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단체도 못 참는 한국차 사랑···중고차 위장 무역 일당 검거

입력 2026.09.01. 17:48 임창균 기자
우즈벡 출신 4명 광주경찰에 검거
가상화폐 송금·중고차 시리아 수출
“단순 무역 활동” 주장 범행 부인
A씨 일당으로부터 차량을 수령받은 테러단체 조직원의 인증 영상 갈무리.광주경찰청 제공

수년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다. 한 중동 분쟁 지역에서 다연장 로켓포가 불을 뿜고 있는 사진인데, 자세히 보면 로켓포를 실은 차량이 한국산 트럭이다. 정식 군용 차량이 아닌 민간 차량에 로켓포나 기관총을 개조 장착하는 이른바 ‘테크니컬’ 현상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쉽게 발견된다. 특히 국산 트럭은 다른 나라 차량 대비 저렴한 가격과 규정 이상의 적재량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지난해 3월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이 사살한 IS 핵심인물이 타고 있던 차량도 국산 트럭이었다.

이런 테러단체들의 한국차 사랑이 최근 광주경찰의 수사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기존에 수입된 차량을 활용하다 못해 한국의 지원책에 자금을 주고 직접 중고차를 구매하기에 이른 것이다.

광주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테러단체 KTJ(카티바알 타우히드왈 지하드여단)에 630여만원의 가상자산과 1억7천만원 상당의 중고차를 보낸 혐의로 우즈베키스탄 국적 4명을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광주경찰이 해외 테러단체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적발됐으며 국정원 및 출입국 등과 협업을 통해 지난 4월 검거됐다.

이중 피의자 A(29)씨는 테러자금금지법, 출입국관리법, 형법 위반으로 구속 송치했으며 3명은 테러자금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만 불구속 수사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가 시리아의 테러단체를 지원하게 된 것은 동생 때문이었다. A씨는 동생의 생활비 명목으로 가상자산을 보냈다고 주장했으나, 동생은 KTJ 조직원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씨는 유학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2017년 유학생비자(D-2)로 입국해 대전 소재 대학교를 졸업했으나, 체류기한을 넘기고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대전 지역 건설회사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A씨는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7회에 걸쳐 KTJ측에 4천267테더(USDT·검거일 기준 630여만원)를 송금했고 또 3차례에 걸쳐 KTJ로부터 3천여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받았다.

A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개인 가상자산 지갑 3개를 번갈아 사용하고 배우자 명의로 가상자산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KTJ로부터 받은 가상자산 등을 활용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중고차 11대(승용차 2대·SUV 9대)와 굴착기 2대(총 1억7천만원 상당)를 KTJ가 활동하는 시리아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피의자 3명이 A씨를 도왔다. 같은 대학 출신인 B씨는 자신 명의로 중고차 수출입 무역상을 차리고 직접 수출 행위에 가담했으며, 나머지 두명은 중고차를 사들이는 데 동행했다.

B씨를 비롯한 세명의 피해자 역시 단순한 중고차 수출이었다며 KTJ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테러단체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중고차를 매입해 테러단체에 제공한 최초 사례다.

기존에는 테러단체에 자금을 송금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자선단체로 위장해 9억원을 모금한 뒤 KTJ와 하마스에 송금한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이 붙잡혔고, 앞서 2024년에도 A씨와 마찬가지로 가상회페를 KTJ에 송금한 유학생이 부산에서 잡힌 바 있다.

경찰은 굴착기는 기지 건설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나, 승용차와 SUV는 테러단체가 직접 운용할 것인지, 혹은 판매를 통해 활동자금을 마련할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극단주의 이슬람 추종 세력의 조직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금세탁 조력자들에 대해서도 국정원 등과 협업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UN지정 테러단체 KTJ는 2014년 중앙아시아인 출신 지하디스트를 중심으로 결성된 테러단체로 시리아에서 주로 활동하며, 2016년 키르기스스탄, 2017년 러시아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켰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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