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기(23) 사건’ 초동수사 부실과 증거인멸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모 전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구속을 면했다.
최윤영 광주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박 경정에 대해 “지금까지 소명된 자료 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경정은 장윤기 사건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수사를 총괄하며 장윤기를 강간등살인 혐의가 아닌 일반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박 경정이 성범죄 목적 살인을 배제하거나 수사 방향을 축소하도록 지시했는지, 보고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수사해 왔다.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한 박 경정은 “사건의 실체를 보려고 했는데 부실수사 논란이 일어나 피해자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경정 측은 영장심사를 마친 뒤 해당 발언은 “강간등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지시는 국수본으로부터도, 자신으로부터도 없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경정 측 법률대리인은 “강간등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말고 일반 살인죄로 수사하라는 국수본의 지침은 전혀 없었다”며 “다만 베트남 여성 성범죄 사건과 여고생 살인사건을 병합하지 말라는 취지의 국수본 지침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산경찰서는 광주경찰청 강력계를 통해 두 사건을 병합해 형사과가 함께 수사할 수 있도록 세 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병합수사가 이뤄졌다면 성범죄 목적 여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경정 측은 일반 살인 혐의 송치 과정에 대해서도 “경찰 구속기간 10일 안에 성범죄 목적을 직접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검찰 송치기록에도 강간등살인 가능성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또 케이블타이 관련 영상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서는 “북부경찰서로 전보된 뒤인 이달 초에야 관련 사실을 알았다”며 “오히려 영상 삭제 사실을 확인한 뒤 수사팀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먼저 제시한 사람이 박 경정”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수사단은 영장이 기각됐지만 박 경정을 상대로 한 보강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당시 국가수사본부와 광주경찰청, 광산경찰서를 거친 수사 지휘라인 전반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과 검찰은 이날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과를 각각 압수수색하며 당시 보고·지휘 체계 전반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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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데"···외면받는 광주백범기념관, ‘하루 17명 꼴’
13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을 방문한 원아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제81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0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에는 유치원 원아 27명이 줄지어 전시관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전시 해설을 들으며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업적과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백화마을의 역사를 살펴봤다. 다소 낯선 역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광복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아이들의 방문으로 잠시 활기를 띠었던 기념관은 단체관람이 끝난 뒤 다시 한산해졌다. 전국에 단 두 곳뿐인 김구 선생 전문기념관 중 하나이자 김구 선생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각별한 인연을 간직한 공간이지만, 상징성에 비해 시민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광복절뿐만 아니라 3·1절과 현충일 등 역사적 기념일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음에도 광주백범기념관의 연간 관람객은 2015년 개관 이후 한 번도 1만명을 넘지 못했다.이날 광주백범기념관 등에 따르면 기념관 관람객은 2023년 5천125명에서 2024년 7천206명, 지난해 8천530명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3천405명, 66.4% 늘었지만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관람객은 23명에 그친다.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3천599명이 방문했다. 월평균 514명, 하루 평균 17명 수준이다. 광복절이 있는 8월과 유치원·학교의 단체 해설이 집중되는 9월에 방문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연간 관람객 1만명 돌파 여부는 불투명하다.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자리한 백범김구기념관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기념관의 최근 연간 관람객은 약 15만명으로, 지난해 광주 기념관 관람객의 17.6배에 달한다. 광주 기념관 관람객은 서울의 5.7%에 불과한 셈이다.두 기념관은 김구 선생을 기리는 전문기념관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설립 배경과 운영 방식은 다르다. 서울 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묘소와 독립운동가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에 자리하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구 선생의 후손들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2015년 10월 문을 연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학동 백화마을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백범문화재단과 당시 국가보훈처, 광주시가 총 12억4천200만원을 투입했으며, 지상 3층·연면적 488㎡ 규모로 전시실과 교육실 등을 갖췄다. 건립 이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기부채납돼 시 소유 시설이 됐으며 현재 백범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기념관은 상설 전시해설과 함께 유아와 초·중·고등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과 보드게임, 역사기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3·1절과 현충일, 광복절 등 주요 기념일 행사와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포함해 매년 10개 이상의 사업을 진행한다.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 개별 관람객도 매달 달라지는 체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기념관 측은 시설을 직접 방문한 관람객 수만으로 전체 사업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체험 부스, 협력기관 행사 등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만3천516명에 달했다. 기념관 밖에서 김구 선생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활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업 참여 규모는 연간 방문객 수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다만 외부 행사 참여 실적이 기념관의 인지도와 방문객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은 과제로 꼽힌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정기 단체관람을 확대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시설 등을 연결하는 역사 탐방 코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광복절 등 특정 기념일에 집중된 일회성 방문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홍보와 콘텐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광주백범기념관 관계자는 “개관 이후 연간 관람객이 1만명을 넘은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해에는 기념관 방문객뿐만 아니라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행사 참여자까지 포함해 2만3천여명이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백화마을과 지역의 인연을 기억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가족 단위 방문객도 전시 해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찾아 김구 선생의 삶과 지역에 남겨진 뜻을 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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