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예외 많은데,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
정당에 자제 요청만 가능…법적 한계에 뚜렷

“현수막 없는 거리라더니,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네요.”
광주 ‘현수막 없는 거리’ 시범운영 첫날인 20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인근. 원칙대로라면 이날부터 공공·정당을 불문한 현수막이 모두 사라져야 했지만, 역 주변에는 정당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언뜻 봐도 10여개의 현수막이 전신주와 가로수 곳곳에 내걸려 있었고, 정식 게시대에 설치된 것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특히 이 일대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선거사무소가 밀집한 곳이다. 구청장, 시·구의원 후보들의 현수막이 건물 외벽까지 뒤덮으며 ‘현수막 없는 거리’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같은 날 찾은 광주 서구의 ‘현수막 없는 거리’ 구간은 송정역 앞과는 반대로 비교적 정비가 이뤄진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현수막이 정식 게시대에 걸려 있었고 불법 설치도 크게 줄었다. 다만 횡단보도 인근에서 정당 현수막 1개가 확인돼 완전한 정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
광주시는 이날부터 자치구별 1곳씩 총 5곳을 ‘현수막 없는 거리’로 지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대상 구간은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동명동 97-1~장동 58-85) 0.6㎞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광주공연마루 1㎞ ▲남구 원광대병원 교차로~해태1차아파트 0.8㎞ ▲북구 신안신협~용봉제 0.5㎞ ▲광산구 광주송정역~송정사랑병원 앞 교차로 0.8㎞다. 평소 해당 구간은 불법 현수막이 빼곡히 드러선 곳이었다.
시는 도시미관 훼손과 보행·교통 안전 저해 요인으로 지적돼 온 현수막 난립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구간에 공공·정당·상업용을 포함한 모든 현수막 설치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단속은 시와 자치구가 합동으로 진행한다. 자치구별 ‘불법광고물 365정비반’을 중심으로 주·야간 순찰을 병행하고, 상업용 불법 현수막은 발견 즉시 철거와 과태료 부과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그러나 시행 첫날 현장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안전사고 예방, 교통 안내, 정치활동 관련 현수막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현수막 없는 거리’에서도 정당 현수막에 대한 강제 철거나 일괄 금지는 사실상 어렵다 보니 광주시가 내세운 취지는 본래 의미를 찾기 어렵다.
광주시는 현재 정당에 해당 구간 내 게시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 반응은 냉담하다.

광산구 소촌동 주민 노모(45)씨는 “현수막이 너무 많아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물론 눈도 피로하다”며 “현수막 없는 거리라고 해놓고 예외가 많으면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송연수(38)씨도 “불법 현수막뿐 아니라 선거철마다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 때문에 거리가 지저분해 보인다”며 “첫날부터 이 정도면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된다”며 “굳이 선거가 한창일 때 시행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다른 지자체는 정당 협조를 기반으로 시범 운영을 거쳐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부산은 광안리 해변도로 일대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16개 구·군 주요 구간으로 확대했으며, 춘천도 시청 주변 시범 운영 이후 도심 전반으로 범위를 넓혔다. 초기 혼선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업용 불법 현수막은 단속이 가능하지만 정당 현수막은 법적 한계가 있는 구조”라며 “정당의 자발적 협조가 있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자체도 장기간에 거쳐 인식 개선과 현수막 감소 등 효과를 본 만큼, 올해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정비 실적과 민원 감소 여부 등을 분석해 내년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지난해 불법 현수막 16만1천500건을 정비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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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뮴에 발목 잡힌 무안공항···재개항 시계 다시 멈췄다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민·관·군·경이 합동으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재수색 작업을 진행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흙을 파내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전남의 대표 관문 공항인 무안국제공항의 올해 재개항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검출된 발암 물질인 카드뮴 탓에 유해 수색 작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사고 수습과 재수색, 시설 복구, 항공 운항 재개 절차 등을 감안했을 경우 연내 개항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13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일부 토양에서 카드뮴 검출로 인해 유해 재수색 작업이 중단됐다. 앞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해 3월~5월 토양 오염도 조사를 했을 당시, 카드뮴은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소량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최근 유해를 재수색하던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울렁거림 등을 호소하는 등 수색 요원들의 건강상 피해가 우려돼 수색을 중단하면서 불거졌다. 카드뮴은 사고 당시 항공기 폭발·화재로 각종 잔해와 화학물질이 토양에 스며들면서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항철위는 토양 오염도 재조사를 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두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항철위는 이 같은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오는 6월 말까지 재조사 과정을 마무리한 뒤 7월부터 유해 수색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추가 수색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수색 범위는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철위는 남은 수색 기간만 최소 6주 정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이 끝난 뒤에도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항철위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발표와 유가족 협의 절차가 남아 있다. 본격적인 공항 정상화 작업은 그 이후에 가능하다.공항 시설 정비도 과제다. 사고 현장 보존으로 중단됐던 시설 보수와 리모델링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로컬라이저 재설치 공사도 이뤄져야 한다. 긴급 공사를 전제로 하더라도 최소 2~3개월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항공 운항 재개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항공사 간 슬롯(Slot) 배정 절차도 새롭게 진행돼야 한다. 슬롯은 항공기의 출·도착 시간과 운항 노선을 배정하는 절차로, 실제 취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이처럼 토양 오염도 재조사와 추가 수색, 시설 복구, 행정절차 등을 모두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상 올해 재개항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다만 전남도 등은 모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앞당겨 연내 재개항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4년 말, 제주항공 참사 이후 현재까지 무안공항이 장기간 운영 중단되면서 지역 관광·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재개항 일정마저 계속 늦춰지면서 지역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수색 종료와 사고 원인 발표 이후 유가족 협의까지 이뤄지면 국토부와 항공사를 상대로 재개항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전남도 관계자는 “수색과 현장 정리만 마무리되면 국토부, 항공사와 협의를 최대한 서둘러 재개항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시설 보수와 슬롯 배정 등도 사전에 병행 준비해 올해 말에라도 재개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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