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성분 약품 쉽게 구매'...관리허점 우려 고스란히 드러난 창고형 약국

입력 2026.04.20. 14:43 강주비 기자
■ 광주 창고형 약국 개장 6개월 현장은
‘싸게 구매’에 시민들 몰려…악용 차단책 전무
청소년의 탈선 놀이된 ‘OD 확산’…위험 커져
약사회 “가격·편의성만 부각…기준 마련 시급”
지난해 10월4일 오후 광주 광산구 수완동 광주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연 가운데 매장 안에서 손님들이 의약품을 고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광주에 들어선 가운데, 편의성 뒤에 가려진 관리 공백을 메울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창고형 약국.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매장을 둘러보던 시민들이 진열대에 쌓인 감기약과 영양제를 잇따라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무등일보 취재진도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종류별로 5개 집어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약사는 제품을 확인한 뒤 별다른 질문이나 제지 없이 곧바로 결제를 진행했다. 직원의 질문은 “봉투 필요하세요”가 전부였다. 복용 목적이나 증상 확인, 중복 성분 안내 같은 복약지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 한 창고형 약국에 마약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돼 있는 감기약이 대량 진열돼 있다. 강주비 기자

문제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은 마약 제조에 악용될 수 있어 철저한 오남용 관리 대상이라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법 마약류 제조 사례를 막기 위해 별도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에 대해 1인당 최대 판매량을 4일 치로 제한, 반복 구매·구매 목적 확인 등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광주 지역 내 창고형 약국은 2곳이 운영 중이다. 개점 초기부터 일반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과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시민들의 발길이 몰렸다. 반년여가 지난 이날에도 매장에는 10여명의 시민이 카트를 끌고 ‘약 쇼핑’을 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관리 부재를 체감하고 있었다. 약을 구매한 한 시민은 “저렴하니 상비약을 여러 개 샀는데도 제재가 없었다”며 “이런 규정(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 관리 방안)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나쁜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악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한 창고형 약국에서 마약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감기약 5개를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강주비 기자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일반의약품을 한꺼번에 복용해 환각을 경험하는, 이른바 ‘OD(Overdose)’가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종합감기약, 수면유도제, 진통제 등을 여러 종류 섞어 복용하는 방식으로, SNS를 중심으로 경험담과 구매 방법이 공유되며 일종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 등을 검색하면 특정 약국을 ‘성지’로 지칭하며 여러 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게시글과 인증 사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처럼 소비자가 직접 약을 고르고 계산하는 구조가 이러한 흐름과 맞물리며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에서도 위험 신호는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1천375명에서 2024년 1천918명으로 약 40%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전체 의약품 중독 환자도 8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약물 부작용에 취약한 만큼 오남용 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창고형 약국의 저가·대량 판매 구조는 소비자에게 경제적 선택지를 넓혀주는 동시에 필요 이상의 구매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복용 방법과 상담이 중요한데, 창고형 약국은 가격과 편의성이 먼저 부각되는 구조”라며 “복약지도 없이 판매가 이뤄질 경우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판매 기준과 관리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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