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도화선' 지산동 故 이한열 옛집 보전 탄력 받나

입력 2025.08.19. 07:36 박승환 기자
동구, 매입해 기념공간 조성하려 했지만
열사 가족들 주저…수년 째 표류 상태
배은심 여사 3년상 직후 의견 다시 모여
광주 동구 지산동에 위치한 고 이한열 열사가 4살 때부터 연세대학교 입학 전까지 생활했던 집.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광주 옛집 보전 사업이 수년간의 표류 끝에 다시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 이 열사의 업적을 기념하는 공간이 전혀 없는 만큼 옛집을 추모와 역사 교육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동구 지산동 217-1번지에 이 열사가 거주했던 옛집(주택 323㎡·마당 62㎡)이 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자 정권에 대한 분노가 전국적으로 확산했으며, 지금의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낸 6·29 선언이 발표됐다. 이 열사가 민주주의 회복의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다.

화순에서 태어난 이 열사는 4살 때인 1970년부터 가족들과 지산동으로 이사해 연세대학교 입학 전까지 함께 생활했다.

이 열사가 사망한 뒤에도 모친 고 배은심 여사가 눈을 감기 전까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운동을 하며 홀로 지냈다.

애초 동구는 오래전부터 지산동 옛집을 기념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배 여사와 협의해왔다.

배 여사도 생전에 기념공간 조성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당장이라도 한열이가 집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며 조성 시기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해 실제 추진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 동구 지산동에 위치한 고 이한열 열사가 4살 때부터 연세대학교 입학 전까지 생활했던 집.

동구는 지난 2022년 1월 배 여사가 별세하고 나서 지산동 옛집이 덩그러니 남게 되자 본격적으로 매입에 나서 기념공간을 조성하려고 했다.

옛집과 가까운 거리에 고 문병란 시인과 고 오지호 화가의 생가가 있는 만큼 인문자원으로 함께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남은 가족들이 배 여사가 마지막까지 거주했던 공간인 만큼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지난 3년간 주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동구 관계자는 "가족들을 수시로 만나 상의했으나 옛집을 조금 더 갖고 있기를 원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배 여사 3년상을 치른 뒤 지산동 옛집 복원에 대한 의견이  다시 모인 것이다

김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남은 가족들도 모두 광주에 거주하고 있지 않고 주말마다 한두 번씩 오가고 있다. 3년상을 치른 만큼 옛집을 계속 비워두지 말고 기념공간으로 조성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6월 항쟁'하면 이 열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광주에는 그 어떤 상징물도 없다. 이 열사와 고 배 여사의 손때가 묻은 지산동 옛집을 하루빨리 기념공간으로 조성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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