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홉스트리트', 주민 체감 없으면 전시행정 그친다

입력 2024.10.20. 10:39 임창균 기자
11월부터 포토존 등 11개소 조성
경관 조성 위주, “주민 고충 몰라”
“주민 소통 통해 개선해 나갈 것”
'홉스트리트' 조성사업 가작어린이공원 주야간 조감도.광주 북구 제공

광주 북구가 오는 11월 삼각동과 일곡동 주변 테마거리 조성사업에 나선다.

당초 BTS 멤버 제이홉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인해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일었으나, 북구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도 함께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북구에 따르면 내달 지역 명소 만들기 프로젝트 하나로 추진하는 희망의 거리 '홉스트리트 (HOPE STREET)' 조성사업이 시작된다.

홉스트리트 조성사업은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대상지는 17개 학교가 밀집해 있고 인구 20% 이상이 청소년으로 구성된 삼각동과 일곡동 일원이다.

당초 BTS 멤버 제이홉이 삼각동과 일곡동 일대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K-POP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공사비 9억2천만여원을 들여 가작어린이공원, 비둘기어린이공원, 일곡제2근린공원 등 3곳에 '스팟존'을, 서일초, 일곡초, 일곡중, 국제고, 일곡마을, 삼각마을 등 6곳에 포토존을, 남도향토음식박물관과 일곡중에는 청소년 거점센터를 설치한다.

하지만 주요 계획에 벽화, 포토존, 댄싱미러, 야간조명 설치 등 경관 조성이 대부분이라 실제 공원을 이용하는 지역민들에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홉스트리트 조성사업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삼각동 가작어린이공원 모습. 농구코트 바닥면이 여기저기 훼손돼 있다.

주민 정모(45·여)씨는 "아침엔 지각할까 봐 뛰어가고 밤에는 끝나자마자 셔틀버스 타고 가는데 어느 학생이 평일에 공원을 이용하겠나"며 "평일에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산책 나오는 어르신들, 밤에 담배 피우는 학생과 술을 마시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학생들을 공원으로 유도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권모(16)군은 "중학생 때부터 가작공원에서 종종 놀았는데 농구코트가 움푹 튀어나와서 넘어지기도 했다"며 "담벼락에 벽화 만들고 공원에 포토존 만드는 것보다 이용하기 쾌적하게 만들고 조명도 더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구 측은 주민협의체와의 토의를 통해 단순한 경관 조성 외에도 세부적인 시설 개선 사항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낡은 공원 바닥 면을 개보수하고 경사면에는 노약자들의 안전을 위해 보행 난간도 설치한다.

가작어린이공원의 농구코트는 대대적으로 새 단장 해 향후 농구 대회 등 체육 활동 콘텐츠로 발전시킨다.

청소년 거점센터는 남도향토음식박물관과 일곡중학교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청소년은 물론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북구 관계자는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더라도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청소년들의 참여를 이끌 콘텐츠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주민들과의 소통, 관광 및 문화 프로그램과의 연계 등을 통해 단순한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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