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임도 논란

@선정태 입력 2025.05.13. 17:35
선정태 취재2본부장

2023년 3월 11일 지리산 대성골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다. 헬기 28대와 진화대원을 투입했지만 산세가 험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날 비 덕분에 꺼졌지만, 등산로로 투입된 진화대원 1명이 가파른 산비탈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보다 며칠 앞선 2023년 3월 8일 발생한 합천산불은 일몰 후 임도를 따라 지상 진화에 나서 초기에 불을 잡았다.

지난 3월 21일 발생한 '괴물 산불'도 위 사례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산청에서 시작돼 열흘 동안 지리산국립공원과 하동으로 번진 산불은 발화 213시간 만에 꺼졌다. 해발 900m의 산불 현장에 접근할 임도가 없어 진화인력 투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울주에서 발생한 산불 2건은 임도 덕분에 20시간 만에 꺼졌다.

기후 위기로 인해 최근 대형산불이 늘어나면서 임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임도는 총 2만548.7㎞다. 1㏊당 임도 길이를 나타내는 임도 밀도는 4.1m다. 일본(24.1m)의 6분의 1 수준이고, 미국(9.5m)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평균 745㎞ 가량 임도를 설치하고 있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산림당국은 산불을 끄려면 현장에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며 임도 확충이 불가피하다지만, 환경단체와 산림전문가는 오히려 임도가 숲을 절단하고 바람길을 만들어 불길을 확산시킨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임도가 있는 경우 2㎞ 진입에 차량으로 약 4분이 소요되는 반면, 임도가 없는 경우 도보로 약 48분이 걸려 진입 시간에서 12배 차이를 보였다. 무거운 진화 장비의 수송과 야간 진화 작업 등에서도 임도 유무에 따라 최대 5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2022년 울진 산불도 산불진화 임도 덕분에 금강송 8만여 그루를 지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반대로 임도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임도가 바람길 역할을 해 산불을 더 키우는 한편 산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은 2011년부터 10년간 전국의 산사태 현장 9천600여 곳 가운데 1천447곳이 임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임도 설치가 진화 효율이냐, 환경 보전이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사이 시간이 지날수록 산불 피해는 커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대형 산불이 연례 행사처럼 매년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임도 개설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지 묻고 싶다.선정태 취재2본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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