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불투수 면적 2배 증가, 콘크리트 뒤덮어
서방·용봉천 일대 투수층 줄어들며 '도시홍수' 원인
'물순환' 조례에도 불구 관리·비용 이유로 외면 지속
향후 폭염·열섬 대응 위한 생태하천 복원 선제 조건
올여름 광주를 덮친 최악의 침수 피해는 행정 당국이 무분별하게 '불투수층' 포장으로 도심을 뒤덮어버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천 중·상류 일대가 '불투수층' 아스콘으로 포장되면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 틈이 사라지고, 그 결과 집중호우 때 빗물이 일시적으로 우수관로로 쏟아져 하류에서 역류·범람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도시홍수 대응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복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도심에서 투수층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 불투수율 26%…30년 새 두 배 ↑
환경부 환경공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광주 불투수 면적은 498.36 ㎢ 중 128.59㎢로 전체의 25.8%에 달한다. 자치구별로는 서구가 43.12%(20.49㎢)로 가장 높고, 남구 28.96%, 북구 26.26%, 광산구 22.86%, 동구 17.29% 순이다.
광주 불투수 면적 비율은 1990년 12%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20%를 넘더니 2020년대 들어서는 26%로 급증했다. 30년만에 2배가 넘게 증가한 셈이다. 광주는 농촌 지역과 산림지역을 다수 포함한 도농복합도시라는 점에서 실제 도심지 대부분이 불투수층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계림1동(80.97%), 충장동(80.57%), 농성2동(80.13%), 화정1동(78.98%), 동명동(78.56%), 지산1동(78.51%) 등 녹지가 거의 없는 구도심의 경우 불투수 면적 비율이 80%를 넘었다. 특히 이곳들은 광주천 지류 하천이 많았지만 1970년대 이후 광주천 본천을 제외한 대부분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으면서 불투수층 면적이 급격히 많아졌다. 광주 복개하천은 1987년 경양지천을 시작으로 1991년 동계천, 1992년 서방천, 1994년 극락천, 1997년 용봉천, 2000년 양산천 일부 복개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빗물이 스며들 틈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도심 전역이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빗물이 모두 우수관로로 쏟아진다. 빗물이 일시에 쏟아지면 병목현상으로 인해 역류가 발생하면서 침수가 이어진다.
특히 현재 광주 동구와 북구, 남구 등 구도심 일대의 빗물은 모두 광주천으로 흘러간다. 집중호우 때 광주천은 가뜩이나 무등산에서 흘러나온 빗물로 수위가 상당하다. 광주 도심에 쏟아지는 빗물이 우수관로를 통해 광주천으로 흘러들어옴에 따라 광주천과 우수관로의 수위가 같아지고, 압력 차가 발생하면서 우수관로 기능은 먹통이 된다. 집중호우 때마다 광주 전역에서 도시 홍수가 발생하는 이유다.

◆행정, 관리 편의·비용에 매몰…투수 포장 '외면'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광주의 불투수 면적이 도시홍수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진흥원이 지난 7월 기록적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분석한 결과, 불투수지역과 홍수우려지역이 중첩된 도심과 하천 인근에 도시홍수가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연구원 또한 지난해 7월 '광주 도시홍수 재해 현황 및 대응 방향' 보고서를 내고 불투수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연구원은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면 향상이 물순환 건전성을 왜곡해 집중호우 시 빗물의 토양 침투를 제한하고 표면 유출로 인해 저지대 침수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광주의 불투수 면적은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전국 특광역시 중 3번째로 높았다. 광주 전체 행정동 96개 중 42개 행정동이 불투수 면적 비율이 50%를 넘었다. 특히 올해 침수 피해가 컸던 북구지역 행정동의 불투수 면적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연구원은 기후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항구적으로 도시홍수 재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물순환 관점'에서 저영향기법(LID), 자연기반해법(NBS) 도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투수층 포장, 복개하천 복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가들의 경고와 달리 광주 행정 당국은 투수층 면적 확대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투수 기능이 있는 보도블럭 등을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아스콘으로 바꾸는 추세다. 투수 포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저하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관리 편의성과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투수성 블록은 1㎡당 2만4천3만700원으로 일반 블록(6천800원1만원)보다 3~4배 비싸다.
실제 무등일보 취재진이 지난 7월 침수피해가 컸던 용봉동·중흥동 일대를 살펴본 결과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성 포장으로만 이뤄졌다.
특히 '지반 침하' 등의 우려가 있는 차도를 제외하고서라도 일반 주택가와 인도 등 투수 포장이 권장되는 곳조차도 불투수 아스콘으로 덮인 모습이었다. '아스콘 스탬프'(무늬 아스콘) 포장은 마치 보도블럭처럼 보여, 빗물이 스며들 것처럼 착각하게 하기도 했다.
◆하천 수질도 악화…폭염 대응 위해서라도 必
광주시는 이미 2017년 '물순환도시 조례'를 제정하고, 다음해인 2018년에는 '물순환도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물순환 회복을 위해 물순환 관리시설 확대와 저영향개발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기본계획에는 상무지구에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불투수 면적을 줄여 도시홍수를 막고 열섬(폭염 등) 저감 효과를 내겠단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정작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환경부 공모로 이뤄진 상무지구 물순환도시 시범사업이 2023년 마무리된 뒤 물순환 체계 구축에 손을 놓은 모습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상무지구에는 빗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집수형 블록, 저류형 블록 등 다양한 투수성 블록 교체와 빗물을 가두고 지하수로 스며들게 하는 화분 등이 설치하면서 효과를 시험했다.
