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베면 자체사고?"...미신이라 무시할 수 없는 광주 서부서의 '웃픈 징크스'

입력 2025.10.06. 08:00 박승환 기자
신청사 개청 이후 '액운 막자'며 풍수 반영해 심었지만
무기고 CCTV 가린다는 이유로 일부 잘라내자 비위 발생
광주 서부경찰서 후문 무기고 주변. 대나무가 CCTV를 가린다는 이유로 일부 베어져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 후문 무기고 주변. 대나무가 CCTV를 가린다는 이유로 일부 베어져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 후문 무기고 주변. 대나무가 CCTV를 가린다는 이유로 일부 베어져 있다.

최근 광주경찰청 산하 한 경찰서에서 잇따라 발생한 비위 사건의 원인은 경찰서 뒤편에 심어진 대나무들과 연관있다는 이른바 '대나무 징크스'가 회자되고 있다.

해당 경찰서 직원들은 비위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오죽하면 징크스를 깨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겠냐며 소수의 일탈로 조직 전체가 매도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6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부경찰서 후문 주변에는 수많은 대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7월 부임한 김칠성 서장이 '신청사 개청(2006년 11월)' 이후에도 소속 직원들의 비위 사건이 잇따르자 풍수지리의 힘을 빌리기로 하면서 심은 것이다.

경찰서 바로 뒤편에 위치한 골프연습장에서 경찰서 쪽으로 공이 날아드는 모양새가 사람으로 치면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풍수지리학에서는 뿌리가 깊고 곧게 자라는 대나무를 액운을 막는 식물로 여겨왔다.

처음 대나무를 심고 어느 정도 자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비위 사건이 잠잠해지는 등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바람에 날리는 대나무가 무기고를 비추는 CCTV를 가린다는 이유로 일부 잘려나간 시기와 맞물려 직원들의 비위 사건이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 서부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나무를 베면 액운이 들어와 비위 사건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서부서는 보안상 무기고 CCTV 쪽 대나무가 자랄 때마다 잘라내고 있다.

최근에도 대나무를 잘라낸 뒤 간부 경찰들의 성비위 사건이 줄줄이 터져 대상자들이 광주청 산하 다른 경찰서로 전출되거나 직무에서 배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해 초에도 대나무를 베어낸 뒤 음주운전 비위가 반복돼 결국 당시 경찰서장 등이 문책성 인사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서부서 한 경찰은 "CCTV 시야를 확보하려다 되려 조직의 부끄러운 민낯만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무시하기에는 꺼림직하다. CCTV 높이를 높이거나 대나무를 더 굵은 것으로 바꿔 심어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하는 등 뭐라도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위가 발생할 때마다 조직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묵묵히 경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고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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