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밤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광주지역 뉴스에 댓글을 달았다. 기자로서 정보를 알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댓글에 맥락 없이 전라도민 비하 표현이 날아들었다. “찾았다 홍어, 빨갱이”. 익명도 아닌 내 이름과 얼굴이 적시된 계정인 데도 불구하고 그런 표현을 쓴 것이다. 모욕감이 들었다. 홍어나 빨갱이는 전라도 지역민들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익숙하다. 전라도 사람이라면 온라인에서 이런 댓글들은 수없이도 본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은 말할 것도 없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도 예외가 없다. 전라도 관련 뉴스나 소식에는 여지없이 모욕적이고 비하하는 표현들이 달린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댓글을 잘 안 보는 습관이 생겼다. 무등일보가 최근 1년간 전라도 관련 뉴스 300개 댓글을 분석한 결과, 댓글 10개 중 최소 1개 이상이 직접적인 전라도 혐오 표현이다. 지난 2021년 부산일보가 지방 혐오가 심각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혐오 표현을 모아봤더니, 10개 중 9개가 전라도를 향한 것이었다. 부산일보조차 사실상 ‘전라도 혐오’라고 할 정도였다.
전라도에 대한 혐오 표현이 놀이가 된 현재 대한민국의 단상이다.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반사회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온라인상 전라도 혐오 표현이 생성돼 퍼지기 시작했다. 홍어나 전라디언과 같은 표현이 나온 것도 그 쯤이다. 과거에는 직접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었다면 최근에는 은유·비유적이지만 더 노골적인 표현이 나오고 있다. 악질인 것은 전라도는 대한민국과 다른 지역이라는 것을 끊임 없이 밈을 통해 재생산해는 방식이다. ‘7시’, ‘청정구역’, ‘그 지역’, ‘알보칠’ 등 수도 없이 많다. ‘그 지역에 갈 때는 여권이 필요하다’는 드립이나, ‘혹시 전라도세요?’라고 물어보면서 조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도그휘슬’(Dog whistle) 방식이다. 개에게만 들리고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 호루라기처럼, 일반 시민이나 포털의 AI 필터링 알고리즘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극우 성향의 유저들끼리는 단박에 알아채는 은어(암호)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신고조차도 할 수 없게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온라인상 혐오 놀이가 오프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이들이 교실 내에서 전라도 혐오 표현을 장난처럼 쓰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 뉴스 댓글 창과 커뮤니티,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교실에 이르기까지 ‘전라도 혐오’가 무차별적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라도를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하와 왜곡, 도그휘슬식 혐오가 횡행하게 된 데는 정부와 정치권,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20년 가까이 온라인상에서 전라도 혐오가 누적되고 덩치를 키울 동안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다. 포털과 플랫폼 기업들 또한 혐오 댓글 방조의 책임을 외면해 왔다.
이제는 손을 댈 수조차 없는 대중문화가 돼버렸다. 교실로 비유하면 ‘집단 따돌림’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구성원도 선생님도 교장도 모두 당연하듯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반사회성 표현을 쓰면서도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할뿐더러 혹은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다. 전라도 사람들은 마음에 멍이 쌓여 가고 다치는 데도 누구 하나 돌봐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갖가지 혐오를 받는 데도 말이다.
기호를 나타내는 건 자유다. 그러나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 표현은 결코 표현의 자유일 수 없다. 명백한 ‘집단적 가해’이자 사회적 범죄다. 그렇다고 당장 혐오 표현을 내뱉는 자들을 처벌하라고, 커뮤니티를 폐쇄하라는 게 아니다. 이제라도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다. 혐오 표현을 마음껏 내지르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 현상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나. 온라인상 혐오 표현에 대해 적어도 명백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끔 해야 하지 않겠나. 그만 외면하고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