시범사업 직후에도 광주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시범사업에서 끝낼 게 아니라 광주 도심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지만, 결국 물순환 도시 구축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반해 극한호우 시 침수 피해를 최소화한 지역도 있었다. 2020년 집중호우 당시 침수 피해를 입은 동명동은 이듬해 동구가 도시재생뉴딜사업(하수도 악취저감 시범사업)일환으로 간이복합단면 하수관·통합형 빗물받이를 설치하는 등 노력으로 이번 수마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호우보다 더 큰 도시재난으로 떠오른 폭염과 열섬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투수면 축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수 면적이 많을 경우 빗물이 일시적으로 내릴 때 지하수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가면서 일시에 하천에 몰리는 빗물 과부하를 막아준다. 또 지하로 흘러들어간 빗물은 하천으로 빠져 수위와 수질을 유지시켜 준다.
반면 도심 지하수에 빗물이 흘러들어가지 않게 될 경우 지하수가 고갈되고 하천에는 생활하수만 흘러들어 수질이 낮아지고 악취가 심해진다. 광주가 중장기적으로 복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전에 투수층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광주가 단계적으로 투수면적을 늘려야 '스펀지 도시'로 전환할 수 있다며 이는 도시홍수를 줄이는 동시에 하천 수질을 개선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생태보전위원장은 "극한 강우시대 자연기반 해법으로 빗물 침수층을 늘려야 한다"며 "하천 복개와 함께 녹지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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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복개된 물길 따라 걷는 길, 빗물은 왜 '괴물' 됐나
악어의 입 속에 머리를 들이미는 듯했다. 숨 막히는 악취 속, 맨홀 뚜껑을 열고 손전등을 켠 채 용봉·서방 복개하천을 살펴보던 기억이다.관로를 치달리는 저 물의 출처야 분명했지만 끝 간 데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이 빗물은 도대체 어디로 흐르는 걸까.지난 7월 지역을 뒤덮은 '극한 호우'로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각을 붙잡고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이, 침수차량 위로 피난갔던 이들의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8월에도 피해가 가중되면서 광주는 비에 잠겼다기보다 비애에 잠겼다. 시민들은 왜 수난이 반복되며 대안은 없는지 묻고 싶을 뿐.수십 년째 생태순환 개념에 몰지각한 광주시는 복개천 하수관에서 '괴수(怪水)'를 키웠다. 저 밑에 괴물이 산다던 봉준호 작품처럼, 반복된 복개공사와 불투수면 확대로 도시 숨구멍이 틀어막힌 것이다.전문가와 침수피해가 잇따른 신안교 복개하천 일대를 함께 걸었다. 동개천을 파묻은 누문동에서 인위적으로 꺾여버린 물줄기, 병목현상을 야기하는 다리 밑 기둥과 기단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시 곳곳에 포장된 가짜 보도블럭도 피해를 키운 공범으로 지목하고 싶다. 상습 침수지대인 중흥·용봉동 일대에는 표면에 빗금만 그은 스탬프 아스콘이 아직도 깔려 있다.상황을 객관적으로 전하기 위해 실험도 진행해야 했다. 관계자 도움을 받아 국가표준기술원의 투수성 포장체 시험방법을 준용, 직접 스테인리스 강판을 잘라 실험 기구를 만든 뒤 빗물 투수 속도를 비교했다.그 결과 아스콘 포장은 투수 기능이 사실상 전무한 데 비해 투수블럭은 초기 배수 속도가 최대 80배 빨랐다.이렇듯 문제가 복잡하지만 오히려 해법은 분명하다. 불투수면을 줄이고 생태하천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 그런 와중 광주시는 근본 대책과 거리가 먼 대심도 빗물터널(지하방수로) 공사를 성급히 논의하는 등 변죽만 울렸다. 보도 이후 그나마 시의회 등이 물 순환을 모색하는 생태하천 정책토론회를 열겠다는 소식이 들려와 다행이다.당장 개천할 수 있는 구간도 보인다. 800여m에 불과한 소태천은 하수도 정리만 선행되면 즉시 복원도 가능하다는 데 전문가들 생각이 모인다. 또한 교통량이 부족한 북구청-신안교 일부 영역을 편도로 바꾸면서 기존 12m 관로를 확대하자는 방안, 전남대 용지를 준설해 서방천의 물을 담아두는 아이디어도 거론되나 하수 처리가 선행돼야 한다.파묻힌 하천이 생명을 얻으면 사람과 수생생물이 함께 살아난다. 최근 증심천 등 도심 하천 곳곳에서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이어져 자치구에서 회당 400마리~500마리씩을 수거했다. 일교차로 인한 용존산소량 급감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복개하천 역시 무관치 않으리라.지역 건축업계 관계자는 "투수포장을 하더라도 기초 저단 공사가 부실하면 한계가 있다"는 조언도 건네 왔다. 공공에서는 투수블록을 깔기 전 지표면 밑을 흙으로 다져 스펀지처럼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민간에서는 하부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경우도 관측된다는 말이다. 향후 언론은 생색내기식 행정이 아니라, 투수층 아래까지 물이 스미도록 시공하는지 감시할 책무가 있다.도시가 몇 번이나 더 수몰돼야 생태 하천이 숨 쉴 수 있을까. 협의·보상 문제 등에 가로막혀 논의가 공회전하는 동안 광주는 '잠수 도시'라는 오명을 얻고 있지 않나.그 속에서 경제, 육체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침잠하고 있다. 아름다운 실개천을 콘크리트 아래 파묻은 뒤 '헛물'만 켠 광주시가 더는 홍수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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