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안무가 '엘다르 알리에브', 광주서 '해적' 선보인다

입력 2025.09.15. 14:49 최소원 기자
[광주시립발레단 오는 26~27일 정기공연 '해적']
콘라드와 메도라 사랑 이야기
마린스키발레단 주요 레퍼토리
전통 계승 속 현대적 감각 더해
무용수 역량·다이내믹 전개 초점
무대 화려… 관객 판타지 세계로
광주시립발레단 단원들이 제141회 정기공연 '해적'의 주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자 세계적인 안무가 엘다르 알리에브(Eldar Aliev)가 직접 안무한 발레 '해적'이 광주에서 처음으로 막을 올린다.

오는 9월26~ 27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광주시립발레단 제141회 정기공연 '해적'은 엘다르 알리에브의 철학이 담긴 현대적 해석을 통해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해적'은 프랑스 시인 바이런의 동명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발레로, 납치된 여인 메도라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해적 콘라드와 그의 동료들이 펼치는 모험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광주시립발레단 단원들이 제141회 정기공연 '해적'의 주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안무를 맡은 엘다르 감독은 1987년 키로프(현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약하며 전설적인 안무가 표트르 구세프(Pyotr Gusev, 1904~1987)와 함께 '해적'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를 "너무나 영광스러운 경험"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주역이었던 콘라드의 춤 분량이 적었던 점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당시 발레 무대에서 발레리나가 중심이 되었고, 발레리노는 파트너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콘라드의 역할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직접 도서관에 가서 '해적'의 악보를 찾아 춤출 수 있는 장면을 구상해 직접 안무를 짰다. 그리고 이를 구세프에게 보여주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구세프 안무가는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 세상을 떠났지만, 엘다르 감독이 고안한 안무는 작품에 반영돼 현재까지도 마린스키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이후 그는 안무가로서 다시 '해적'을 바라보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스토리와 불필요한 장면들을 과감히 덜어내고 자신만의 버전을 만들어냈다. 그는 "발레는 때로 추상적일 수 있지만,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광주 공연에서 선보일 '해적' 역시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버전으로 주역 무용수와 솔리스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 동화적 요소보다는 논리적이고 다이내믹한 전개에 중점을 뒀다.

광주시립발레단 제141회 정기공연 '해적' 주요 출연진.

특히 그는 마린스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롭게 만들어낸 '생기의 정원' 장면을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엘다르 감독은 "고난이도 테크닉과 다양한 형태의 군무가 어우러져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유니버설발레단 등과 협업한 엘다르 감독은 한국 발레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 발레가 눈부시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무용수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존경심이 깊고, 따뜻하고 친절해서 함께 작업하기 좋다"며 "러시아 발레의 역사적인 작품들이 한국 무대에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한국과 함께 이를 이어갈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엘다르 알리에브 안무가와 박경숙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이 광주시립발레단 제141회 정기공연 '해적'을 소개하고 있다.

총 연출을 맡은 박경숙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은 "'해적'은 특히 남성 무용수의 춤 분량이 많아 발레리노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라며 "광주시립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레퍼토리를 구축하고자 이번 무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립발레단의 '해적'은 원작의 3막을 2막으로 재편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해적 콘라드와 그리스 소녀 메도라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 주인공의 화려한 솔로와 웅장한 군무, 그리고 고난도 테크닉이 관객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음악적으로도 완성도를 더했다. 지휘는 박승유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교향악단 지휘자가 맡고, 협연은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참여해 생생한 라이브 연주로 발레 무대의 감동을 더한다.

공연은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과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는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이며, 7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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