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옛날로 돌아간 기분"...정부 전산망 더딘 복구에 시민들 불편

입력 2025.10.10. 16:40 박승환 기자
금융 및 우편·택배 등 필수 서비스 신속 복구됐지만
정보공개청구, 국민·안전신문고 등 여전히 이용 불가
신고 불가로 불법주정차·5대 반칙운전 활개 우려도
10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민원실. 이른 아침부터 민원을 접수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덮친 '화마(火魔)'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민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과 우편을 비롯한 서비스는 신속히 복구했으나, 여전히 상당수 온라인·모바일 민원 창구가 이용이 불가능해 시민들은 수기로 서류를 작성해 접수하는 등 답답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개천절과 한글날을 포함한 1주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난 10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민원실. 창구는 이른 아침부터 민원을 접수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추석 연휴 이후 첫 평일인 만큼 연휴기간 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결하려는 인파가 몰려 평소보다 북적였다.

눈에 띄는 장면은 일부 시민들이 수기로 서류를 작성해 접수하는 모습.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여파로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많은 민원 처리 중에서 온라인으로 정보공개청구 접수가 불가능해지자 시민들이 민원실에 비치된 정보공개청구서를 수기로 작성해 접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려는 공공기관에 방문을 못할 경우에는 시스템이 정상화 될 때까지 정보공개청구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뒤 우편이나 팩스를 이용해야 한다.

민원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쏟고 있었다.

정보공개포털 공식 홈페이지 접속 불가 안내문. 홈페이지 캡처

고발장을 정보공개청구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는 회사원 박모(32·여)씨는 "연휴 직전에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고발됐다는 연락을 받고 고발장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청구를 하려고 했는데 시스템이 먹통이었다"며 "온라인으로 몇 분이면 끝날 일을 일과 시간을 쪼개가며 수기로 작성하고 접수해야 하다니 너무 번거롭다. 마치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인해 마비된 정부 전산망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과 추석 연휴를 앞둔 만큼 우편·택배 서비스 등 필수 서비스는 우선 복구했지만 정보공개청구, 국민신문고, 안전신문고 등 일상생활 불편 해결을 요청하는 정부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시민 정모(36)씨는 "보도 위에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를 하는 차량이 있어 평소처럼 신고하려고 앱을 열었는데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떠 답답했다. 마치 신고가 안 되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불법주차가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며 "시스템이 하루빨리 복구됐으면 좋겠다. 행정에서도 시스템이 복구되는 동안 불법주정차 단속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안전신문고 앱 접속 불가 안내. 앱 캡처

운전자 백모(45)씨는 "합류 지점 끼어들기, 꼬리물기, 새치기 유턴 등 반칙 운전을 신고하려고 해도 시스템 접속 자체가 안 돼 할 수가 없다. 경찰서를 방문했는데도 신고 접수가 안 된다고 하더라"며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니 일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다. 빠르게 복구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오후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나 정부 정보시스템이 마비됐다. 이날 정오 기준 전체 시스템 709개 중 217개(30.6%)가 복구된 상태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