당은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호남발전특별위원회(이하 호남특위) 성과보고회를 잇달아 열었다. 특히 정 대표는 성과보고회 이후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 김민석 총리와의 대결구도와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갈등설을 의식한 듯 전날 김병기 원내대표와 함께 한 이대통령과의 만찬 내용을 공유했다. 정 대표는 "언론에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기하는데 실제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다. 아무리 우리를 갈라놓으려 해도 우리는 찰떡궁합"이라며 "대통령께 호남특위 내용을 보고드렸을 때 지지와 격려, 응원이 있었고, 그 덕에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대 간 원보이스 조율을 통해 호남발전특위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호남 발전을 위한 성과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그 공은 모두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고 덧붙였다.지역 정치권에선 정 대표의 광주행에 대해 여러 뒷말을 낳았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4일 등 최근 두 차례나 광주를 방문한 김민석 총리 견제와 '1인 1표제' 부결에 따른 호남 당원 민심 다잡기 등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제21차 당무위원회의에서 기존 당헌 개정안에서 '반발짝' 물러난 수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 고수한 100% 권리당원 경선 대신 시·군 등 기초 지자체 비례대표에 한해 상무위원 50%, 권리당원 50%로 투표 반영률을 수정했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15일 중앙위원회 재의결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1인 1표제 부결로 입은 상처를 회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광주행을 단순한 성과보고회보다 수정안 재의결을 위한 물밑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대표와 김 총리간 불편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반대 기류를 잠재우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김미남 청와대 전 행정관은 "최근 제기된 총리 견제설 등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일정상 김 총리 방문과 가까워 나올 수 있는 해석이지만 현장 최고위와 호남특위 성과보고회가 광주에서 열리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다만 최근 1인 1표제 부결에 따라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호남을 방문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그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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