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를 돌아보면 화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정치권의 끝없는 대립, 도로 위의 분노 운전, 직장에서의 갑질, 심지어는 집 안에서의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사소한 말다툼이 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스마트폰 속 댓글 창은 매일 누군가의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은 마치 작은 불씨 하나만 떨어져도 금세 불길이 번져버릴 듯한 긴장 상태다.
실제 전남에 거주하는 A군은 올해 1월 29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주거지에서 양어머니인 B(64)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지난 8일 법정에 섰다. B씨는 15년 전 주거지 인근에 유기된 영아(A군)를 발견하고 별도 입양 절차 없이 사건 당일까지 양육해왔는데 평소 B씨는 A군의 외출 문제, 생활 태도 등을 지적하며 모자 간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이같은 B씨의 언행에 화를 참지 못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화나게 한다며 술을 마시고 폭행하거나 협박한 C(57)씨도 최근 법정에 섰다. 그는 지난 7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연인 사이인 D씨가 화를 돋군다며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폭행한 뒤 소주병을 얼굴에 들이대며 살해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왜 우리는 이렇게 화가 많아졌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디지털 사회가 큰 몫을 한다고 본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표현의 장벽이 낮아지고, 짧은 문장과 이모티콘에 감정이 과잉 투영된다. 결국 현실에서도 작은 불편과 불만이 증폭돼 가까운 사람에게 분노로 쏟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화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우선 스스로 감정의 신호를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 거리 두기와 시간 두기가 중요하다. 화가 치밀 때 즉각적으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고 잠시 자리를 벗어나거나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불길은 누그러진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온라인 공간의 혐오 발언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직장 내 감정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소통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 개인이 감정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상에서 화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만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회는 서로의 상처를 덜어내고 관계를 회복할 힘을 가진다. 화는 불처럼 태워버릴 수도 있지만, 따뜻한 난로처럼 에너지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김종찬 취재2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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