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현실로…계엄군 들이닥칠까 공포
국회 지켜내는 시민에 "계엄 실패 확실"
'두 번의 계엄' 마주한 광주가 보여준 연대

"휴우~."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늦은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한껏 지친 몸을 뉜 채 '치맥'을 떠올릴 때쯤이었다. 순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 알림음이 쉴새없이 울렸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께. '그 날' 밤의 기억은 그렇게 시작됐다.
'뭐지? 큰 사고가 났나'. 늦은 밤의 부산스러움이 무척 거슬렸다. '대통령이 곧 긴급 담화를 한다. 내용은 비상계엄령 선포다'. 헛웃음이 나왔다. "챗 GPT와 스마트폰 시대에 웬 계엄령?" 신문사 편집국과 다른 언론사 동료 기자들이 모여있는 톡방은 술렁였다. 누군가의 '가짜뉴스' 생산에 따른 해프닝이라고 확신했다.

오후 10시 26분께. 뇌가 정지되는 느낌이었다.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긴급담화 생방송에 등장한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1980년 광주'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이 자각될 뿐이었다. 광주가 어디던가.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힌 상흔과 오월 영령의 넋이 서려있는 곳이다.
잠시 뒤 편집국 단톡방에 한 줄이 올라왔다. '가능한 사람 모두 회사로 복귀하라'. 당혹함과 긴장감이 흘렀다. 회사로 이동하는 동안 쏟아졌던 속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김용현 국방장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소집 및 비상경계·대비태세 강화 지시"(11시 43분), "여야 지도부 연달아 위헌, 반대 입장 발표"(11시 49분~56분), "서울 탱크 진입 시작, 특전사 실탄 장전한 뒤 출동 명령 내려짐"(11시 49분)…. 분 단위로 올라오는 정보에 계엄이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광주역 인근 중흥동 사옥, 편집국에는 선후배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술자리에서 곧바로 뛰어와 불쾌해진 누군가가 "대명천지에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소리쳤다. 방송에선 국회 앞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 봤던 영화 '서울의 봄'이 떠올랐다. 호외 제작이 결정됐다. '5·18 당시 광주지역 언론사에서 호외를 만들었다가 검열에 막혀 내보내지 못했던' 경험담들이 오갔다. 평소 귀찮기만 했던 '호외'라는 단어는 오늘따라 더 무겁게 다가왔다. '총칼로 무장한 계엄군이 들이 닥친다면, 난 뭘 할 수 있을까 '. 호외는 시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밤 11시께. '계엄 포고령 1호' 전문이 돌았다. 국회 활동 금지, 정치활동·집회 시위 금지, 출판·보도 검열 조항이 줄줄이 이어졌다. 분위기는 심해처럼 가라앉았다. '설마' 했던 희망이 "내일부터 신문 발행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절망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무등일보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체 윤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 종합일간지도 인쇄한다. 윤전기를 군이 통제할 가능성이 높았다. 건물 뒷문을 잠갔다. 혹시라도 계엄군을 실제 마주하는 상황이 온다면…. 엄습하는 불안함은 자꾸 1980년 오월을 되뇌게 했다. 계엄군이 장갑차를 타고 도청으로 밀고 들어오던 장면, 불에 그을린 시민군 트럭, 신문사 앞에 전두환 신군부가 보냈다는 '보도지침'이 꽂혀 있던 모습들….

연대의 힘은 대단했다. 서로의 불안을 잠재우는 약이기도 했다. 새벽 1시1분, 마침내 '해제 요구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가슴 졸이며 TV를 지켜보던 편집국 안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계엄군의 국회 철수가 시작됐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지 10분만이었다. 요동치던 심장이 멈추고 안도감이 밀려왔다. 한 겨울 밤, 3시간의 '소란'이 꿈처럼 아련했다. '몰래 카메라 아닐까' 영화 '트루먼쇼'처럼….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제작에 들어갔다. 윤전기도 더는 기다릴 수 없었을 터.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에서 부결시키까지의 뉴스와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담겼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편집국 공기 속에 여전히 섞여 있었다. 서로 말로 꺼내진 않았지만 이심전심이었다. '군 트럭이 사옥 앞으로 들이닥치는 장면을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새벽 3시30분 호외 제작을 마쳤다. 긴장감은 여전했다. '대통령실의 비상계엄 해제' 자료는 그 때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호외는 모두 4개 면. 1만 부를 인쇄했다. 쿰쿰한 잉크냄새가 상그러웠다.

