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간 쌓인 선물세트···중고거래로 용돈 벌어요

입력 2024.09.20. 08:54 차솔빈 기자
선물세트 중고거래로 용돈 벌어
저렴하게 생필품 마련도 가능
거래 규정 위반 등 사례 있어
명절 선물 의미 퇴색될까 우려
20일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선물세트 거래글. 여러 선물세트에 예약이 잡혀있는 등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햄 통조림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팔면 돈이 되니 살림살이에도 도움이 되고 윈윈이죠."

사회초년생 김모(24·여)씨는 최근 추석 선물로 받은 통조림 선물 세트를 지역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판매했다.

먹지도 않는 통조림을 챙겨 두기보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아 생활비에 보태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명절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선물세트 거래가 왕성하다.

하지만 이를 틈 타 규정을 위반한 거래글도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채 거래가 완료되는 등 선물세트 거래가 활발하다.

20일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살펴본 결과 명절 선물세트 거래글만 수백여개에 달했다.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광주지역 명절 선물세트 거래글은 250여개에 달했다.

명절 이후로 거래가 더욱 활발한 점을 감안하면 거래글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글 대부분은 캔참치와 프레스햄, 식용유 등 식품과 생필품 위주다.

20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지역 거래글, 소비기한을 위반한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정가 2만6천원 상당 통조림 햄 선물세트는 1만8천원에 시중가 4만원에 달하는 간장 선물세트는 2만원에 판매되는 등 시중 거래가격의 반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중고거래 이용자 최모(32)씨는 "매년 회사에서 받는 선물은 비슷해 점점 쌓여가니, 요즘에는 받는 선물들을 전부 중고 직거래로 팔아버리고 있다"며 "이렇게 판 돈으로 부모님 용돈도 나눠드리니 오히려 좋아하신다"고 웃음을 보였다.

생필품 외에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 거래글도 여럿 올라와 있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월부터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따라 종합비타민, 홍삼진액, 영양제 등 다양한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규정 위반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구매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의 경우 개봉된 제품이나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은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음에도 이를 어긴 판매글이 버젓이 등록돼 있다.

20일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 판매 불가능한 '개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안모(28·여)씨는 "요새 몸이 좋지 않아 홍삼을 구입하려다 너무 싸서 보니까 개봉된 상품이었다"며 "실수로 열어봤을 뿐 전혀 이상이 없는 제품이라고 하는데 믿음이 가지 않아 거래는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규정을 위반한 제품들도 종종 있어 구매하는 사람이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같은 명절 선물 세트 중고거래가 성행하면서 일부에선 진짜 필요한 이들에게 물건이 돌아간다며 긍정적으로 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명절 선물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거래자 조모(27)씨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억지로 소비'하기를 자제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진정으로 필요한 이들에게 물건이 갈 수 있으니 사회적으로 더 좋은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20일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 건강기능식품을 가공식품으로 올려 판매하는 등 위반사항이 여럿 발견됐다.

반면 김모(60)씨는 "이렇게 받은 선물을 곧바로 팔아버리게 된다면, 선물의 의미가 퇴색되고 명절의 따뜻한 정이 줄어드는 느낌이다"며 "중고거래 사기나, 건강기능식품의 규정 위반 등 여러 문제도 있어 다방면으로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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