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엔 짐꾸러미, 눈가엔 아쉬움 가득
“긴 여운…재충전 끝, 다시 일상으로”


"조심히 가, 도착하면 연락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광주송정역과 버스터미널은 긴 휴식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경길에 오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양손 가득 고향의 정을 한 아름 안고 가족에게 인사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9일 오전 10시께 광산구 광주송정역 대합실은 집으로 향하는 귀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몇 시 도착이야?", "짐 좀 들어줄까?" 하는 대화가 곳곳에서 들렸다. 귀경객들은 의자에 앉아 커다란 캐리어와 쇼핑백을 쌓아둔 채 잠시 눈을 붙이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열차를 기다렸다. 매점 앞에는 간식과 음료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통로 곳곳에는 쌀·배추·과일 등 선물 꾸러미를 든 채 열차 도착 시간을 연신 확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승강장에는 떠나는 가족과 배웅하는 이들의 인사가 교차했다. 캐리어를 끌며 돌아서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분주했지만, 눈빛엔 아쉬움이 스쳤다. 플랫폼에 열차가 도착하자 어린 손주가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었고, 할머니·할아버지는 열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연신 손을 들어 인사했다.


정창수(69)씨는 "오랜만에 손주를 봤는데, 걸음도 못 걷던 아이가 이제는 뛰어다닌다"며 "손주 덕에 오랜만에 집이 북적이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 설 연휴 때까지 보지 못할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기도 하고, 다음에 볼 땐 또 얼마나 커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고 웃었다.
서울행 KTX를 기다리던 김승찬(34)씨는 "일주일 동안 부모님 댁에서 푹 쉬었다"며 "다시 회사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지만, 냉장고에 부모님 반찬이 꽉 채워질 생각을 하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광주공항에서 송정역으로 왔다는 이은수(42)씨는 "집에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으니 진짜 연휴가 끝난 것 같다"며 "연휴가 길었던 터라 여행으로 아이들과 좋은 추억도 만들고, 고향에 잠깐 들러 부모님께 인사도 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김하영(29)씨는 "오랜만에 집밥도 먹고 친구들도 만났다"며 "여름 내내 일이 많아 '번아웃'이 왔는데, 가족들 덕분에 충전이 됐다. 올해 다시 이렇게 긴 연휴는 없다고 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연휴가 길었던 탓에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40대 박모씨는 "차례 지내고 아이들을 챙기다 보니 연휴가 금방 지나간 것 같다"며 "생활 리듬도 깨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번 주말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각 승차홈마다 선물세트를 든 시민들과 캐리어를 끌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의자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기둥에 기대거나 서서 탑승 시간을 확인했다.
서울행 주요 시간대 버스는 대부분 매진됐고, 남은 좌석도 1~2석에 불과했다. 혹시나 버스를 놓칠까 건물 밖 승하차장까지 나와 서 있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 승객이 탑승 시간을 착각해 성남행 버스를 놓칠 뻔하자, 직원들이 손짓으로 버스를 세워 태워주는 소동도 벌어졌다.


휴가를 마친 아들을 배웅하던 아버지는 버스 짐칸에 손수 짐을 실어준 뒤, 아들이 탄 버스가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자녀의 짐을 챙겨주고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 부모들은 버스에 올라 잠깐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서민웅(31)씨는 "긴 황금연휴라 여행보다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며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연휴가 지나가니 더욱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장인수(67)씨는 "오랜만에 맞는 긴 추석 연휴라 자식들과 친척들이 모여 마음이 푸근했다"며 "영영 떠나는 것도 아니고, 또 기회가 되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웃음으로 배웅했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차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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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 5중 추돌 발생"...도심 폭설 대응력 점검
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에서 광주시, 광산소방서 등 10개 기관이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소방관들이 중상자 역할을 한 참여자를 들것에 옮기고 있는 모습.
"갑작스런 폭설로 빙판길이 된 도로에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합니다. 중상자 1명, 경상자 1명."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선 차량 다섯 대 사이로 흰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엔진 파손으로 새어 나온 연기가 공기 중에 번지자 순찰차가 경광등을 켜고 진입했고, 뒤이어 구조 장비를 실은 소방 차량이 접근했다. 눈 한 점 오지 않는 11월이지만 '폭설로 인한 5중 추돌사고 발생' 상황이 재현됐다.광주시는 이날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김준영 시민안전실장, 정태정 자연재난과장, 김동노 광주시자율방재단연합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광산경찰서·광산소방서·5개 자치구·종합건설본부·한국공항공사·제2순환도로 등 10개 기관 80여 명이 참여해 사고 발생부터 구조, 견인, 제설, 이면도로 대응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30cm 이상의 폭설로 도로가 빙판이 되고, 차량 다섯 대가 연쇄 추돌해 1km 정체가 발생했다"라는 상황 개시가 선포되자 재난상황실은 곧바로 '대설경보 발령' 보고를 받고 비상 2단계를 가동했다. 우회 안내 문자 전송, 제설차 투입 준비, 기관 간 상황 공유 등 실제 대응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됐다.14일 진행 된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차량 다섯 대가 연쇄 추돌한 상황이 주어지자 가장 먼저 광산경찰서 교통순찰반이 현장에 도착해 제설제를 뿌리고 있다.첫 대응 기관인 광산경찰서 교통순찰반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순찰차는 도로를 가로막고 접근 차량을 통제했으며, 경찰관들은 트렁크에서 꺼낸 소포장 제설제를 사고 주변 노면에 뿌렸다. 기습 강설 시 경찰이 실제 사용하는 장비다.뒤이어 광산소방서 구조·구급대가 연기 사이로 진입했다. 구조대는 조수석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유압장비를 사용해 문을 절단했고, 중상자 1명을 들것에 싣고 구급차로 이송했다. 경상자 1명도 부축을 받아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구조·이송까지의 절차는 실제 사고 대응 동선을 그대로 따랐다.14일 진행된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에서 대형 제설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을 대응하기 위해 자율방재단이 제설 훈련을 진행 중이다.사고 조치가 마무리되자 동구·서구 견인차량이 차례로 투입됐다. "첫 번째 차량 이동합니다." 무전 지시에 맞춰 파손 차량 두 대가 도로 밖으로 옮겨졌다. 뒤이어 거대한 제설차량 10대가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종합건설본부 2대, 5개 자치구 차량, 제2순환도로 2대, 한국공항공사 1대 등 1톤부터 15톤까지 다양한 규모의 차량이 줄지어 도로를 통과했다. 제설차 앞쪽 살포 장치에서 습염식 제설제(염수·염화칼슘·고체 제설제 혼합)가 양옆으로 흩뿌려졌고, 노면엔 염수 특유의 냄새가 퍼졌다.이어 자율방재단의 이면도로 대응이 진행됐다. 블로워·브러시·넉가래·개인용 살포기가 등장해 좁은 골목길을 정리하는 시연이 펼쳐졌다. 자율방재단 관계자는 "대형 제설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은 적설 시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지역"이라며 "마을제설반의 빠른 투입이 전체 제설 속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에서 광주시, 광산소방서 등 10개 기관이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김준영 시민안전실장, 정태정 자연재난과장, 김동노 광주시자율방재단연합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정태정 광주시 자연재난과장은 "기습 폭설은 예측이 어려워 초기 대응이 늦으면 연쇄 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며 "과거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관할이 다른 구간이라 대응 공백이 생겼다.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번 훈련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광주시는 오는 11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제설차량 GPS 관리, 재난문자 발송 시점, 결빙 취약지 우선 대응 순위 등을 재정비해 올겨울 도심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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