기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차량에 싣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대략 정해져 있었다. 시청, 전남대, 금남로, 버스터미널이다. '시민의 힘으로, 불법 계엄이라는 헌법 유린을 이겨낸 역사적 사실'이 담긴 호외다. 역사적 비극과 희극이 교차한 현장을 시민들에게 건네는 마음이 오묘했다. 아직 어둑한 한밤중 두려움에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의 표정도 그랬다. 1980년 비상계엄 당시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전 5시1분 국무회의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기 전까지 광주는 '두 번의 계엄'을 마주하며 두려움에 떨었고, 또 누구보다 기뻤을 터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날 밤을 떠올린다. 헌정을 짓밟은 친위 쿠데타는 역사적 단죄를 받을 것이다. 5·18의 재평가도 활발하다. 12월 3일의 대한민국을 구한 건 1980년 5월 광주란 평가가 중론이다. 그 때의 피와 희생이 그날의 저항을, 연대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다시 1980년 5월 광주와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은 앞으로 올지도 모를 민주주의 위기를 구할 것이다. 시원한 맥주 한 캔과 치킨이 무척 땡기는 밤이다.
이 기사는 '네러티브 저널리즘'을 활용했습니다. 네러티브 기사는 사건을 나열하는 '설명형 기사'가 아니라, 체험·심리·현장 분위기 등을 서사적으로 녹여 독자가 '그 상황' 속에 들어가게 만드는 기사 방식입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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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방치된 광주 유스호스텔···유지관리비만 줄줄 샌다
과거 청소년수련시설로 이용되다 2013년 문을 닫은 광주 광산구 송학동 유스호스텔. 강주비 기자
페쇄 후 10년 넘게 방치된 광주 유스호스텔에 대한 활용 방안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특힣 관할 자치구인 광주 광산구가 올해만 여덟 차례 대부(임대)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10일 무등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주 광산구 송학동 유스호스텔. 풀과 잡초가 건물 외곽을 빽빽이 뒤덮고 있었고, 초록색 철문은 굳게 잠긴 채 자물쇠에 막혀 있었다. 철문 옆에는 '무단출입·훼손 금지'라고 적힌 경고문이 크게 붙어 있었다. 철문 너머로는 외벽이 바래고 일부 시설이 훼손된 채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맞은 그대로였다.유스호스텔은 1996년 준공된 뒤 청소년수련시설로 운영됐으나 만성 적자로 2013년 5월 문을 닫았다. 본관(지하 1층·지상 3층·29실·1천808㎡)과 별관(지상 2층·20실·527㎡) 등 총 2개 동, 연면적 2천334㎡ 규모로 조성됐지만 행정재산 용도폐지 이후 활용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12년째 공실로 남아 있다.과거 청소년수련시설로 이용되다 2013년 폐업한 광주 광산구 송학동 유스호스텔 철문이 굳게 닫힌 가운데, 무단출입·훼손 금지 경고문이 붙어있다. 강주비 기자이를 해결하고자 광산구는 지난 9월1일부터 대부 일반경쟁입찰을 시작해 현재 8차 공고까지 이어왔다. 1~7차 모두 유찰됐으며, 8차 입찰은 12월15일 마감될 예정이다.구 관계자는 "10여년간 여러 민간 업체에서 대부 문의가 들어왔으나 실제 입찰로 이어진 적은 없다"며 "연간 대부료가 입찰 예정자들의 입장에서 높게 책정돼 계속 유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스호스텔의 최저입찰가(예정가격)는 2천560만여원이다.내부 행정 수요 역시 전무하다. 광산구는 2016년과 202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행정 수요조사를 실시했지만 사용할 의사를 밝힌 부서는 하나도 없었다. 나주 경계와 가까운 외곽 입지, 축사 밀집 환경 등으로 접근성과 활용성이 떨어지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구는 2017년 매각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부결되면서 매각도 무산됐다.건물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광산구는 전기·건축물 안전점검과 CCTV 사용료, 부지 예초 작업 등으로 연간 약 1천600만원을 투입하고 있다.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김명숙 광산구의원이 제301회 정례회 5분 발언을 통해 '반려동물 복합 케어센터' 조성을 공식 제안했다.김 의원은 "광산구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기동물 장기 보호 공간 부족, 보호·치료·교육·입양의 분절, 시민 참여와 연계된 프로그램 부족 등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현행 사업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거점시설을 통한 통합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다만 집행부는 아직 구체적 검토 단계에는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구 관계자는 "반려동물 정책은 담당 부서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며, 현재 별도 논의는 없다"며 "리모델링 비용도 규모·용도에 따라 달라져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는 우선 8차 입찰 결과를 확인한 뒤 향후 활용 방향을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결국 옛 유스호스텔은 유지비만 지출되는 채로 또 한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치가 장기화된 가운데 대부 입찰 실패가 이어질 경우 구가 활용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지, 의회 제안이 실제 정책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김 의원은 "유스호스텔은 2013년 이후 10년 넘도록 방치돼 있다. 2017년 매각도 무산됐고, 유지관리비만 지난 10년간 총 1억6천만원이 소요됐다"며 "지금까지 유스호스텔은 '버려진 공간'이었다. 그러나 광산구가 의지를 가지고 재구성한다면 그곳은 생명을 살리고, 시민을 교육하며,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공공가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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