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400억,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선정태 입력 2024.09.29. 17:26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광주시장의 '함흥차사' 발언 때문에 전남지사의 감정싸움이 벌어지면서 광주군·민간공항 이전 문제가 혼돈에 빠진 모양세다. 그 동안도 양 시도는 호흡이 맞지 않았지만,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은 광주시장과, 내년 상반기까지로 정하자는 전남지사 사이의 이견이 감정싸움으로 비화한 듯하다.

'공개 사과하라'며 불쾌함을 드러낸 전남지사의 요구에 광주시장은 "전남도라든가 또 도지사님께 서운한 말씀을 드렸다면, 그런 것은 얼마든지 제가 사과해야 한다면 공개적으로 사과도 할 것이고 그럴 겁니다. 지금은 그런 것을 가지고 사과해야 될 만큼 또 사과하고 그걸 사과를 하냐 마냐를 가지고 논란을 또는 시간을 허비할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발언이 상대의 감정을 건드렸다면 '미안하다' 한마디면 될 테지만, '잘못도 안 했는데 사과할 일이 없다. 잘못했을 때 사과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 23일 나주와 25일 국회에서 두 번이나 만났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광주시장은, 명백히 사과해야 할 일도 그냥 넘어갔던 사례가 있던 만큼,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들어간다.

사과를 요구하는 상대에게 '미안'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 것이고, 둘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다.

협업하다 파국을 맞이하는 경우의 상당 부분은 어느 한쪽의 말실수 때문이다. 날카롭고 가는 가시가 상대의 가슴을 후벼파 결국 본질을 뒤덮어 버린다.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도 플랜B보다는 출구전략을 짜야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커진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며 사과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좋은 말 한마디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나쁜 말 한마디가 일을 그르치게도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사람도 있다.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 한마디, 금 한 돈에 40만 원이 넘는 지금 시세로 계산하면 400억 원의 가치다. 400억 원 가치의 표현으로 그 100배 이상의 결과 결과를 만들 것인지, 비싼 가치를 함부로 꺼내지 않는 것이 맞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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