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멈춰버린 치매 돌봄···'간병살인'이 던진 질문

@김종찬 입력 2026.04.20. 17:30

한 통의 실종 신고로 시작된 사건은 결국 살인이라는 참혹한 결말로 끝났다. 1톤 트럭 적재함에서 발견된 80대 노모, 그리고 피의자인 60대 아들.

치매 국가책임제가 도입된 지 수년이 지났다. 정부는 국가가 함께 치매 노인을 돌보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간병살인’ 사건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표면적으로 제도는 촘촘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접근성’과 ‘지속성’이다. 돌봄이 가장 절실한 취약계층일수록 제도에 닿기 어렵다. 신청 절차는 복잡하고, 등급 판정까지 시간이 걸리며, 서비스는 제한적이다. 하루 몇 시간의 방문요양으로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치매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그 빈틈은 가족이 메운다. 특히 독거 또는 저소득 가정의 경우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시설 입소는 비용과 대기 문제에 가로막히고, 재가 서비스는 ‘보조’ 수준에 그친다. 돌봄은 ‘국가 지원’이 아니라 ‘가족 책임’으로 되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는 점점 고립된다.

이번 사건 역시 중증 치매 노인을 아들이 홀로 돌보면서 발생했다. 80대 노모는 수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였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증세가 악화된 뒤에는 112에 600차례 넘는 신고를 반복했다. 아들은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며 어머니를 부양했다. 집이 아닌 트럭에서 함께 생활했다는 점은 이들의 삶이 얼마나 벼랑 끝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균열은 ‘사각지대 관리’다. 수백 차례의 112 신고는 명백한 위험 신호였지만, 단순한 치매 증상으로 치부되며 돌봄 체계로 연결되지 못했다. 반복되는 이상행동이 ‘위기 가구’로 분류돼 공공의 개입으로 이어졌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치매 노인 돌봄을 ‘효’나 ‘가족의 도리’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치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할 문제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국가가 약속한 돌봄이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어쩌면 다음 비극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김종찬 취재2본부 차장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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