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끝나자 광주 곳곳 쓰레기 '몸살'

입력 2024.09.19. 17:26 박승환 기자
아파트·주택가 등에 잔뜩 쌓여
대부분 재활용 불가능해 골치
환경단체 “정부가 규제 강화해야”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추석 연휴 기간 버려진 쓰레기가 성인 남성 키만큼 쌓여 있다.

"명절에는 항상 평소보다 쓰레기가 2배 이상 쏟아지곤 합니다."

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자 광주지역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명절 선물 포장에 사용된 엄청난 양의 상자와 포장재가 쏟아져서다.

특히 포장재의 경우 대체로 재활용이 어려운 데다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만큼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쓰레기가 성인 남성 키만큼 쌓여 있다.

쓰레기 대부분은 과일이나 고기, 생선, 한과 등 명절 선물세트 포장에 쓰인 종이와 스티로폼 상자. 1주일에 한 번 수거되다 보니 추석 연휴 기간 버려진 쓰레기가 잔뜩 쌓인 것이다. 쓰레기가 분리수거장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쓰레기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경비원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곳 아파트 경비원 A씨는 "명절만 되면 쓰레기가 평소보다 2~3배 이상 늘어난다"며 "분리수거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부피를 줄이는데 손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아이스팩이 무분별하게 버려져서 골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북구 용봉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도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 쓰레기부터 명절 선물세트 상자까지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상자에는 일일이 떼어내야 하는 테이프도 그대로 붙어있는 상태였다.

재활용할 수 없어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하는 부직포 가방이나 보자기, 리본 끈, 발포폴리에틸렌(EPE) 소재의 과일 완충재 등 포장재도 상자와 함께 버려져 있다.

시민들은 쓰레기에서 풍기는 심한 악취에 손으로 코를 막고 숨을 참으면서 골목길을 지나가곤 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평소에도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데 명절에는 더욱 심하다"며 "명절 선물의 경우 불필요한 포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추석 연휴 기간 버려진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나뒹굴고 있다.

이처럼 명절이 끝날 때마다 쓰레기 문제는 반복되고 있으나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종이를 제외하면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보다 그렇지 않은 포장재가 더욱 많은 실정이다.

실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경북 상주·문경)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평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포장재 총 4천314건 중 절반에 달하는 2천89건(48.4%)이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하는 재활용 어려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는 47건(1.1%)에 그쳤다.

올해 3월 환경부가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하 제품포장규칙)'을 개정했지만, 시행(4월30일)을 앞두고 2년 동안 계도기간을 두기로 해 한동안 명절 쓰레기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부 배모(60·서구 광천동)씨는 "과일 등 명절 선물을 정리하고 나면 내용물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며 "고급스럽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환경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환경부가 제품포장규칙 개정안 시행을 유예해 쓰레기 문제가 반복된 것 같다"며 "기업들이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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