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구매’에 시민들 몰려…악용 차단책 전무
청소년의 탈선 놀이된 ‘OD 확산’…위험 커져
약사회 “가격·편의성만 부각…기준 마련 시급”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광주에 들어선 가운데, 편의성 뒤에 가려진 관리 공백을 메울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창고형 약국.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매장을 둘러보던 시민들이 진열대에 쌓인 감기약과 영양제를 잇따라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무등일보 취재진도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종류별로 5개 집어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약사는 제품을 확인한 뒤 별다른 질문이나 제지 없이 곧바로 결제를 진행했다. 직원의 질문은 “봉투 필요하세요”가 전부였다. 복용 목적이나 증상 확인, 중복 성분 안내 같은 복약지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문제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은 마약 제조에 악용될 수 있어 철저한 오남용 관리 대상이라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법 마약류 제조 사례를 막기 위해 별도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에 대해 1인당 최대 판매량을 4일 치로 제한, 반복 구매·구매 목적 확인 등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광주 지역 내 창고형 약국은 2곳이 운영 중이다. 개점 초기부터 일반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과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시민들의 발길이 몰렸다. 반년여가 지난 이날에도 매장에는 10여명의 시민이 카트를 끌고 ‘약 쇼핑’을 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관리 부재를 체감하고 있었다. 약을 구매한 한 시민은 “저렴하니 상비약을 여러 개 샀는데도 제재가 없었다”며 “이런 규정(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 관리 방안)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나쁜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악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일반의약품을 한꺼번에 복용해 환각을 경험하는, 이른바 ‘OD(Overdose)’가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종합감기약, 수면유도제, 진통제 등을 여러 종류 섞어 복용하는 방식으로, SNS를 중심으로 경험담과 구매 방법이 공유되며 일종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 등을 검색하면 특정 약국을 ‘성지’로 지칭하며 여러 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게시글과 인증 사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처럼 소비자가 직접 약을 고르고 계산하는 구조가 이러한 흐름과 맞물리며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에서도 위험 신호는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1천375명에서 2024년 1천918명으로 약 40%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전체 의약품 중독 환자도 8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약물 부작용에 취약한 만큼 오남용 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창고형 약국의 저가·대량 판매 구조는 소비자에게 경제적 선택지를 넓혀주는 동시에 필요 이상의 구매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복용 방법과 상담이 중요한데, 창고형 약국은 가격과 편의성이 먼저 부각되는 구조”라며 “복약지도 없이 판매가 이뤄질 경우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판매 기준과 관리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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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뮴에 발목 잡힌 무안공항···재개항 시계 다시 멈췄다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민·관·군·경이 합동으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재수색 작업을 진행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흙을 파내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전남의 대표 관문 공항인 무안국제공항의 올해 재개항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검출된 발암 물질인 카드뮴 탓에 유해 수색 작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사고 수습과 재수색, 시설 복구, 항공 운항 재개 절차 등을 감안했을 경우 연내 개항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13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일부 토양에서 카드뮴 검출로 인해 유해 재수색 작업이 중단됐다. 앞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해 3월~5월 토양 오염도 조사를 했을 당시, 카드뮴은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소량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최근 유해를 재수색하던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울렁거림 등을 호소하는 등 수색 요원들의 건강상 피해가 우려돼 수색을 중단하면서 불거졌다. 카드뮴은 사고 당시 항공기 폭발·화재로 각종 잔해와 화학물질이 토양에 스며들면서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항철위는 토양 오염도 재조사를 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두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항철위는 이 같은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오는 6월 말까지 재조사 과정을 마무리한 뒤 7월부터 유해 수색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추가 수색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수색 범위는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철위는 남은 수색 기간만 최소 6주 정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이 끝난 뒤에도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항철위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발표와 유가족 협의 절차가 남아 있다. 본격적인 공항 정상화 작업은 그 이후에 가능하다.공항 시설 정비도 과제다. 사고 현장 보존으로 중단됐던 시설 보수와 리모델링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로컬라이저 재설치 공사도 이뤄져야 한다. 긴급 공사를 전제로 하더라도 최소 2~3개월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항공 운항 재개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항공사 간 슬롯(Slot) 배정 절차도 새롭게 진행돼야 한다. 슬롯은 항공기의 출·도착 시간과 운항 노선을 배정하는 절차로, 실제 취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이처럼 토양 오염도 재조사와 추가 수색, 시설 복구, 행정절차 등을 모두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상 올해 재개항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다만 전남도 등은 모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앞당겨 연내 재개항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4년 말, 제주항공 참사 이후 현재까지 무안공항이 장기간 운영 중단되면서 지역 관광·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재개항 일정마저 계속 늦춰지면서 지역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수색 종료와 사고 원인 발표 이후 유가족 협의까지 이뤄지면 국토부와 항공사를 상대로 재개항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전남도 관계자는 “수색과 현장 정리만 마무리되면 국토부, 항공사와 협의를 최대한 서둘러 재개항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시설 보수와 슬롯 배정 등도 사전에 병행 준비해 올해 말에라도 재개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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