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
尹, 12·3 비상계엄사태
제왕적 대통령제 민낯
여야협의체 출범 중요
野 실용적 해결책 제시
"30여년 정치 인생에서 꾸준히 추구해 왔던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의 정치'의 구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민생안정, 국정안정 등을 위해 역할을 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제47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 22일 오후 무등일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계엄이 불러온 혼란을 해소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깊어진 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여야정협의체는 특정 정당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아닌 의장 주도로 여야가 협력해 국정안정을 추구하고 국민께 수습책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전 총리와 일문일답.
-계엄부터 탄핵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봤나.
▲계엄을 겪었던 세대로 예전 악몽이 되살아났다. 특히 1980년 군부의 악몽같은 계엄을 겪으셨던 호남분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의 불장난으로 이들의 상처를 다시금 헤집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난 70년 이상 쌓아온 법치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또 불법 계엄으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계엄 이후 두 번의 담화로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승리의 역사를 또다시 일궈냈다. 권력을 함부로 남용하면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됐다. 이것이 바로 광주정신이다.
-윤 대통령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다. 그래서 내란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태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여전히 국민 정서와 분노를 모르는 매우 동떨어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의 태도가 국격 추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비상계엄 후 1차 담화는 알맹이 없는 맹탕 담화, 2차 담화는 대국민 선전포고로 헌법과 법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 측 변호사가 "윤 대통령은 당당하다"고 했는데, 당당하다면 헌재 탄핵 심판 서류도 빨리 받고, 절차에 임하는 게 당연하다.
-국회의장 중심 협의체 구성 제안을 한데 이어 이재명 대표도 정부와 국회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했는데.
▲헌재 재판관이 임명돼서 안정된 심리 절차가 진행되는 게 우선이다. 헌재 재판관들이 법리도 검토하겠지만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어떤 것을 생각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국정안정과 민생 수습을 위해 여야정협의체 출범은 중요하다. 정쟁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특히 경제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여야가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국회를 중심에 두자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으로 본다.
다만 여야정협의체는 특정정당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아닌 의장 주도로 여야가 협력해 국정안정을 추구하고 국민께 수습책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대표가 경제·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조속히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양곡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총리의 역할 범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 위기 상황에서 맡은 임시 선장이다. 그래서 권한이 법적으로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에 빠지지 말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자신의 권한 행사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정부를 유지·관리하는 것이 첫 번째다. 현재 각종 법안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넘어 온 것이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인 하나가 마치 국정 운영을 권한대행이 자기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
때문에 국민들에게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자제해야 된다. 특히 헌법 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은 국회 추천권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것을 거부한다면 국가 전체에 혼란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래서 최소한의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
-이참에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줄이는 개헌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개헌을 한다면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나.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이 문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반복되다가 급기야는 비상계엄 사태로까지 커졌다. 권력의 분산, 분권이 핵심. 국무총리 국회 선출을 검토하고, 감사원 국회 이관과 같은 내용도 들어가야 한다. 다만 시기적으로 아직 탄핵도 결정되지 않았고 벌써 논의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싶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국민 여론을 모아 추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정국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가게 된다. 지금의 난국에 어떤 인물이 대한민국에 필요하다고 보는가.
▲목민관 리더십, 포용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이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갈등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대내적으로는 갈등 심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애민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을 줄이고 반대자까지 포용할 수 있는 목민관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분이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국민통합으로 돌파한 김대중 전 대통령. 그런 리더십을 국민이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국민들이 판단하겠지만 지금까지 우리한테 보여줬던 보수정치는 이제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조기 대선이 이뤄지고 특히 이재명 대표가 법적으로 출마가 불가능할 경우 강력한 대선출마자로 거론되는데.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대선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 지금은 탄핵 인용에 힘을 모아야할 때다. 나를 포함 민주당 모두가 겸손해야 한다. 정권교체가 이미 이뤄진 것처럼 행동하면 안된다. 국정안정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커진 경제위기, 트럼프 당선 등에 의한 대외적 불확실성 등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번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재확인했다. 정치개혁도 함께 논의해야 하고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함께 노력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너무 서두르거나 하는 것은 이 혼돈의 국면에서 국민을 한곳에 모으는 행동은 아니다.
-국민과 함께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주어진 책임은 무엇인가.
▲계엄이 불러온 혼란을 해소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더 깊어진 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 30여년 정치 인생, 꾸준히 추구해 왔던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의 정치'의 구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생안정, 국정안정 등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 또 이런 위기에 국민의 불안과 혼란을 가라앉히는 데 발언이나 해야할 행동이 있으면 하겠다는 뜻이다.
-텃밭이라는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지역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지금은 정국안정과 민생수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미래를 논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광주전남 시민분들은 민주당을 아끼는 마음에서 회초리를 드신 것 같다. 호남 민심은 냉철하고 현명하기 때문에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표를 주시지 않는다.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나가야 국민과 호남시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광주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는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광주에 대한 미안함은 1980년 서울의 봄이 광주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는데서 비롯됐다. 그때 좀 더 성숙한 역량을 발휘했다면 그들의 총구가 광주·전남을 향했겠냐는 게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 당시에 들려오는 소문을 믿을 수 없었다.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는 것을 나중에야 사실인 줄 알았다. 그때 서울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것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수도권에서 편하게 정치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대구로 내려간 것은 그런 부채의식 때문이다.
당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유인물을 제작·살포하며 광주 소식을 전하고 알리는 데 힘썼지만, 희생자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계속 남아 있다. 그해 겨울 광주를 찾아 희생자들께 사죄했고 이후에도 망월동 묘역을 자주 찾아 마음 깊이 사죄드리고 있다.
대담=박석호 취재1본부장 haitai2000@mdilbo.com·정리=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 설 밥상 화두 '조기 대선'···광주·전남 정치지형 변화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속도를 내면서, 설 연휴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조기 대선이 될 전망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지방선거를 약 1년 앞둔 지역 정가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 전인 오는 4월 이전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므로, 늦어도 5월에는 조기 대선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민주당 대권 주자는 이재명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는 듯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세가 하락하면서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조사 결과도 잇따르며 대권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28%로 선두를 달렸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4%, 홍준표 대구시장 7%,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각 6% 등이 뒤를 이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그러나 정당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38%)이 민주당(36%)을 앞섰다. 정권 교체론이 힘을 잃는 가운데, 비호감도가 높은 이 대표의 대권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에 비명계 대권 주자들에 이목이 쏠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우원식 국회의장,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김부겸 전 총리는 지지율 역전 상황에 대해 "탄핵 이후 여유 있게 국정을 이끌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SNS를 통해 "우리는 저들과 다르게 가야 한다. 달라야 이길 수 있다"며 당의 변화를 촉구했다.이 대표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김문수 장관도 변수다.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지난 20~21일 만 18세 1천14명을 대상으로 이 대표의 가상 양자 대결을 실시한 결과, 김 장관은 38.8%를 얻어 이 대표(41.5%)와 초접전을 벌이며 주목받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국민의힘 주요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국토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제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지역 정치권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특히,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의 판도는 대선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광주·전남 지역은 시장과 구청장,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단체장 22명 중 20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차기 지방선거에서도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 내 공천 경쟁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방선거 주자들은 통상 1년 전부터 채비에 나서는 만큼, 조기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만약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친명계의 당내 권력 구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선 패배 시 비명계의 반발과 당내 재편 움직임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무소속 정치인이나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향후 대선 판도에 따라 광주·전남의 정치 지형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주자들은 전략 수립과 공천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한편,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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