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고소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72명이 전남경찰청에 참사 책임자 15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또 경찰의 수사 촉구와 함께 수사 절차에 대한 참여권 보장을 촉구하며 제대로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유족들과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법률지원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등은 13일 오전 전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진실을 외면한 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족들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르 살아가고 있다. 이 고통을 멈추는 첫걸음으로써 고소장을 제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주항공참사법률지원단은 내부 검토를 거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안전확보의무를 위반한 혐의(중대재해처벌법 위반)가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내 항공 안전기준을 위반하는 내용의 공항 설계를 승인해주고, 로컬라이저는 부러지기 쉬운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반해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건설기술진흥법, 공항 비행장시설 및 이착륙 설치기준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달라고 고소장에 적시했다. 서울지방항공청장과 부산지방항공청장에 대해서도 동일한 혐의 적용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우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영 책임이 지휘에 있으면서도 안전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일으킨 혐의다.
이들은 또 관제사와 관제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했다. 적절한 정보 제공을 하고 관제를 지시, 비상시 신속 대응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다.
제주항공 정비본부장 등 관계자들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됐다. 적정한 정비와 점검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무안공항 운영 주체들도 항공안전법, 형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다. 조류 충돌 위험을 방지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를 져버려 사고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유족들의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수사본부를 꾸려 4개월간 수사를 벌여온 전남경찰청은 피고소인들을 공식 입건해 기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남경찰청은 그동안 압수수색 확보 자료 분석, 김이배 대표 등 중요 참고인 소환 조사 등을 이어왔지만 현재까지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정식 입건된 사람은 없었다.

손주택 유족은 "우리의 요구사항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며 "유족들은 참사 직후 찢어지는 가슴을 잡고 살아가고 있지만 사고와 관련된 책임자들이나 관계 기관의 책임을 물었다는 이야기가 136일이 지난 현재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김다혜 유족도 "사고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아무런 책임 규명이나 진상 규명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힘겨웠다"며 "이번 고소가 결코 유족들에게 있어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실을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이 따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임태호 변호사(12·29제주항공 법률지원단장)는 "이번 형사고소를 통해 비로소 유가족들은 제주항공참사를 수사하는 형사절차에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며 "수사기관은 향후 유족들에게 수사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유가족들의 권리보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둔덕형 콘크리트 로컬라이저와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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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광주 버스 파업 설문···뒷북 행정 '비난' 광주시가 16~18일 진행하는 광주 시내버스 파업 관련 시민의견 설문조사 캡쳐. 독자 제공 광주시가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이 2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야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중교통 혼란 속에서도 분규 해결을 위한 중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시가 이제 와서 여론조사에 나선 것은 사실상 '면피용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다.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새벽 시민 소통 플랫폼 '광주온'을 통해 시내버스 파업 관련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알림 메시지를 발송했다. 설문은 운전원 적정 임금 인상률, 버스 요금 적정 인상률, 버스 요금 인상 시기 등 세 문항으로 구성됐다. 광주시는 참고자료로 타 시·도 운전원 월평균 임금(광주 459만원), 교통카드 기준 버스요금, 시의 재정지원 규모(지난해 기준 1천402억원) 등도 함께 제시했다.해당 설문은 16일부터 시작돼 1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이를 두고 파업이 시작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시민 의견'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파업 초기부터 노조는 시의 중재 역할을 거듭 촉구했고, 시의회에서도 광주시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시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강기정 시장이 첫 공식 입장을 낸 것도 파업 재개 9일째인 지난 15일이었다.노조 관계자는 "광주시가 지금껏 어떤 입장도 명확히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여론을 묻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민심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이번 설문이 시민 의견 수렴보다는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시 주관 설문조사가 5일 안팎의 참여 기간을 둔 것과 달리, 이번 설문은 불과 3일로 제한됐다. 특히 문항 대부분이 임금 인상과 요금 인상 여부에 집중돼 있어 여론의 방향을 특정 의도에 맞춰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더불어 설문 안내 메시지가 시민 다수가 잠든 새벽 시간에 발송돼 '재난문자인 줄 알았다'는 등 일부 불만도 제기됐다.광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인식 조사"라며 "시민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 준공영제와 파업 대응 등 향후 정책 결정에 참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메시지 발송 업체에 전날 오후 7시57분에 발송 요청을 했다. 다수의 시민에게 순차 발송되면서 새벽에 문자를 받은 시민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박필순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구3)은 "임금 인상률이나 버스 요금 인상 여부를 시민들에게 묻는 건 사실상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려는 여론몰이 성격이 강하다"며 "노선 불편, 배차 지연 등 시민이 겪는 실제 불편에 대한 조사는 없고, 노조의 임금 요구가 타당한지를 묻는 식의 문항만 나열돼 있다"고 지적했다.박 의원은 "강 시장은 '시의 무한책임'을 언급하면서도 실제로 한 일은 노조 농성장 한 차례 방문과 전화 통화 뿐이다. 그 외엔 실질적 중재 노력이나 후속 조치가 전무하다"며 "광주시가 진정으로 파업을 중재하려 했다면, 먼저 협상 테이블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했다. 노사가 협상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등 실질적 수단을 시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3% 인상안이 최대라면 그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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