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다 싶을 정도 대응 필요해"···행정메뉴얼 개선은 필수

입력 2025.07.24. 18:03 차솔빈 기자
■기후위기 시대, 재난관리 체계 점검
④행정당국 선제적 대응체계 필요
하수관로 체계 등 전반적 개편 함께
재난 예비단계부터 선제적 대응 해야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하루 최고 311㎜ 폭우가 쏟아진 17일 오후 침수된 광주 북구청 앞 도로가 어지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07.17. leeyj2578@newsis.com

광주와 전남지역에 기록적인 괴물 폭우가 쏟아지는 등 이상기후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문가들은 행정 대응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형식적인 매뉴얼과 보고 후 조치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예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을 보여야 앞으로의 이상기후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광주지역 피해액은 260억원(동구 15억4천500만원, 서구 16억9천100만원, 남구 9억8천800만원, 북구 203억1천400만원, 광산구 14억8천300만원)에 달했다.

전남지역 역시 집중호우 총 피해액은 448억원가량으로, 담양 173억원, 나주 144억원, 영광 37억원 등 수십~수백억원대 피해가 속출했다.

문제는 지난 2020년 이미 한 차례 집중호우 피해를 겪었음에도 이렇다할 행정 대응체계의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년 개정된 광주시의 자연재해 저감 계획에 따른 배수시설 방재 성능 목표는 최대 시간당 88㎜, 3시간 150㎜다.

하지만 지난 2008년(86.5㎜)와 2020년(82.0㎜) 그리고 이번 2025년(76.2㎜)의 사례처럼 이미 배수능력의 한계에 가까운 비가 내리고 있고, 평시 처리능력(60㎜가량)은 훌쩍 넘긴 상태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면 제대로 물이 빠지지 못하고 침수 문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와 자치구의 침수취약지역 대응 매뉴얼이 사후대처에 가깝다는 것도 문제다.

5개구의 재난상황시 침수취약지역 대응요령을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예비특보 단계에서 선제적 대응을 하는 자치구는 없었다.

대부분 강우량이 특정 기준(북구 시간당 강우량 30~50㎜, 남구 3시간 60㎜ 이상)에 도달하거나, 호우 및 태풍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된 후(동구, 서구, 광산구) 대응에 나서고 있었다.

이중 광산구의 경우 붕괴위험이 있는 급경사지 30~40개소를 공무원 1명이 담당하고 있어 재난 발생 시 전체 대응이 힘든 문제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광주시 역시 예비특보 단계에서 선제대응하는 별다른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았고, 주의보와 경보 발령 시 주민 대피 안전지대 안내, 위험지 통제와 하수관로 점검 등 사후대응만이 존재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행정당국이 재난 예비 단계부터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측 대응을 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국제환경연구소 소장은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텍사스 홍수를 예시로 들면 극단적 폭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독립 경보 시스템이 없어 대피명령이 늦어졌고, 주지사는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는 등 행정 대응에서 여러 방해물이 존재했다"며 "행정당국이 눈치를 보고 대응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너무 과민반응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하게 반응해야 이상기후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고 당부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2020년 폭우와 2023년 역대 최장기간 가뭄, 그리고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괴물 폭우는 우리 도시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며 "피해가 명백히 예상되는 저지대와 안전취약계층이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선제적 재난 행정'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 관리가 단순히 눈앞의 위기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래를 준비하고 예측하는 과정이다"고 꼬집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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