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교실을 흔드는 '학부모'

@김종찬 입력 2026.03.08. 13:57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흔들리는 교권은 여전하다. 학부모들의 민원성 항의에 교실이 흔들리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는 이제 흔히 접하는 시대가 됐다.

고3 교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상징적이다. “어차피 학원에서 공부하니 학교에서는 잠자는 학생을 깨우지 말라”는 요구. 수업은 조용히 자습으로 대체해 달라는 주문. 학부모들의 이같은 요구에 학교는 학원 스케줄을 보조하는 휴식처로 전락했다.

또 체육대회는 시끄럽고 다칠 수 있으니 하지 말라, 수학여행은 안전이 걱정되니 취소하라, 동아리 활동은 입시에 도움 되지 않으니 줄여 달라 등 선을 넘는 요구들도 발생하고 있다. 아이의 안전과 미래를 걱정한다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그 결과 학교는 점점 ‘무균실’이 된다. 뛰지 않고, 부딪히지 않고, 실패하지 않는 공간. 그렇게 온실 속 화초로 살아낸 학생들은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깨지고 부서지과 이겨내는 과정을 배우지 못한다.

교권을 둘러싼 모순도 뿌리 깊다. 학생이 교사를 때렸을 때 항의하면 “맞을 짓을 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훈육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강한 말이 오가면 “어떻게 우리 아이를 혼내느냐”고 격앙된다. 책임은 사라지고 민원을 제기할 권리만 가진 듯 의기양양한 부모들의 모습이다.

교과 운영에 대한 간섭도 일상화됐다. “국·영·수만 수업해달라”, “체육은 쓸데없으니 주요 과목으로 대체하라”는 요구가 학교를 압박한다. 상장을 공개적으로 수여하면 “우리 아이가 주눅 든다”고 항의한다. 경쟁은 싫지만 성적은 올라야 하고, 비교는 불편하지만 결과는 좋아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학생들을 아무 것도 못하는 장난감으로 전락시킨다.

물론 모든 학부모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한 요구와 민원이 일상이 되면서 교육은 소신보다 눈치를 보게 됐다. 정작 학생들은 책임과 규율, 공동체 감각을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다. 그래서인지 대학교 입학식에도, 학점 항의 전화도, 회사 면접에도, 연차 쓰겠다는 전화도 모두 부모가 동참하거나 대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교는 서비스 기관이 아니고 교사는 고객 응대 직원이 아니다. 교육은 불편함과 갈등, 때로는 좌절을 통과하며 완성되는 과정이다. 학부모가 바껴야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사회에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종찬 취재2본부 차장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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