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인정됐지만 지원없어
피해자가 단체 꾸려 공백 메워
비영리 등록조차 거절당해 '막막'
대통령 공식 사과·후속 조치 절실

5·18민주화운동 성폭력 피해의 진상이 규명되고 관련 보상법까지 개정됐지만,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피해 사실은 43년 만에 국가폭력으로 인정됐으나 지원 체계는 여전히 미비해 피해자들은 스스로 모임을 꾸려 서로를 치유하고 기록하며 버텨내고 있다. 5·18 46주년을 맞아 ‘더 늦기 전에’ 국가가 실질적인 책임 이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와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보상 절차 대응과 국가손해배상 소송, 치유 프로그램 운영, 기록 사업, 정책 제안 활동 등을 병행하며 국가 책임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 2023년 조사 결과를 통해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국가폭력으로 인정했다. 피해 발생 이후 43년 만이었다. 이후 피해자들과 조사 참여 인력 등을 중심으로 모임이 꾸려졌고, 현재는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5·18 열매’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문제는 진상규명 이후에도 국가 차원의 후속 지원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열매는 현재 자조모임과 상담, 회복 메커니즘 연구, 참여 관찰 및 기록 작업 등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대통령 공식 사과 촉구와 국가손해배상 소송 공론화, 진실·치유 아카이브 구축, 정책 제안 활동 등을 목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의 경험을 단순 상담이나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록과 연구, 정책 제안까지 연결해 국가 책임 이행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피해자 공동체가 사실상 국가가 나서야 할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지만, 운영 상당 부분은 민간의 자발적 연대와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활동가 인건비와 공간 마련, 외부 재원 연계 등이 절실하지만 피해자 지원 체계는 여전히 제도권 안에 안착하지 못했다.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서기 위한 첫 단계인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과정에서도 광주시와 행정안전부, 성평등가족부 등 여러 부처와 부서를 거쳤지만 끝내 반려됐다. 공유 사무실 형태의 거점 운영과 전국 단위 활동 여부, 자조모임 단계 당시 예산안·결산 자료 부족 등이 반려 사유였다.
피해자 공동체 특성상 초기 활동은 신뢰와 돌봄, 자발적 연대를 바탕으로 이어져 온 만큼 정식 예산이나 결산 체계 같은 일률적인 행정 기준으로 증빙하기 어렵다는 게 열매 측 설명이다.
열매 관계자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이 곧바로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공익단체로서 활동 기록을 남기고 공모사업 참여 자격 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법적 지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5·18 성폭력 피해자를 보상 대상에 명시하는 내용의 5·18 보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기존 보상 기준이 사망·행방불명·상이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성폭력 피해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보상법 개정 이후에도 시행령 정비와 보상 기준 마련 등 후속 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열매는 오는 6월 관련 공청회를 열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반영한 피해 기준 마련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처럼 진상규명과 법 개정 이후에도 후속 조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국가 책임이 여전히 선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6년 만에 성폭력 피해자 모임이 조직화된 만큼 이제는 대통령 공식 사과와 장기 치유 지원 체계 구축, 제도 정비 등 실질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열매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한 공개서한에서 “‘선례 없음’이 국가 책임 지연의 근거처럼 반복되고 있다”며 ▲과거사 젠더폭력 지원 주무부처 지정 ▲부처 간 조정 체계 구축 ▲보상·기념·예우 체계 연계 ▲대통령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윤경회 5·18열매 간사는 “최근 보훈부로부터 5·18 기념식 초청장이 도착했다. 열매 회원들이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됐음에도 보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했는데, 다행히 공식 초청 내빈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과거사 젠더폭력 문제를 전담할 주무 부처 지정이 필요한데, 대통령실이나 국무조정실 차원의 공식 의지 표명이 없다면 각 부처가 법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기념식에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함께 실질적인 후속 조치 의지가 함께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피해자 14명과 가족 3명 등 총 17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오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관련 3차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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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공대, AI·디지털 기반 대학 혁신 나선다
이응재 조선이공대학교 총장이 대학의 4대 핵심 목표와 5대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이공대 제공
조선이공대학교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과 지역 산업 재편에 발맞춰 교육·산학협력·취업·글로벌화·대학 경영 전반을 혁신하는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이응재 조선이공대 총장은 16일 대학의 새로운 비전으로 ‘함께하는 오늘, 준비하는 내일, 새로운 대학’을 선포하고,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대학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이번 경영 계획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청년 유출이라는 복합 위기를 혁신의 전환점으로 삼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이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은 학생이 어떤 역량을 갖춰 어디에 정착하는지를 책임지는 데서 출발한다”며 “교육 변화가 취업으로, 취업이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혁신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구체적인 성과 달성을 위한 4대 핵심 목표도 제시했다. 우선 졸업생 취업률 80%를 달성해 전국 전문대학 상위 10%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맞춤형 취업 지원 체계를 고도화하고 전공 일치도와 고용 유지율을 높일 방침이다.산학협력 분야에서는 AI·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 협력 기업 50개사를 추가로 확보한다. 단순 협약을 넘어 교육과정 공동 개발과 인턴십, 채용으로 직결되는 성과 중심의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글로벌 역량 강화도 눈에 띈다. 연간 300명 이상의 유학생을 유치해 입학부터 취업, 지역 정착까지 지원하는 ‘글로벌 정주형 교육모델’을 마련, 지역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또한, 대학 재정 수입원을 다각화해 비등록금 및 산학협력 수입을 20% 이상 확대,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교육 혁신을 위해 전 학과에 AI·빅데이터·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기술 교과를 확대 편성하고, 모듈형·주문식 교육과정 및 마이크로디그리 등 유연한 학사제도를 도입한다. 조선이공대는 현재 RISE사업,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등 10여 개 대형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수행하며 지역 혁신 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이 총장은 “멀리 내다보되 현장의 작은 변화부터 실천하겠다”며 “학생에게는 기회가 되고, 기업에는 도움이 되며, 지역에는 힘이 되는 대학으로 성장해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조선이공대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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