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가뭄 '주의'···예고 없는 돌발가뭄도 우려

입력 2025.06.10. 16:51 강주비 기자
행안부 예·경보, 단기 변화 못 담아 한계
강수 많아도 폭염으로 돌발가뭄 가능성
"고온 기반 지표, 주간 예보 체계 마련必"
지난 2023년 광주시민의 식수원 동복댐이 올해 초 최악의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무등일보DB

영광이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최근에는 기존 예·경보로도 포착하기 어려운 '돌발가뭄'까지 나타나면서, 과거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은 광주·전남 지역에도 다시금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영광은 생활·공업용수 가뭄 경보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대신제와 복룡제의 저수율이 낮아지면서 용수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당국은 타 수원에서 물을 끌어오고, 지하수를 퍼 올리는 비상관정을 가동해 비상급수에 나섰다. 1개월 후인 오는 30일 기준으로도 영광은 여전히 '주의' 단계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도서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전남 진도군에도 비상급수를 실시 중이다. 순천·나주·구례·화순·해남·영암·무안·진도 등 8개 시·군에는 강수량 부족에 따라 기상가뭄 '관심' 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최근 6개월간 광주·전남의 누적 강수량은 361.5㎜로, 평년값(420.4㎜)의 84.9% 수준에 머물렀다.

기상청은 인도양과 서태평양 부근 해수면 온도 상승의 영향으로 6월에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7~8월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가뭄 상황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들어 예·경보 체계로도 사전에 감지하기 어려운 '돌발가뭄'이 증가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돌발가뭄은 장기간 강수 부족에 따른 전통적 가뭄과 달리, 강수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더라도 폭염 등으로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단기간 내 수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이다.

현재의 가뭄 예·경보 체계는 월 단위 통계를 기반으로 해당 월과 향후 3개월 중기 전망을 중심으로 작성된다. 통상 한 달 중 특정일의 누적값을 기준으로 해 고온, 증발산량, 지표 수분 등 단기 변화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예보 상으로는 '정상'으로 분류된 지역에서도 실제로는 급수 차질이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여름 강원 영동 지역에서는 돌발가뭄이 발생했다. 당시 장마철 강수량이 평년의 66%에 그친 데다, 8월 들어 폭염이 이어지며 증발량이 평년의 2.5배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한 달 만에 저수량이 급감했고, 급수 차질과 농경지 피해가 잇따랐다.

광주·전남 지역도 과거 극심한 가뭄을 겪은 바 있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보성강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이 30% 이하로 떨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까지 검토되기도 했다. 올해 역시 돌발가뭄 등 재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역 내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기후연구단체 '넥스트'는 보고서 '기후위기 시대, 돌발가뭄이라는 예고 없는 재난'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돌발가뭄은 이미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폭염형 돌발가뭄'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돌발가뭄은 단기간에 수자원을 급속히 고갈시킬 수 있어 안정적인 물 관리에 큰 위협이 된다. 고온 기반 지표와 주간 예보 체계를 마련해 가뭄 예·경보, 통계, 대응 전반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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