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특별시장, 공신이 아니라 적임자 찾아라

@이용규 입력 2026.06.08. 18:09
이용규 신문디자인국장
[나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8일 오전 전남 나주 빛가람복합문화체육센터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2026.06.08. lhh@newsis.com

40년 만에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한지붕 아래 모인다. 7월 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시민들의 관심은 첫 인사에 쏠려 있다. 누구를 기용하고 누구에게 조직을 맡길 것인가. 역사는 인사가 곧 정치였음을 보여준다.

조선 문화의 르네상스를 연 정조(1776~1800)는 즉위 후 규장각을 설치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을 안고 왕위에 오른 정조는 노론 중심의 강력한 기득권 정치와 극심한 붕당의 대립과 직면했다.

정조는 이러한 형국의 돌파구로 규장각 설치 카드를 뽑았다. 기존 권력을 정면으로 뒤집기보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규장각은 왕실도서관을 넘어 인재를 발굴하고 국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사람의 플랫폼이었다.

정조는 정약용, 박제가, 이덕무 등 젊고 유능한 학자들을 발탁했다. 학벌, 가문보다 실력을 중시한 파격 인사로 붕당인사 독점을 깨고 사람 중심이 아닌 능력 중심의 국정 운영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포석이었다.

지난 6월3일 선출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을 비롯한 광주전남 지자체장들이 취임을 앞두고 있다.

1986년 직할시 승격 이후 행정적으로 갈라졌던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합치는 것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다. 새로운 지역운영체계를 설계하는 역사적 실험이다. 엊그제 구성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인수위원회가 20여일간 활동을 통해 밝힐 4년간 밑그림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통합특별시장이 가장 먼저 단행할 인사는 향후 4년 행정 방향의 신호탄이다. 320만 전남광주특별시가 수도권과 겨뤄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첫 인사의 책임감과 무게감은 실로 크다.

민선은 주민이 직접 뽑은 사람이 주민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인사는 특별시장, 시장, 군수의 사유물이 아니라 주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의 행사이다. 인사는 단체장의 첫 정책이자 강력한 정책이다. 선거를 함께 치른 공신은 고마운 사람이다. 그러나 주민이 세금을 내고 기대하는 것은 공신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행정 성과다.

정조는 궁궐보다 사람을 먼저 세웠다. 민선의 성공도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다. 주민들이 발표될 명단에서 기대하는 것은 선거 공신 명단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의 이름이다.

이용규 신문디자인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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