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간 유사 참사 반복
"돈보다 생명·안전 우선인 나라 되길"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에 탑승해 있던 승객 9명이 숨진 광주 학동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흘렀다.
그러나 불법 하도급 등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밝혀졌음에도 참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간 조성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사이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부터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참사까지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유사 참사는 반복됐다.
유가족들은 기억하지 않는 참사는 반복된다며 조속한 추모공간 마련과 돈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나라로 변하기를 바랐다.
광주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는 9일 오후 4시10분께 광주 동구청 앞 광장에서 학동참사 4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강기정 광주시장,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안도걸(광주 동남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택 광주 동구청장을 비롯한 정치인, 4·16 재단,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 공연으로 시작한 이날 추모식은 추모 묵념, 헌화, 추도사, 유가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이진의 광주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추도사에서 "평범했던 어느 날 무너진 건물과 함께 한순간에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며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공동대표의 말처럼 학동참사 책임자 중에서 현재 처벌이 확정된 사람은 없다. 참사 당시 굴착기를 운전했던 재하도급업체 대표부터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현장소장까지 피고인들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이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또 현산은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산은 학동참사 불과 7개월 뒤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도 일으켰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이 현산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공사를 계속 수주받고 있다.
아울러 추모공간도 지난해 밑그림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조성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참사 버스인 운림54번 버스도 영구 보존이라는 방향만 잡혔을 뿐 전시 장소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광주 북구 각화정수장 창고에 방치돼 있다.
이날 추모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광주지역 야7당은 이재명 정부와 국회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야7당 대표들은 "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비극이 우리나라에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통해 안전이 기본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인근 정류장을 지나던 운림54번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버스기사 등 8명이 다쳤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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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광주 버스 파업 설문···뒷북 행정 '비난' 광주시가 16~18일 진행하는 광주 시내버스 파업 관련 시민의견 설문조사 캡쳐. 독자 제공 광주시가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이 2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야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중교통 혼란 속에서도 분규 해결을 위한 중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시가 이제 와서 여론조사에 나선 것은 사실상 '면피용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다.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새벽 시민 소통 플랫폼 '광주온'을 통해 시내버스 파업 관련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알림 메시지를 발송했다. 설문은 운전원 적정 임금 인상률, 버스 요금 적정 인상률, 버스 요금 인상 시기 등 세 문항으로 구성됐다. 광주시는 참고자료로 타 시·도 운전원 월평균 임금(광주 459만원), 교통카드 기준 버스요금, 시의 재정지원 규모(지난해 기준 1천402억원) 등도 함께 제시했다.해당 설문은 16일부터 시작돼 1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이를 두고 파업이 시작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시민 의견'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파업 초기부터 노조는 시의 중재 역할을 거듭 촉구했고, 시의회에서도 광주시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시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강기정 시장이 첫 공식 입장을 낸 것도 파업 재개 9일째인 지난 15일이었다.노조 관계자는 "광주시가 지금껏 어떤 입장도 명확히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여론을 묻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민심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이번 설문이 시민 의견 수렴보다는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시 주관 설문조사가 5일 안팎의 참여 기간을 둔 것과 달리, 이번 설문은 불과 3일로 제한됐다. 특히 문항 대부분이 임금 인상과 요금 인상 여부에 집중돼 있어 여론의 방향을 특정 의도에 맞춰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더불어 설문 안내 메시지가 시민 다수가 잠든 새벽 시간에 발송돼 '재난문자인 줄 알았다'는 등 일부 불만도 제기됐다.광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인식 조사"라며 "시민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 준공영제와 파업 대응 등 향후 정책 결정에 참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메시지 발송 업체에 전날 오후 7시57분에 발송 요청을 했다. 다수의 시민에게 순차 발송되면서 새벽에 문자를 받은 시민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박필순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구3)은 "임금 인상률이나 버스 요금 인상 여부를 시민들에게 묻는 건 사실상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려는 여론몰이 성격이 강하다"며 "노선 불편, 배차 지연 등 시민이 겪는 실제 불편에 대한 조사는 없고, 노조의 임금 요구가 타당한지를 묻는 식의 문항만 나열돼 있다"고 지적했다.박 의원은 "강 시장은 '시의 무한책임'을 언급하면서도 실제로 한 일은 노조 농성장 한 차례 방문과 전화 통화 뿐이다. 그 외엔 실질적 중재 노력이나 후속 조치가 전무하다"며 "광주시가 진정으로 파업을 중재하려 했다면, 먼저 협상 테이블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했다. 노사가 협상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등 실질적 수단을 시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3% 인상안이 최대라면 그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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