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교인만 행정직원 지원?...건학이념이냐 고용 차별이냐

입력 2026.03.06. 10:06 박소영 기자
기독간호대 채용 ‘세례교인’ 필수 자격
노동청 민원 접수 후 행정지도
광신대·호남신학대도 동일 기준
종립대학 채용 관행...인권위 “고용 차별”
기독간호대학교 전경

광주 지역 종립대학(특정 종교 재단이 설립·운영하는 대학)이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세례교인’을 필수 지원 자격으로 제한하면서 고용 기준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종립대학 설립 목적에 따른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직무와 무관한 종교 제한은 차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남구 기독간호대학교는 지난 1월 직원 채용 공고에서 행정직 직원 지원 자격으로 ‘기독교 세례교인(혹은 1년 이내 가능한 자)’을 명시했다. 채용 분야는 행정 및 기자재 관리 등 일반 행정 업무지만 종교인이 필수 지원 요건으로 제시되는 등 세례증명서 제출도 포함돼 있다.

해당 채용 공고는 최근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되면서 논쟁의 대상이 됐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지난달 초 종교인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채용 자격이 차별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으며, 해당 민원은 교육부를 거쳐 노동청으로 이관됐다. 노동청은 지난 2월12일 대학 측에 채용 공고 기준을 ‘우대’ 등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노동청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명확한 처벌 규정이 있는 사안은 아니어서 강제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지원 자격에 특정 종교를 필수 조건으로 명시한 부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위반 소지가 있어 향후 구인 또는 채용 공고를 낼 때 유의해 달라는 취지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차별을 위한 규정이 아니라 학교 정체성에 따른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기독간호대학교 관계자는 “세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불합격이 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인재라면 채용이 가능하다. 합격 이후 종교를 가지게 되는 것을 전제해 채용한 경우도 있다”며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정체성에 따라 채용 공고를 낼 때 세례교인이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최근 노동청 지도가 있었던 만큼 내부적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광주 내 다른 종립대학에서도 유사한 채용 기준이 확인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광신대학교는 가장 최근인 2024년 직원 채용 공고에서 세례교인을 지원 자격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출석 교회 담임목사 추천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광신대학교 측은 “우리 대학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이기 때문에 학교의 신앙 정체성을 고려한 채용 기준이 있다”면서도 “최근 논란이 있는 만큼 관련 기준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호남신학대학교 역시 직원 채용 공고에서 세례교인을 필수 지원 자격으로 명시했으나 관련 질의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종립대학이 직원 채용 과정에서 종교 자격을 요구하는 관행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숭실대학교가 교직원 채용 시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종교를 이유로 한 고용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018년에도 같은 사안에 대해 시정 권고를 했으나 숭실대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종립학교라 하더라도 성직자를 양성하는 목적이 아닌 일반 대학의 경우 교직원 업무 수행에 특정 종교가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원 자격 단계에서 비기독교인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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