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식 개관…의병에서 5·18까지 한눈에
1전시실~무명의병 추모실까지 ‘영상미’ 탁월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 남편이었던 이들은 가슴 속에 불꽃을 안고 길을 나섰다.”
3·1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방문한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영상미는 가히 압권이었다. 제1전시실로 이어지는 천장의 LED를 따라 빼곡히 흐르는 호남 의병들의 이름을 볼 때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무등일보 취재진은 오는 5일 정식 개관을 앞둔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을 지난달 27일 사전 관람했다. 3월2일까지 진행된 2차 사전 관람은 ‘광역지방정부 최초의 의병 전문 박물관’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정식 개관 전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전시 콘텐츠와 운영 체계를 종합 점검하기 위한 절차로 추진됐다.
박물관 입구 한켠에 전시된 등대 암벽을 오르는 완도 소안도 의병들을 주제로 한 전시물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1909년 2월24일 새벽 완도 소안도의 의병들이 당사도의 바닷가 암벽을 올라 일제가 세운 등대를 파괴하고 일본인 간수들을 처단한 것을 모티브로 삼은 해당 작품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성인 남성의 2~3배 높이에 웅장함을 더하며 ‘의병 박물관’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LED 천장을 감상하며 들어선 제1전시실에서 눈길을 잡은 것은 조선시대 의병을 지원한 민초들의 심정을 영상화한 작품이었다. 튀어나올 듯한 영상은 관람객들을 조선시대로 빨아들이는 듯했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을미의병부터 3·1운동까지 의병의 역사를 연표로 볼 수 있었고, 진주성 사수에 의병들이 목숨을 걸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진주성이 호남 곡창지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는 설명도 영상과 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돼 관람객의 이해를 높였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학창시절 대표적인 호남의 의병장인 고경명과 그의 아들 종후·인후의 행적, 김덕령 장군의 활약상, 그 외 전남 곳곳에서 활약한 의병들의 초상과 이름도 확인할 수 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을 지키지 못하면 왜군을 막기 어렵다)’를 외쳤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과 함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활약했던 남도의병들의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전시실 끄트머리에는 한말 의병의 시작점이었던 1·2차 동학농민혁명과 대한제국 전후 발생했던 을미의병과 을사의병, 정미의병, 그리고 일본군의 대토벌 작전으로 희생된 남도 의병들의 이야기까지 사진과 영상, 지도 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제1전시실의 백미는 고광순 의병장의 ‘불원복(不遠復) 태극기’다. 지난 2008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원복 태극기’는 고광순 의병장이 지리산 일대에서 항일 투쟁을 벌일 당시 직접 만들어 사용한 태극기로, 태극 문양 위에 붉은 글씨로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不遠復’이란 글귀를 뚜렷하게 수놓았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남도 사람들의 강렬한 구국 충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제1전시실을 나와 의병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이미지 영상을 뒤로하고 제2전시실로 발길을 옮기면 의병부터 독립군으로 이어진 항일 투쟁과 그 이후 현대사의 아픔인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항쟁까지 남도의 끈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었다. 단 몇 분 만에 500여 년간 호남에서 발생했던 주요 사건과 의병들의 활약까지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제2전시실 바로 옆에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쓰러져간 남도 의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무명의병 추모실도 자리했다. 이곳에는 전남 22개 시·군에서 수집한 작은 추모비가 천장 위 쏟아질 듯한 별들이 나오는 영상과 함께 전시돼 마치 한 편의 작품을 보는 듯했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은 어린이 관람객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박물관과 교육체험실도 마련돼 있다.
4살 아들과 방문했다는 부모 A씨는 “공사 중인 어린이도서관을 체험해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전시실 내부에 퀄리티 높은 영상들이 다양한 주제로 흘러나와 아이들이 좋아했다”며 “어른들도 생소한 호남 의병의 역사와 근대, 현대사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좋았다. 박물관 주변에 정원들이 잘 가꿔져 있어 관람 후 쉬기 좋다”고 말했다.

박중환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개관준비단장은 “이번 사전관람은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이 지역민의 품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준비 과정”이라며 “개관 후 많은 지역민들이 방문해 박물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은 나주시 공산면 일원에 연면적 7천321㎡,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로 유물 3천85점을 전시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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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지적한 ‘쪼개기 계약’··· 광주·전남 공공기관 '여전'
게티이미지뱅크.대통령이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을 피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쪼개기 계약’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광주·전남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10개월 안팎 단기 계약과 1년 직전 계약 종료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침이 마련되면 채용 구조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9개월 또는 11개월 등 단기 계약 형태로 채용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올해 채용 공고를 보면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광주연구원, 광주비엔날레 등 여러 기관에서 대부분 2월 또는 3월부터 12월까지 근무하는 계약 기간 10개월 안팎의 기간제 채용이 진행됐다.광주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특히 일부 채용 공고에서는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을 채우기 직전 계약을 종료하는 사례도 확인됐다.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의 일반행정 사무원 채용은 2026년 3월3일부터 2027년 2월28일까지로 계약 기간이 정해졌다. 광주여성가족재단 경영 분야 기간제 근로자는 2026년 2월23일부터 2027년 2월19일까지 근무하도록 돼 있다.광주신용보증재단 금융복지지원센터 기간제 직원 역시 2026년 2월19일부터 2027년 2월18일까지로, 퇴직금 지급 기준을 하루 앞둔 시점에 계약이 종료되도록 설정됐다.전남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전남도 채용공고에서 ‘기간제’를 검색해 확인한 결과 올해 게시된 공고 가운데 상당수가 9~11개월 단위 계약이었다. 전남 산림연구원과 농업기술원, 해양수산과학원 등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를 10개월 안팎으로 채용하는 공고가 게시됐고, 전남도 동부청사 환경미화 기간제 근로자는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도 확인됐다.일부 공고에는 사업 특성을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포함되기도 했다.현행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계약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설정하거나 일정 기간 공백을 둔 뒤 다시 채용하는 방식이 전국 공공기관에서 반복돼 왔다.이 같은 행태를 두고 현행 노동법 규정의 경계값을 악용한 ‘편법’이자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말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퇴직금은 1년이 지나야 주는데 왜 11개월 15일 된 사람은 안 주느냐”며 “정부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고 1년 11개월 만에 해고하고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그러면 되느냐. 정부가 부도덕하다”며 “정상적으로 계속 일할 자리는 정규직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대통령의 지적 이후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각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현황과 임금, 재직 기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명확한 지침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현재 전남에는 200여 명의 기간제 근로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는 정확한 인원을 집계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600명의 기간제 근로자가 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사업이 본격화되는 3월 이후에는 기간제 채용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기간제 근로자가 연간 수백 명에 이르는 만큼 상시·지속 업무를 단기 계약으로 운영하는 관행이 이어질 경우 노동자의 고용 불안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광주시 관계자는 “기간제 인력 확대 문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논의는 하고 있다”며 “기관 운영은 정규 인력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도 재정 여건과 사업 특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전남도 관계자는 “예산이 연 단위로 편성되다 보니 1년을 기준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 성격에 따라 3~4개월처럼 짧은 계약도 있다. 기간제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퇴직금 지급 방식에 대한 문의나 민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산 문제나 기존 계약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있어 자체적으로 기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부처에서 명확한 지침이 마련될 경우 제도 개선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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