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요금 인상 문항, 여론 조장 의혹도
중재 외면하다 뒤늦게…"정책 결정 참고용"

광주시가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이 2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야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중교통 혼란 속에서도 분규 해결을 위한 중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시가 이제 와서 여론조사에 나선 것은 사실상 '면피용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새벽 시민 소통 플랫폼 '광주온'을 통해 시내버스 파업 관련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알림 메시지를 발송했다. 설문은 운전원 적정 임금 인상률, 버스 요금 적정 인상률, 버스 요금 인상 시기 등 세 문항으로 구성됐다. 광주시는 참고자료로 타 시·도 운전원 월평균 임금(광주 459만원), 교통카드 기준 버스요금, 시의 재정지원 규모(지난해 기준 1천402억원) 등도 함께 제시했다.
해당 설문은 16일부터 시작돼 1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이를 두고 파업이 시작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시민 의견'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파업 초기부터 노조는 시의 중재 역할을 거듭 촉구했고, 시의회에서도 광주시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시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강기정 시장이 첫 공식 입장을 낸 것도 파업 재개 9일째인 지난 15일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광주시가 지금껏 어떤 입장도 명확히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여론을 묻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민심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설문이 시민 의견 수렴보다는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시 주관 설문조사가 5일 안팎의 참여 기간을 둔 것과 달리, 이번 설문은 불과 3일로 제한됐다. 특히 문항 대부분이 임금 인상과 요금 인상 여부에 집중돼 있어 여론의 방향을 특정 의도에 맞춰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불어 설문 안내 메시지가 시민 다수가 잠든 새벽 시간에 발송돼 '재난문자인 줄 알았다'는 등 일부 불만도 제기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인식 조사"라며 "시민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 준공영제와 파업 대응 등 향후 정책 결정에 참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메시지 발송 업체에 전날 오후 7시57분에 발송 요청을 했다. 다수의 시민에게 순차 발송되면서 새벽에 문자를 받은 시민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필순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구3)은 "임금 인상률이나 버스 요금 인상 여부를 시민들에게 묻는 건 사실상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려는 여론몰이 성격이 강하다"며 "노선 불편, 배차 지연 등 시민이 겪는 실제 불편에 대한 조사는 없고, 노조의 임금 요구가 타당한지를 묻는 식의 문항만 나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강 시장은 '시의 무한책임'을 언급하면서도 실제로 한 일은 노조 농성장 한 차례 방문과 전화 통화 뿐이다. 그 외엔 실질적 중재 노력이나 후속 조치가 전무하다"며 "광주시가 진정으로 파업을 중재하려 했다면, 먼저 협상 테이블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했다. 노사가 협상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등 실질적 수단을 시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3% 인상안이 최대라면 그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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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 "엉터리 결과 발표" 눈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추모객들과 함께 합동 추모제를 마치고 사고현장을 찾아 애도하고 있다. 무등일보DB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가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여객기 엔진조사 결과' 브리핑이 유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조위는 이날 오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엔진 합동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족들의 반발이 일자 브리핑을 취소했다.유족들은 사조위의 조사 결과가 '엉터리'라며 반발했다.김유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는 "지난 7개월 동안 사조위에 많은 정보 공개를 요청드렸지만 그 때마다 국제적 규정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오늘 갑자기 투명한 사조위가 돼서 공개하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이어 "조사 결과에는 '엔진 정밀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고 하지만 유족들이 질문을 하니 '현재까지의 결과다. 앞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답변해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면서 "결론만 설명하고 과정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추론에 의한 결과만 공개한 꼴"이라고 반발했다.김 대표는 "프랑스에서 실시한 엔진 정밀조사에 각국 위원과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며 "해당 조사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또 관제 기록도 4분7초 분량의 편집본만 공개됐을 뿐 사고 전 상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유족 측 변호사인 대한변호사회 관계자는 "사조위의 오늘 결과 발표는 엄밀하지도, 조심스런 표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유족들은 공청회 개최도 요청했다.김 대표는 "유가족들은 사조위에서 꼭 유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가 개최되길 바란다"며 "투명하게 공개되고 다른 자문위원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되길 바란다"고 바랐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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