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 또 올게요" 송정역·터미널 귀경 행렬에 북적

입력 2025.10.09. 16:07 강주비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날 귀경객 인산인해
양손엔 짐꾸러미, 눈가엔 아쉬움 가득
“긴 여운…재충전 끝, 다시 일상으로”
9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대합실에서 귀경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9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대합실에서 귀경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조심히 가, 도착하면 연락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광주송정역과 버스터미널은 긴 휴식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경길에 오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양손 가득 고향의 정을 한 아름 안고 가족에게 인사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9일 오전 10시께 광산구 광주송정역 대합실은 집으로 향하는 귀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몇 시 도착이야?", "짐 좀 들어줄까?" 하는 대화가 곳곳에서 들렸다. 귀경객들은 의자에 앉아 커다란 캐리어와 쇼핑백을 쌓아둔 채 잠시 눈을 붙이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열차를 기다렸다. 매점 앞에는 간식과 음료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통로 곳곳에는 쌀·배추·과일 등 선물 꾸러미를 든 채 열차 도착 시간을 연신 확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승강장에는 떠나는 가족과 배웅하는 이들의 인사가 교차했다. 캐리어를 끌며 돌아서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분주했지만, 눈빛엔 아쉬움이 스쳤다. 플랫폼에 열차가 도착하자 어린 손주가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었고, 할머니·할아버지는 열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연신 손을 들어 인사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한 노부부가 귀경열차에 오르는 자녀·손주를 배웅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정창수(69)씨는 "오랜만에 손주를 봤는데, 걸음도 못 걷던 아이가 이제는 뛰어다닌다"며 "손주 덕에 오랜만에 집이 북적이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 설 연휴 때까지 보지 못할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기도 하고, 다음에 볼 땐 또 얼마나 커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고 웃었다.

서울행 KTX를 기다리던 김승찬(34)씨는 "일주일 동안 부모님 댁에서 푹 쉬었다"며 "다시 회사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지만, 냉장고에 부모님 반찬이 꽉 채워질 생각을 하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광주공항에서 송정역으로 왔다는 이은수(42)씨는 "집에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으니 진짜 연휴가 끝난 것 같다"며 "연휴가 길었던 터라 여행으로 아이들과 좋은 추억도 만들고, 고향에 잠깐 들러 부모님께 인사도 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승강장에서 귀경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서울로 돌아가는 김하영(29)씨는 "오랜만에 집밥도 먹고 친구들도 만났다"며 "여름 내내 일이 많아 '번아웃'이 왔는데, 가족들 덕분에 충전이 됐다. 올해 다시 이렇게 긴 연휴는 없다고 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연휴가 길었던 탓에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40대 박모씨는 "차례 지내고 아이들을 챙기다 보니 연휴가 금방 지나간 것 같다"며 "생활 리듬도 깨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번 주말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귀경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차솔빈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차솔빈 기자

같은 시각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각 승차홈마다 선물세트를 든 시민들과 캐리어를 끌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의자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기둥에 기대거나 서서 탑승 시간을 확인했다.

서울행 주요 시간대 버스는 대부분 매진됐고, 남은 좌석도 1~2석에 불과했다. 혹시나 버스를 놓칠까 건물 밖 승하차장까지 나와 서 있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 승객이 탑승 시간을 착각해 성남행 버스를 놓칠 뻔하자, 직원들이 손짓으로 버스를 세워 태워주는 소동도 벌어졌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차솔빈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귀경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차솔빈 기자

휴가를 마친 아들을 배웅하던 아버지는 버스 짐칸에 손수 짐을 실어준 뒤, 아들이 탄 버스가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자녀의 짐을 챙겨주고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 부모들은 버스에 올라 잠깐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서민웅(31)씨는 "긴 황금연휴라 여행보다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며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연휴가 지나가니 더욱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장인수(67)씨는 "오랜만에 맞는 긴 추석 연휴라 자식들과 친척들이 모여 마음이 푸근했다"며 "영영 떠나는 것도 아니고, 또 기회가 되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웃음으로 배웅했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차솔빈 기자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