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 밝힌 들불야학, 오늘을 비추다

입력 2026.05.06. 16:10 김혜진 기자
은암미술관 기획전 '들불야학' 7일~내달 5일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강학
이곳서 '투사회보' 제작하며
진실 알리고 시민 궐기 호소
회화·사진·영상 작업 등으로
연대·공동체 정신 가치 재조명
서동환 작 ‘들불야학 옛터’

80년 5월 광주 시민을 대변해 계엄군에 맞섰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된 윤 열사는 일찍이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은행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고향인 광주에 내려와 위장 취업해 노동 운동을 이끌었다. 힘든 노동에 자신의 권리마저 챙기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밤에는 들불야학에서 강학을 했다.

그가 강학한 들불야학은 훗날 80년 5월 광주 시민에게 당시의 진실을 알리는 실천의 거점이 됐다. 계엄군에 의해 도시가 고립되고 언론마저 침묵하던 항쟁 초기, 윤상원 열사는 들불야학 강학들(들불 7열사)과 함께 ‘투사회보’를 만들어 현재 광주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 시민 궐기를 호소했다. 노동자와 시민이 스스로 현실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던 들불야학의 정신이 항쟁의 한복판에서 시민 연대를 이끄는 힘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종석 작 ‘윤상원 열사’
홍성민 작 ‘우리 동네’

이같은 들불야학을 재조명하며 80년 5월 광주 공동체의 연대와 가치를 되짚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모은다. 항쟁의 기억을 품은 대의동 은암미술관에서다.

‘들불야학’이라는 전시명 아래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으로 채워졌다. 회화는 물론 사진, 문학, 영상, 설치 등이다. 전시는 크게 들불야학의 터전이었던 광천시민아파트 일대와 그곳에서의 기억을 조명하는 1층 전시와 들불야학에서 강학을 펼쳤던 들불7열사를 만나는 2층 전시로 구성됐다.

하성흡 작 ‘야학 운동회’

광천시민아파트와 그 일대, 그리고 그곳에서의 기억을 담아낸 1층 전시에서는 1980년대 초 그려진 광천동 풍경, 광천시민아파트 내부 모습이 시대를 건너 관람객을 마주한다. 그곳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윤상원 열사의 모습, 야학 운동회를 갖고 모두 어울렸던 풍경 등은 지금은 철거가 논의되는 공간이지만 한때는 뜨거운 삶과 연대의 에너지가 가득했던 곳임을 보여준다.

철거를 앞두고 이곳의 모습을 남겨둔 작품들도 의미를 더한다. 사진과 영상, 설치 작업 등으로 지금의 모습을 보존한 작품뿐만 아니라 지난해 들불열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행사를 통해 시민이 직접 그린 광천시민아파트의 철거직전 모습 등이 어우러져 사라져가는 공간의 기억을 함께 이어간다.

은암미술관이 7일부터 내달 5일까지 ‘들불야학’전을 갖는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2층 전시에서는 박종석 작가의 신작 ‘윤상원 열사 ’ ‘박기순 열사’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에 문병란 시인이 바쳤던 축시 ‘부활의 노래’ 육필 원고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또 80년 5월 도청의 마지막날 밤을 기록한 작품, 남녀노소의 이해를 돕는 샌드애니메이션 작품도 들불열사들의 길을 조명한다.

은암미술관이 7일부터 내달 5일까지 ‘들불야학’전을 갖는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은암미술관이 한 달 여에 걸쳐 준비한 구술채록 영상이다. 지역사 아카이빙 다큐를 찍어온 임성엽 감독과 협업해 만들어진 이번 구술채록 영상은 들불야학에서 강학했던 김상윤·서대석·임낙평·전용호와 2018 광천시민아파트 철거를 반대하는 게릴라 퍼포먼스를 가졌던 주홍 작가를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들불야학에 대한 기억을 기록으로 붙잡고 오늘날 우리들에게 연대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다.

채종기 은암미술관 관장은 “1년 여 동안 열심히 준비한 전시로 들불야학과 들불7열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공동체 정신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특히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는 오늘날에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일부터 6월 5일까지. 개막식은 7일 오후 3시 진행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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