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8팀 참여 10점 선봬
보이지 않는 존재 보여주고
인식하지 못한 것 드러내며
새로운 의미 부여하는 작품들
신선한 시각 등 선사해 '재미'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이하 지맵) 특별전 '감각 환경'이 시작되는 제2전시실. 일정한 속도의 소리와 함께 빛을 내는 커다란 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외계생명체 같기도, 꽃 조각품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검출하는 검출기로 만들어졌다. 이 검출기는 우주선이 지구 대기와 충돌할 때 생기는 뮤온 입자를 감지하는 것으로 실제 우주적 사건을 감지하면 빛과 소리를 낸다. 일상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감각하지 못하는 입자를 보여주고 들려준다는 점에서 신비롭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김윤철 작가의 '아르고스-부푼 태양들'. 이번 지맵의 특별전을 압축해 설명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맵의 이번 특별전은 기술로 구현된 예술 작품이 우리가 실제로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로 우리의 감각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신비롭게, 또 신기하게 다가온다.
전시에는 김윤철 뿐만 아니라 구기정, 김형숙, 문창환, 정승, 정다(Zheng Da), 노리미치 히라카와(Norimichi Hirakawa), 세미콘덕터(Semiconductor) 등 한국 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중국의 작가 8팀이 참여했다.
김윤철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한 작품으로는 세미콘덕터와 정다의 작업도 있다.

세미콘덕터 팀은 15분의 영상 '어스웍스(Earthworks)'에 지진이나 화산 활동과 더불어 인간들의 움직임에 대한 데이터를 시청각화했다. 이 데이터는 IRIS(지진학 연구기관 연합)에서 받은 것으로, 시각화한 데이터는 마치 지층이 움직이는 듯, 용암이 끓는 듯 이미지화됐다.

정다 작가의 작품 '오리지널 매트릭스(Original Matrix)'는 작가가 장기간 수집한 한 공간의 온도, 습도, 조도 등 8가지 환경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생성형 AI이다. AI의 실시간 분석에 따라 작품 속 고리와 액체, 조명 등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작업이다.
드러나지 않은 존재를 드러내는 작품도 있다. 김형숙과 문형철의 작업이 그렇다.

김형숙 작가는 '인간풍경_이미지들, 보여줄 수 없는…'을 통해 통계나 데이터에는 숫자로 존재하지만 사회적 시선에서 배제되거나 지워진 거동이 불편한 노인, 와상 환자, 그들의 보호자들을 사진에 담았다.

문창환 작가의 작품 '윤리적 특이점-자기비판적 최면'은 화력발전소 인근의 지역을 방문해 지역 주민이 받고 있는 실질적 피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력 절대 시대의 명분에 가려진 이들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간결하게 드러냄으로서 우리의 관심을 이끈다.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구기정, 노리미치 히라카와, 정승의 작품은 신선하다.

구기정 작가의 '초과된 풍경'은 우리 눈에 익숙한 흙을 고화질로 확대해 찍으면 마치 다른 세계가 펼쳐진 듯한 결과물이 나오는데, 이것에 착안해 작업한 작품이다. 확대경으로 촬영하고 3D 가상 공간에서 합성해 실제와 가상을 헷갈리게 만든다. 이 작업은 벽면에 크게 맵핑돼 이것이 실제인지 사진인지 확인하게 만들 정도로 모호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익숙해서 쉽게 인식하지 못한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노리미치 히라카와 작가는 자연을 인간의 언어로 어떻게 변환하는지 고민하는 이로 '(논) 시맨틱 프로세스'를 통해 무등산, 담양 인근을 리서치하며 채집한 돌에서 인간의 언어를 추출한다. 돌 사진의 각 픽셀 명도값을 26으로 나눠 알파벳으로 바꾸고 이를 단어로 추출해 문장형태로 만드는데 우리가 보기엔 아무 의미가 없는 문장이다. 인간의 언어는 인간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자연물에는 전혀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는 부분.

정승 작가의 '이모르텔'은 기계 장치이지만 생명체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에게 고유한 맥이 있듯이 기계에 디지털 맥박을 부여한 것. 이 맥박은 사전에 학습된 작가의 개인전 데이터 6천여개를 바탕으로 구현된 것으로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허경 지맵 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가 실제로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모든 감각 기관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보는, 감각이 확장하는 자리이다"며 "다양하고 신선한 시각이 어우러져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보다 쉽게 알아갈 수 있는 전시로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16일 오픈, 오는 11월 16일까지 지맵 제2~4전시실과 미디어파사드월에서.
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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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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