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평화·통일 담론 전면적 재검토 필요"

입력 2024.09.19. 20:03 이예지 기자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기념식]
한국, 대화 선도 노력·한미 협상 공조 필요
강기정 시장 “세계양궁대회 北 참가” 요청
2024 한반도 형화공동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평화, 가야할 그날 주제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전남 기념식이 19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섬에 따라 기존의 평화 담론과 통일 담론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인사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념식은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강기정 광주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이종석·김연철·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임동훈·서훈 전 국정원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한반도 상황이 무척 엄중하고 위태롭다. 9·19 군사합의가 폐기됐고, 남북간 오물풍선, 대북확성기방송과 같은 비군사적 행태의 충돌이 시작됐다"며 "남북한 양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 이후 새정부가 출범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소외되지 않으려면 먼저 대화를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은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 보유국의 지위를 주장하는 등 달라진 협상 전략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상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2024 한반도 형화공동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평화, 가야할 그날 주제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전남 기념식이 19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 강기정 광주시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동연 경기도 지사, 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등과 함께 기념식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문 전 대통령은 "기존의 평화 담론과 통일 담론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시민들이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임 전 비서실장은 기념사를 통해 통일이 아닌 남북이 서로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북한은 연초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공식 규정했다. 남쪽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남사업기구들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며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두고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없애고 헌법 3조 영토 조항 삭제,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등을 제언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충분히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간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다음에 통일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2024 광주 평화선언'에 나선 강기정 광주시장은 "2018년 체결된 9·19군사합의 파기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남과 북은 전쟁 없는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던 2018년의 선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2025광주세계양궁대회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참가를 공식 요청했다.

강 시장은 "내년에 광주에서 열리는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을 초청하기 위해 세계양궁협회와 교황청, 우리 정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북한 참여를 통한 '한반도·세계 평화의 빛'이 광주에서 쏘아올려지기를 기원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정숙 여사 등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찾아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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