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는 ‘현수막 없는 거리’ 뭐하러 지금···선거 현수막은 여전히

입력 2026.04.21. 08:56 강주비 기자
시범구간 5곳 지정 운영…송정역 등 여전히 난립
시민들 "예외 많은데,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
정당에 자제 요청만 가능…법적 한계에 뚜렷
20일 ‘현수막 없는 거리’로 지정된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일대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주비 기자

“현수막 없는 거리라더니,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네요.”

광주 ‘현수막 없는 거리’ 시범운영 첫날인 20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인근. 원칙대로라면 이날부터 공공·정당을 불문한 현수막이 모두 사라져야 했지만, 역 주변에는 정당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언뜻 봐도 10여개의 현수막이 전신주와 가로수 곳곳에 내걸려 있었고, 정식 게시대에 설치된 것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특히 이 일대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선거사무소가 밀집한 곳이다. 구청장, 시·구의원 후보들의 현수막이 건물 외벽까지 뒤덮으며 ‘현수막 없는 거리’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20일 ‘현수막 없는 거리’로 지정된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일대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주비 기자

같은 날 찾은 광주 서구의 ‘현수막 없는 거리’ 구간은 송정역 앞과는 반대로 비교적 정비가 이뤄진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현수막이 정식 게시대에 걸려 있었고 불법 설치도 크게 줄었다. 다만 횡단보도 인근에서 정당 현수막 1개가 확인돼 완전한 정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

광주시는 이날부터 자치구별 1곳씩 총 5곳을 ‘현수막 없는 거리’로 지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대상 구간은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동명동 97-1~장동 58-85) 0.6㎞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광주공연마루 1㎞ ▲남구 원광대병원 교차로~해태1차아파트 0.8㎞ ▲북구 신안신협~용봉제 0.5㎞ ▲광산구 광주송정역~송정사랑병원 앞 교차로 0.8㎞다. 평소 해당 구간은 불법 현수막이 빼곡히 드러선 곳이었다.

시는 도시미관 훼손과 보행·교통 안전 저해 요인으로 지적돼 온 현수막 난립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구간에 공공·정당·상업용을 포함한 모든 현수막 설치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단속은 시와 자치구가 합동으로 진행한다. 자치구별 ‘불법광고물 365정비반’을 중심으로 주·야간 순찰을 병행하고, 상업용 불법 현수막은 발견 즉시 철거와 과태료 부과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그러나 시행 첫날 현장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안전사고 예방, 교통 안내, 정치활동 관련 현수막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현수막 없는 거리’에서도 정당 현수막에 대한 강제 철거나 일괄 금지는 사실상 어렵다 보니 광주시가 내세운 취지는 본래 의미를 찾기 어렵다.

광주시는 현재 정당에 해당 구간 내 게시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 반응은 냉담하다.

20일 ‘현수막 없는 거리’로 지정된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일대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주비 기자

광산구 소촌동 주민 노모(45)씨는 “현수막이 너무 많아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물론 눈도 피로하다”며 “현수막 없는 거리라고 해놓고 예외가 많으면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송연수(38)씨도 “불법 현수막뿐 아니라 선거철마다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 때문에 거리가 지저분해 보인다”며 “첫날부터 이 정도면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된다”며 “굳이 선거가 한창일 때 시행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다른 지자체는 정당 협조를 기반으로 시범 운영을 거쳐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부산은 광안리 해변도로 일대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16개 구·군 주요 구간으로 확대했으며, 춘천도 시청 주변 시범 운영 이후 도심 전반으로 범위를 넓혔다. 초기 혼선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업용 불법 현수막은 단속이 가능하지만 정당 현수막은 법적 한계가 있는 구조”라며 “정당의 자발적 협조가 있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자체도 장기간에 거쳐 인식 개선과 현수막 감소 등 효과를 본 만큼, 올해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정비 실적과 민원 감소 여부 등을 분석해 내년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지난해 불법 현수막 16만1천500건을 정비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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