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월 항쟁 80주년 기념
광주오월로 흐르는 저항 역사
예술 언어로 살피며 환기·확장
지난해 대구 검열 사건으로
보이콧한 작품들 한데 모은
특별 섹션으로 예술 연대도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피어난 민주주의의 기억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80주년을 맞은 대구 10월 항쟁을 환기하고,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바라보며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시각예술로 풀어낸 전시가 열린다.
은암미술관이 ‘2026 달빛연대프로젝트: 10월 항쟁 80주년_시월이 온다’를 지난 16일 개최, 내달 8일까지 이어간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은암미술관이 선보인 달빛연대전 ‘코발트’에 이은 두 번째 자리이다. 대구와 광주의 작가들이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을 통해 기억을 이어가고 연대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전시.
올해는 대구의 10월 항쟁 80주년에 주목한다. 10월 항쟁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사건이다. 해방 직후 대구에서 일어난 10월 항쟁은 미군정의 식량·민생 정책 실패로 인한 극심한 식량난과 사회적 불만 속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불만은 1946년 9월 노동자 총파업으로 번졌고, 파업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자 시민들의 저항이 확산된 사건이다.

민중이 저항의 목소리를 낸 민주주의의 결정적 순간이었으나, 이어진 전쟁과 분단 속에서 이념의 틀로 해석되며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이같은 10월 항쟁을 조명하는 동시에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저항의 계보를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에는 대구와 광주의 작가들은 물론 부산, 여수, 서울 등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평화, 민주주의, 저항 등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사회부터 굴곡의 한국 근현대사의 지점들을 다양한 매체로 담아내며 기억과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특히 2층에는 특별섹션 ‘대구검열, 광주부활’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이 섹션은 지난해 대구에서 일어난 예술 검열 사건이 배경이된다. 행정기관의 사후 검열에 의해 전시가 중단된 바 있던 기획전에서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던 작품들로 채워지는 이 자리에서는 콜렉티브 로컬포스트와 청년작가팀 간질간질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예술 검열이라는 사건에 맞서 예술적 연대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섹션이다.

조민영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자리는 대구의 10월 항쟁을 보다 널리 알림과 동시에 저항의 역사와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이다”며 “이같은 예술 연대의 무대를 매년 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은암미술관은 전시 첫 날인 지난 16일에는 전시 연계로 학술토론회를 갖고 10월 항쟁과 민주주의, 연대의 의미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미련 작가가 이번 전시 특별섹션을 중심으로 대구 예술 검열 사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김준기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 기획 의도와 함께 민중미술의 현재적 의미와 오늘날 예술계 토양을 조명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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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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