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거부…겨우 음식 전달만
정신질환 대화 불가능하기도
"혹서기 거리 생활 생명 위협"
"편견 거두고 따뜻한 관심을"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힘드네요. 그래도 길에 있을 때 제일 마음이 편한걸요."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6번 게이트 앞. 작열하는 햇볕 아래 낡은 옷차림을 한 4명이 인도 가장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터미널 인근에서 생활 중인 거리 노숙인들이다.
유형태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 상담요원은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도시락과 얼음물을 건네며 인사를 건넸다. "얼음물 들어 있어요. 조금 녹여서 밥이랑 같이 드시면 돼요." 노숙인들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받아들었다.
50대 후반의 노숙인 A씨도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도시락 봉투를 소중히 움켜쥐었다. 그는 과거 광주 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지내며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왔으나, 통풍이 악화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이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1년 전부터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수입이 끊기니 고시원에 계속 머물 수 없었다"며 "요즘은 더위가 너무 심해 밖에 있기가 버겁다. 참기 힘든 날엔 사람들의 시선을 감수하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센터는 이달부터 혹서기 거리 노숙인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주 월·수·금요일, 노숙인이 자주 머무는 거점을 찾아 도시락과 생수를 제공하고 쉼터 입소 안내와 자활 연계를 병행하고 있다. 도시락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주지회의 후원으로 마련된다.
터미널 2층 벤치에는 겨울옷을 겹겹이 껴입은 중년 여성 노숙인 B씨가 앉아 있었다. 열기에 달아오른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지만, "쉼터에 들어가보지 않겠냐"는 유 요원의 제안에 B씨는 힘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유 요원은 "B씨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더운 날씨에도 항상 옷을 껴입은 채 생활하신다"며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 등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거리 노숙인을 복지시설이나 지원 체계와 연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날 만난 이들은 대부분 대화가 가능했지만, 어떤 이들은 말조차 섞지 않거나 식사 제공을 거부하기도 한다.
유 요원은 "3년 넘게 꾸준히 안부를 나누며 신뢰를 쌓은 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생필품조차 받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며 "시설 입소나 자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았지만 대상자를 만나지 못하는 일도 많다.
이날 유 요원은 60대 여성 노숙인 C씨가 머무는 농성역 4번 출구 인근을 찾았지만, 평소 머물던 가로수 아래나 역사 안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 요원은 "C씨는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며 늘 경계심을 보이신다"며 "이처럼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도시락조차 전해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 특히 C씨는 '햇볕을 받아야 독소가 빠진다'며 한낮에도 거리에 나와계시는데, 폭염이 계속돼 건강이 더욱 우려된다"고 전했다.

현재 센터가 파악한 광주 지역의 거리 노숙인은 총 15명이다. 이 중 서구에 11명이 집중돼 있고, 동구·남구·북구·광산구에는 각각 1명씩 분포돼 있다. 대부분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로, 행정적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유 요원은 "일자리나 주거 지원 사업을 통해 탈노숙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거리로 돌아오는 이들도 많고 신규 대상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결국 광주에는 15~20명의 거리 노숙인이 상시 존재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혹서기 거리 생활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시민들께서도 노숙인을 향한 냉소적 시선과 편견을 조금만 거두어 주시고, 이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센터 후원은 전화 상담(062-716-7400) 또는 계좌(광주은행 1107-021-210137, (재)광주사회서비스원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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