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탓 면허 내놓고 싶어도 못 해”...노인들은 운전대를 놓을 수 없다

입력 2026.03.09. 10:43 박소영 기자
고령운전자 사고, 전체의 30% 상회
지난해 광주·전남 반납률 2% '저조'
지자체, 현금성 지원통해 반납 독려
농촌·외곽마을 '이동권 보장' 필수
"해외 조건부 면허 방식 검토해야"
광주·전남 농촌과 도심 외곽 마을에 거주하는 고령 운전자들은 병원과 생계 등을 위해 자가용 이동이 필수적이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 삼도동행정복지센터 버스정류장의 모습

고령자 면허 자진 반납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광주·전남 반납률은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 농촌과 도심 외곽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고 싶어도 내려놓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농번기가 시작된 농촌은 이동이 늘어나는데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등 자가 운전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면허 반납 시 지급되는 10만~50만원의 지원금으로는 고령자의 운전 미숙 등을 막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광주지역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13만4천172명이며 이 가운데 3천214명이 자진 반납해 반납률은 약 2.4%로 집계됐다. 전남은 23만2천135명 중 4천223명이 반납해 반납률은 약 1.8% 수준이다. 광주·전남 고령 운전자 약 2%만이 운전대를 내려놓은 셈이다. 지역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건수는 2022년 6천615건, 2023년 6천93건, 2024년 5천478건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국적으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는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국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천72건에서 2024년 4만2천369건으로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2020년 전체 교통사고의 14.8%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21~22%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2024년 고령운전자 사고 사망자는 761명으로 ,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0%에 이른다. 고령을 나누는 65세를 기준으로 65세 미만의 사고율은 4.04% 65세 이상은 4.57%로 고령으로 갈수록 사고 발생 비율이 약 13%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시는 고령운전자의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전남은 시·군별로 20만~5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 등을 지원하며 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 외곽과 농촌 주민들은 현금성 지원보다 이동권 보장이 더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도동 회룡마을 유일 버스정류장.

대부분 외곽, 농촌 마을 버스정류장에는 버스 도착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이나 스마트 정류장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배차 간격이 길고 교통 상황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지다 보니 면허를 반납하면 이동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주 광산구 삼도동 회룡마을 주민 이대순(76)씨는 “남편이 79살인데 아직 면허 반납할 생각이 없다. 무릎이 안좋아 병원도 주기적으로 가야 하고 농사일도 해야 한다”며 “마을로 들어오는 유일한 시내버스인 송정 97번은 1시간30분에 한 대씩 선다. 삼도동 행정복지센터를 가려면 버스로 20분이 걸리는데 배차가 크다보니 1시간 씩은 한 없이 기다릴 때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70대 주민 김모씨도 “동네가 너무 외곽에 있다보니 주변에 큰 마트 하나 없다. 하나로마트는 차로 10분이 걸리는데 버스로는 30분이 걸린다. 30분도 제때 왔을 때 기준일 뿐이다. 버스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실시간 도착 정보를 알 수도 없는데 누가 면허를 반납하려고 하겠나. 당장에 삶을 살아가는데 자동차가 꼭 필요하다보니 동네에서 면허를 반납했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어 본 적도 없다”고 호소했다.

해외에서는 일괄적인 면허 반납 대신 조건부 운전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신체 능력 평가 결과에 따라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주행을 제한하고, 일정 반경 내 운행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면허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비상제동장치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이 장착된 차량에 한해 운전할 수 있는 고령자 전용 면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는 해외에서도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도입을 고려해 볼만하다”며 “다만 농촌, 도심 외곽 지역의 교통 여건과 함께 우리 사회 정서와 공감대, 헌법상 이동의 자유 등을 고려해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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